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단 정착 거주지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뉘올레순 과학기지촌에 있는 다산과학기지를 찾았다. 세계 20여 개국의 과학자들은 일명 ‘과학전쟁’을 벌이며 북극을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뉘올레순 과학기지촌으로 향하면 하늘에서 본 북극 풍경. 비행기가 이륙하고도 한동안은 눈과 얼음을 볼 수 없었지만 곧 북극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최북단 거주지 뉘올레순 기지촌에 위치

지난달 31일 롱위에아르뷔엔 공항에서 14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북쪽으로 30분가량 이동해 기지촌에 도착했다. 비행기 창문을 통해 내려 본 북극 풍경은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여객기와 비교해 낮은 고도에서 날기 때문에 꽤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눈과 얼음이 사라진 민둥산만 보였다. 10분 여를 날았을까. 산에서 빙하가 밀려 내려오는 듯하고 눈이 수북하게 쌓인 장대한 설원을 볼 수 있었다.

비행기가 뉘올레순 활주로에 도착했지만 휴대전화 비행기모드를 끄는 북극체험탐험대원은 없었다. 기지촌은 전파망원경 등 정밀기기 오작동을 우려해 무선통신 금지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기지촌 과학자도 통신은 유선인터넷을 통한 이메일 교환이나 영상통화로만 가능하다. 영상 1~3도 정도로 영하의 날씨는 아니었지만, 10도 안팎이었던 롱위에아르뷔엔 날씨에 적응한 탓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기지촌은 군사기지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정착 거주지다. 1917년 탄광촌으로 시작했지만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해 1963년 운영이 중단된 후 1967년부터는 과학기지촌으로 탈바꿈했다. 기지촌 과학자 대부분은 여름철인 6~8월에만 머무른다. 이 시기에 북극해 해빙의 소멸에 따른 육상 생태계 변화, 대기과학 연구해양·육상 생태계 모니터링, 동물 초기진화 연구 활동을 벌인다. 나머지 계절은 혹독한 추위 탓에 현장 연구가 불가능해 원격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하얀 문을 기준으로 왼쪽부터 다산과학기지.

●20주년 맞은 기지…진흥계획 수립으로 분주

5분 가량 차량으로 이동한 후 안전교육을 받고 다산과학기지를 방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공동으로 쓰는 연구동 옆에는 중국 연구동이 있었다. 입구에는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자상이 있어 먼 곳에서도 중국 기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산과학기지에는 해양수산개발원(KMI)과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이 남·북극 통합 법정 기본계획인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올해는 다산과학기지가 20주년을 맞고 국내 최초 남·북극 통합 법정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뜻깊은 해다. 우리나라의 북극 연구는 1999년 중국 쇄빙선 설룡호의 북극해 탐사 국제 공동연구 참여를 시작으로 2002년 4월 25일 북극과학위원회에 가입해 세계 18번째 정회원국이 된 후 4일 후 기지촌에 입성했다.

북극 연구 활동도 올해를 기점으로 더 체계화·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극에서의 활동과 환경보호에 관해서는 ‘남극활동 및 환경보호에 관한 법률’로 규정돼 있었으나, 북극권을 포함한 극지에서 연구 및 개발 등에 관하여는 별도의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남극과 북극을 아우르는 극지에서 연구개발·보존·이용 등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4월 ‘극지활동 진흥법’ 제정돼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밖에 기지촌에는 간단한 기념품과 생필품을 파는 상점과 기지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이 있었다. 서비스센터의 식당은 꽤 훌륭했다. 기지촌에 머무는 연구원과 직원은 모두 이 곳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뉘올레순 과학기지촌 식당에서 본 북극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