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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9> 어업으로 해양 주권 확보를

대형어선 영해 경계선 조업 허용해야…中 불법어로 근절

  •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2-11-01 19:14:52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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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근해 어선 규모 140t 규제
- 어업효율 개선·선원복지 제약
- 유럽 선진국들은 수천t 규모
- 인건·유류비 절감… 경쟁력 제고

- 기후변화로 어종·어장 변화
- 조업 구역 규제 단순화 시급

어업은 나라끼리도, 업종끼리도 기본적으로 ‘오징어 게임’이다. 남들이 덜 잡을수록 나에게는 이익이다. 나라끼리도 서로 남획한다고 비난하고, 업종끼리도 마찬가지다. 특이한 점이라면, 다른 나라 정부들은 자국 어민을 위해 총력전에 자존심 싸움까지 마다하지 않는데, 한국과 일본만 이웃 중국이나 러시아가 어떻게 하든 자국 어민들만 남획하지 말라면서 온갖 어업 규제를 국내 어업에만 적용해오고 있다. 동네 아이들 싸움에서 맞고 온 자기 아들만 나무라는 격이다.
어획부터 냉동·포장까지 배 안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적용한 노르웨이 초대형 어선.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제공
■일제 잔재 어선 규모 제한

20세기 초 일본 규슈에 터빈 엔진 동력을 쓰는 대형 트롤 어선이 유럽에서 소개되어 보급되면서 남획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일본 정부는 어선 크기를 200t 이하로 제한해 왔다. 한국은 1945년 해방이 되어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이 일제 강점기에 비롯된 어선 규모 제한을 지금도 그대로 고수해 어선 규모는 140t을 넘을 수 없다. 역시 일본에서 유래한 남획 신화가 우리나라 수산정책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어선에 화장실이나 식당 같은 복지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려고 해도 이 어선 크기 제한에 걸려 일제 강점기 열악했던 어업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해 선원 복지와 어업 효율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물론 해양수산부도 최근 이런 복지 시설은 어선 규모 산정에서 예외로 인정해주는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담당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둬 정책을 집행하면서 어민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어선 대형화로 선진국형 어업으로

고등어를 잡아 피시 펌프로 올리고 있는 모습.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제공
유럽 수산 국가들은 수천t이 넘는 대형 어선을 만들어 어획부터 냉동·포장까지 배 안에서 원스톱으로 끝내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적은 선원 수로도 어업 효율과 이익을 크게 높이고 있다.

어업 경비 대부분은 연료비와 인건비다. 규모가 작은 어선으로는 연료비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오히려 올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폭등하면 조업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또 작은 어선으로는 잡은 수산물을 냉동 보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장소가 꽉 차면 항구로 다시 돌아가 내려놓고 오거나, 운반선으로 따로 운반해야 하므로 어획량 대비 연료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반면 수천t 이상 대형 어선은 한 번 조업을 나가면 중간에 수산물을 하역하러 굳이 다시 항구로 돌아올 필요가 없어서 연료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 적은 수의 선원으로도 자동화된 조업과 어획물 처리를 할 수 있어 인건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업 경영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자본이 축적된 대기업도 잡는 어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동원참치 같은 원양 어업기업이 성공한 이유도 수천t 규모 어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연근해 어업에서 이 어선 규모 제한만 풀어도 동원참치 같은 대기업이 나와 선진국형 수산국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어선으로 어업 주권 확보

매년 폭증하고 있는 중국 어선에 맞서 우리 어업 주권을 지키려면 한중 어업협상을 개선하고 우리 영해 경계선을 따라 수천t 이상 대형 어선이 그물을 펼치고 상시 조업해 이웃 나라 어선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 군함이나 경비선을 동원해 물리력으로 다른 나라 어선이 우리 영해에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민간 어선을 활용해 어업 주권과 영해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여러모로 마련해야 한다고 수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앞서 말한 어선 규모 제한을 풀고, 현행 업종별 조업 구역을 크게 개편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연근해 업종별 조업 구역은 100년 전 일제 잔재 그대로인데,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기후변화로 어종과 어장이 바뀔 때마다 업종·지역 간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경 128도 문제가 대표적이다.

큰 틀에서는 가까운 연안은 수십t의 작은 어선이 조업하고, 먼바다 깊은 영해 경계에서는 대형 어선이 상시 조업할 수 있도록 조업 구역 규제를 단순화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어종 서식지 변동에 대비해 이 같은 큰 틀 안에서라면 어떤 어종이든 어군을 쫓아가서 잡을 수 있도록 조업 가능 해역을 크게 넓혀주는 게 바람직하다. 기후변화로 새롭게 나타나는 어장도 개척할 수 있고, 또 시행착오를 통해 어민이 스스로 최적의 어획 방법을 찾는 공간과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해양수산부에서도 예전에 시도해왔지만, 업종 간 조업 구역 조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산 관리는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 관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가 앞으로 총허용어획량(TAC), 금지체장, 금어기, 혼획 금지 같은 규제 혁파를 통해 어업인 신뢰를 얻는다면 조업 구역 개혁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 본다. 수천t 대형 어선이 우리 바다 영해 경계에서 상시 조업해 중국에 뺏기고 있는 어업 주권을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지금 연간 100만t 아래로 내려갔던 연근해 어획고를 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이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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