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편성된 ‘2023년 예산안’은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국가의 재정 기조를 ‘건전 재정’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나라살림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판단에 따라 집권 내내 고강도 ‘허리띠 졸라매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복합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면 경기 침체 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6년 총지출 증가율 4.2%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3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총지출 639조 원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전체 예산(679조5000억 원)보다 40조5000억 원 줄어든 것이다.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첫 감액이다. 추경을 뺀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 원)과 비교해도 5.2%(31조4000억 원) 밖에 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2년 연평균 증가율은 8.7%였다. 이전 정부 때 추진한 ‘확장 재정’ 기조가 ‘건정 재정’으로 완전히 바뀐 것이다.

특히 정부는 내년 5%대 초반으로 설정한 총지출 증가율을 ▷2024년 4.8% ▷2025년 4.4% ▷2026년 4.2%로 매년 낮추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집권 내내 ‘예산 줄이기’가 계속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정부는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내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대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가 본예산 기준으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줄이는 것은 2019년(1.9%) 이후 4년 만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26년까지 50%대 중반 이내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가 총지출을 줄인 것은 총수입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 것과도 연관돼 있다. 내년 총수입은 625조9000억 원으로 예측됐다. 이는 올해 본예산(553조6000억 원) 대비 13.1%, 2차 추경(609조1000억 원) 대비 2.8% 늘어난 것이다. 본예산 대비 총수입 증가율 역시 2024년 4.8%로 뚝 떨어진 뒤 2025년과 2026년 4.5%와 4.3%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지 않으면, 커지고 있는 경제 불확실성 앞에 방패막 없이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조 원 지출 구조조정…역대 최대 규모

내년 중앙정부의 가용 재원은 31조4000억 원(올해 본예산 대비 5.2% 증액분) 중 지방이전 재원 22조 원을 제외할 경우 9조 원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 규모로 단행해 총 33조 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 지금까지 통상적인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10조 원 안팎이었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부채 등 ‘찬물’을 물려받았다”고까지 표현했다.

우선 정부가 분류한 12개 지출 분야 중 ▷산업·중소기업·에너지(-18.0%, 올해 31조3000억 원→내년 25조1000억 원) ▷사회간접자본(SOC, -10.2%, 28조 원→25조1000억 원) ▷문화·체육·관광(-.5%, 9조1000억 원→8조5000억 원) 분야의 예산 삭감이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