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차량들의 모습. 연합뉴스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하자 고유가 덕분에 ‘초호황’을 누리는 국내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이익을 환수하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어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휘발유·경유 가격 급등에 따른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것인데, 업계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의 한 주유소를 찾아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언급했다.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못 박았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유사들은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를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실제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냈다. 영업이익을 보면 ▷SK이노베이션 1조6491억 원 ▷에쓰오일 1조3320억 원 ▷GS칼텍스 1조812억 원 ▷현대오일뱅크 70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4개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는 4조766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조5079억 원이나 늘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에도 정유사들은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호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횡재세’의 논리는 정유사들이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에서 이처럼 비정상적인 이익을 낸 만큼 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초과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것이다.

횡재세 도입 논의는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에너지 요금 급등에 대응해 석유와 가스업체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가계에 150억 파운드(약 24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민주당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국내 정유업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추진되는 횡재세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날뿐 아니라 향후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횡재세가 도입되면 정유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따라 석유제품 생산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올라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