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내 물가가 또다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정부가 ‘10월 물가 정점론’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로 국제유가가 재상승할 가능성이 커 국내 공공요금 인상과 맞물려 연말 물가가 다시 급등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OPE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월례 장관급 회의 후 낸 성명에서 “오는 11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 대비 20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감산 규모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결정이라고 OPEC+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날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4달러(1.43%) 오른 배럴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 14일 이후 최고치다.

OPEC+의 이번 결정으로 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과 물가 급등이 불가피해 한국 등 가뜩이나 에너지난을 겪는 각국 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제유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다시 오르게 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과 맞물려 무역적자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정점을 찍은 뒤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전망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안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OPEC+의 감산 합의는 정부의 이런 전망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도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한국은행도 원화 약세 및 자금 유출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올해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에서는 이달 ‘빅스텝’(한번에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