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초기엔 유럽형 도입 사용
- 유지·보수문제로 제품 국산화
- 롤러 조절… 최대 5개 등급 분류
- 부산과 가깝지만 빠른 보수 의문
- 아이슬란드·노르웨이 등 설비
- 벨트형… 한 라인서 12개 분류
- 혼획 심한 韓 위판상황에 적당
- 30%가량 비싼 가격은 단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낙후한 시설 개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수산업의 지형을 바꿀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그렇기에 국시비 등 예산도 18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가 있다. 어류를 사람이 아닌 기계가 구별하는 자동선별기 도입 문제다. 현대화의 핵심 관건으로 꼽히지만 도입 가능한 두 가지 선택지(유럽형·일본형) 중 과연 어느 쪽이 혼획이 심한 국내에서 적합할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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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일본 나가사키현 마츠우라 어시장에서 직원과 중도매인이 선별된 고등어를 살펴보고 있다. 권용휘 기자 |
■수산업 부가가치 높일 현대화
수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산지인 위판장에서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 수산물은 부패가 빠르고 국내 소비자가 즐겨 먹는 고등어 갈치 등은 죽은 상태로 어시장에 들어온다. 이런 생선은 공기에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선도가 낮아지고 상온에 노출되면 그 시간이 빨라진다. 노르웨이·아이슬랜드·일본 등 주요 어업선진국은 선별기를 사용해 사람의 손을 타는 등 상온에 노출되거나 공기와 접촉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 후 냉동하거나 가공해 포장한다. 공동어시장에서는 사람 손으로 직접 어획물을 선별하면서 장시간 공기에 노출된다. 산지에서 선도를 제대로 잡지 못하다 보니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선도 및 가격 등의 이점으로 손쉽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실정이다.
공동어시장의 상황에 맞는 선별기가 도입돼 현대화사업의 마침표를 찍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업 시간이 빠르고 사람의 손을 타는 경우가 적어 고등어도 횟감용으로 구분해 선별할 정도가 된다. 대형선망조합 정용상 구매팀장은 “앞으로 고등어도 회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소비자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며 “현대화 후 선도를 높여서 부가가치를 높이면 낙후한 어업이 발달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어선도 자동화로 점차 바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산은 실패… 유럽 vs 일본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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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형 선별기 롤러 간격을 측정하는 부산공동어시장 직원. 권용휘 기자 |
이처럼 현대화사업의 핵심은 자동선별기 도입이지만 아이슬란드·노르웨이 등 유럽형이나 일본형을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어획물을 다루는 선별기는 염분은 물론 각종 오염물에 노출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모든 부품을 분해해 세척 후 재조립하는 등 유지·보수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공동어시장은 2011년 국내 기술로 제작한 제품을 사용했지만 2차례 이용 후 구조적 결함으로 쓰지 못했다. 최근 공동어시장의 인력 감소를 계기로 수리 후 재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수리비만 1억 원이 넘고 수리 후 개조해도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외국산 구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동어시장은 현대화사업 중 위판 자동화시스템 구축 예산으로 277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유럽형과 일본형 모두 현지에서 성능을 검증받은 제품이다. 유럽형은 벨트형 선별기로 벨트 간격을 조절해 1개 라인에서 10~12개 등급으로 크기를 나눠 어획물을 분류할 수 있다. 일본은 롤러형으로 롤러 간격을 조절하는데 1개 라인에서 최대 4, 5개 등급을 나눌 수 있다. 일본보다도 혼획이 심한 어획물을 위판해야 하는 공동어시장 사정을 잘 아는 일부 전문가들은 벨트형 선별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형은 가격이 30%가량 비싸고 한국과 거리가 멀어 유지보수가 잘 될 수 있느냐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일본은 거리가 가깝고 부품 수급이 쉽다는 점에서 우선 순위에 꼽히지만 선뜻 선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추진단 채제훈 팀장은 “일본도 처음 현대화사업을 할 때는 유럽에서 선별기를 사서 썼으나 유지 보수 문제를 겪다 자국산 제품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깝더라도 고장이 날 경우 빠른 시간 내 보수가 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공동어시장은 공개 입찰 과정을 거친 후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최종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동어시장 박극제 대표이사는 “일본이든 아이슬란드든 모두 장단점이 있어 어느 게 낫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전문가 위원회를 따로 만들어 여러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한 후 결정할 생각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