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주택 매물이 늘고 있는 가운데 부산진구가 유난히 ‘매물 폭탄’을 맞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급전세를 포함한 주택 매물이 쏟아지지만 ‘거래 절벽’ 여파로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채 쌓이고 있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부산지역 총매물(매매·전세·월세)은 6만7425건으로 집계됐다. 두 달 전인 지난 8월 5일(6만85건)보다 매물이 7300여 건이나 늘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진구의 매물 증가가 눈에 띈다. 이날 기준 부산진구의 총매물은 9096건으로 해운대구(9395건)에 이어 두 번째다. 반면 동래구(5764건)와 수영구(4436건), 남구(5458건) 등은 4000~5000건대로 두 지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해운대구는 거주 인구가 많은 데다 주택 거래가 활발하기에 다른 지역보다 주택 매물이 많다고 평가받지만, 부산진구의 총매물 건수가 다른 지역보다 배가량 많은 것은 대형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부터 부산진구 ‘래미안어반파크’(2616세대)를 비롯해 ‘e편한세상 시민공원’(1401세대)과 ‘가야롯데캐슬골드아너’(935세대) 등이 입주를 개시하면서 4900여 세대의 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거래 절벽과 대출 부담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했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이가 늘면서 급전세를 비롯해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부산진구 연지동 일대 부동산에는 신규 입주 단지의 세입자나 매매자를 구하려는 안내문이 빼곡히 붙어 있었으며, 급전세 매물도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급전세 매물이 늘면서 새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전셋값(84㎡ 기준)이 3억 초반부터 후반까지 다양하게 형성돼 평균 전셋값은 구축 아파트 수준으로 하락했다.
A부동산 관계자는 “기존 주택이 안 팔려 새 아파트로 옮기지 못하고 급전세를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급매가 아니고서는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 데다, 은행 대출 부담도 커져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올해 부산의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늘어 매물 적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산지역 입주 물량은 2만6200여 세대로, 지난해(1만7600세대)보다 1만 세대가량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