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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도시·삶의 질UP] <3> 1986년 밴쿠버엑스포

도시재생 북항 닮은꼴…첨단 경전철 등 깔려 국제도시 도약

  • 오룡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저자
  •  |   입력 : 2022-12-05 19:24:0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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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타운 폴스크릭 해변 부지
- 시애틀 본보기 삼아 도시재생
- 가장 성공한 재개발 사례 꼽혀
- 일대 공공용지 개발 파급효과

- 영국왕실과의 끈끈한 유대 통해
- 다이애나비 등장 홍보효과 대박

현대 엑스포에서 박람회장 조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도시 외곽 미개발 유휴지, 낙후지역을 개발하는 방식과 기존 도심부를 재생·재개발하는 방식이다. 앞서 다룬 2025년 오사카·간사이와 2010년 상하이, 2015년 밀라노 등이 전자에 속한다.

도시재생을 통한 도심권 박람회장은 1986년 밴쿠버, 1962년 시애틀이 전형적인 예다. 2030년 엑스포 예정지를 북항 재개발과 연계하고 있는 부산의 경우 두 가지 성격을 다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노후 항만부지 대체 활용이란 점에서는 유휴지 개발 효과가 돋보인다.

반면에 인근 도심 재개발과 맞물린 중심부 재구성이란 관점에선 도시재생 의미가 드러난다.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던 항만시설 콘크리트 호안에 창의력 넘치는 박람회장이 들어서면 그 자체로 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밴쿠버엑스포를 앞두고 개통된 스카이트레인이 박람회장역에 정차한 모습. 국제박람회기구 홈페이지
■세계 최고 86m 높이 국기게양대

북미 서부 태평양 연안에 나란히 위치한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시애틀은 자연환경부터 관문 기능, 도시 형성과정까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1980년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엑스포를 유치한 밴쿠버는 앞서 1962년 엑스포를 개최한 시애틀을 본보기로 삼았다.

시애틀은 박람회 시설 대부분을 다운타운에 항구 건축물로 지어 지금껏 사용하고 있다. 도심에는 박람회 주제인 우주탐사를 상징하는 185m 높이의 ‘스페이스 니들’을 세웠다. 박람회 예산의 절반이 투입된 이 상징탑은 시애틀 하면 떠올리는 랜드마크가 됐다. 시내에는 시속 100㎞ 전동차가 달리는 모노레일을 깔아 대중교통 인프라로 남았다.

밴쿠버는 시애틀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다운타운 남쪽 폴스 크릭(False Creek) 해변을 박람회장 부지로 선정했다. 부산 북항 예정지와도 비슷한 입지조건이다. 박람회장 입구에는 당시 세계 최고 높이인 86m 국기게양대(flagpole)를 세웠다. 깃대 위엔 가로 24m, 세로 12m짜리 대형 캐나다국기가 펄럭였다.

랜드마크는 ‘미래전시관’이라 불린 17층 높이의 거대한 원구형 엑스포센터였다. 내부엔 500석 아이맥스 극장과 미래형 놀이기구, 전시공간을 갖췄다. 이 돔 건축물은 엑스포 이후 ‘사이언스 월드’란 이름의 과학전시관으로 개조돼 1990년 재개관했다. 박람회장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노레일 5.4㎞와 곤돌라 두 대를 설치했다.

최대 건축물은 엑스포 개막식이 열린 ‘BC 플레이스(BC Place)’였다. 세계 최초 에어 돔 지붕을 갖춘 4만5000㎡ 넓이의 스타디움이다. BC 플레이스는 엑스포 이후 스포츠 명예의 전당, 미식축구, 축구, 럭비 팀 홈이자 각종 경기·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BC는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의 약자다.

2007년 1월엔 기록적 폭설로 공기로 지탱하는 에어 돔 지붕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후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쳐 2010년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 개·폐막식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박람회장 부지 일부엔 올림픽 선수촌이 들어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박람회장에 이어 엑스포 시설이 올림픽 명소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다이애나 등장으로 흥행 ‘대박’

1986년 당시 찰스 왕세자(가운데)와 다이애나비가 밴쿠버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은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 총리.
1986년 밴쿠버엑스포는 1976넌 몬트리올엑스포에 이은 캐나다의 두 번째 세계박람회이자 북미에서 열린 마지막 세계박람회였다. 몬트리올엑스포는 등록박람회인 반면 밴쿠버엑스포는 인정박람회였다. 주제는 ‘교통과 통신, 움직이는 세계-만나는 세계’였다.

인정박람회여서 특화된 주제를 설정했으나 박람회 규모와 내용, 성과는 등록박람회와 다르지 않았다. BIE 규정이 정비되기 전이어서 개최기간도 등록박람회와 같은 6개월이었다. 관람객 수는 2200만 명으로 성공적인 여느 엑스포 못지않았다. 관람객의 절반가량은 미국인이었다.

밴쿠버엑스포 성공 개최에는 영국 왕실이 큰 몫을 했다. 1983년 10월 열린 박람회장 기공식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참석해 캐나다관 시공 버튼을 눌렀다. 캐나다관은 엑스포 주 무대와 별도로 다운타운 북쪽 항만 ‘캐나다 플레이스’에 지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유명한 왕실 요트 브리태니아 호를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 쥐스탱 트뤼도 현 캐나다 총리의 아버지인 피에르 트뤼도 당시 총리가 여왕을 영접하면서 기공식은 위엄 있는 왕실 의전 행사로 치러졌다. 캐나다관은 엑스포 이후 마리나 시설로 개조됐고, 캐나다 플레이스는 크루즈 터미널, 월드트레이드센터, 호텔, 컨벤션 시설을 갖춘 밴쿠버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엑스포 개막 연설은 지난 9월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로 왕위에 오른 찰스 왕세자가 맡았다. 연설을 마친 뒤 직접 왕세자비를 소개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바로 ‘20세기 동화의 히로인’ 다이애나비였다. 미디어를 몰고 다닌 다이애나의 등장은 전 세계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왕세자 부부 관계는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그럴수록 다이애나의 인기는 치솟았다. 흰색 재킷에 검은색 스커트를 입은 다이애나의 일거수일투족에 카메라 세례가 쏟아지면서 밴쿠버는 핫스팟이 됐다.

영국 왕실이 엑스포 흥행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영국 왕실의 이런 응원은 미국과 러시아 틈바구니에서 대결과 협상을 통해 어렵게 지켜낸 서부 캐나다와의 끈끈한 유대가 반영된 것이었다. 밴쿠버엑스포는 시 탄생 100주년 기념 성격도 부가돼 있었다.

■부동산 ‘블루칩’으로 떠올라

엑스포를 계기로 밴쿠버는 대중교통의 근간을 갖췄다. 광역 밴쿠버를 가로질러 다운타운 박람회장에 이르는 경전철 스카이트레인 28.9㎞ 노선이 1985년 개통됐다. 스카이트레인은 기관사 없이 중앙통제실에서 운전하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역에도 직원이 없이 기계로 승차권 발매 등이 이뤄졌다. 당시로선 최첨단 시스템이었다.

‘엑스포 라인’이라 이름 붙은 이 노선은 대중교통이라곤 버스밖에 없던 시민들에게 편리한 발이 됐다, 스카이트레인은 2010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공항을 잇는 노선이 증설되면서 총 68.7㎞의 3개 노선망으로 확장됐다.

엑스포는 북미 서북부의 조용한 항구도시였던 밴쿠버를 국제적 관광지이자 대도시로 변모시켰다. 도심에 건설된 박람회장은 캐나다에서 가장 성공적인 재개발 사례로 꼽힌다. 사이언스 월드, 캐나다 플레이스 등 엑스포 시설들은 지금껏 관광명소로 남아 있다.

그 파급효과로 밴쿠버는 세계 부동산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다운타운 일대 공공용지가 홍콩재벌 리카싱에게 매각돼 호텔, 고층아파트로 개발됐다.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전후로 홍콩 부동산 자본이 대거 밴쿠버로 몰리면서 ‘홍쿠버’란 별명까지 생겼다.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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