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시대’에 접어들면서 음식물 처리기에 눈길이 쏠린다.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에 따른 잔반 처리도 가정 내 중요한 일이 됐다.

쿠쿠 음식물 처리기 전면부. 정옥재 기자

아파트 거주자는 매일 일정 구역에서 처리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일반 주택 거주자는 정해진 요일에 맞춰야 한다. 폭염, 폭설, 한파가 몰아친 날 음식물 처리를 해야 한다면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가전 업체들은 이런 점을 간파하고 오래 전부터 음식물 처리기를 개발해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자 소비자들은 음식물 처리기를 주목하게 됐다. 음식물 처리기는 크게 물리적 처리를 하는 기기와 미생물로 음식물을 분해하는 기기로 구분된다.

국내에서 음식물 처리기 1위 업체는 스마트카라다. 10여 년 전부터 건조·분쇄 방식을 개발해 석권했다. 이후 미생물 분해 방식의 기기를 고안한 업체가 등장했다. 국제신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업체를 물색했고 그 가운데 경남 양산에 본사를 둔 ‘전기밥솥의 강자’ 쿠쿠전자를 섭외했다.

쿠쿠전자는 지난해부터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을 분해하는 방식의 ‘쿠쿠 음식물 처리기(CFD-BG202MOG)’를 출시 중이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을 장악한 쿠쿠전자가 사업 다각화하면서 내놓은 아이템이다. 이 음식물 처리기는 작은 냉장고 같이 생긴 기기에 생분해 효소가 담긴 ‘쿠쿠 마이크로 오가닉 칩(CFDM-B10MC, 흙과 비슷)’을 넣어 음식물 잔반을 분해한다. 장점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물을 분해하고 잔여물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 사용은 어떻게

‘쿠쿠 마이크로 오가닉 칩’이란 청국장에서 분리한 미생물을 진공 상태에서 동결 건조해 왕겨, 팰릿, 활성탄에 섞어 만든 유기물이다. 이 오가닉 칩은 에이엔바이오가 개발했고 쿠쿠전자가 이를 사용한다. 처리기를 구입하면 오가닉 칩 봉투가 있고 이 봉투를 뜯어 음식물 처리기에 넣는다. 칩이 건조 동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물 1.8ℓ를 넣고 24시간을 기다리면 3억 마리의 미생물이 깨어난다.

쿠쿠 음식물 처리기에 음식물 잔반을 넣은 모습. 정옥재 기자

쿠쿠 음식물 처리기에 음식물 잔반을 넣고 섞는 모습. 정옥재 기자

쿠쿠 음식물 처리기로 음식물을 처리한 후 오가닉 칩을 손으로 들어올린 모습. 검은 색 작은 알갱이가 활성탄이다. 정옥재 기자

기자의 사용 경험에 비춰보면 이 미생물들은 적당한 습기에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다. 너무 건조해도, 너무 습해도 안된다. 특히 이 미생물들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좋아한다. 고기, 밥, 빵은 몇 시간 만에 완전 분해한다.

음식물 처리기를 받은 지 처음 일주일 동안 식빵만 주면서 미생물들의 처리 능력을 키웠다. 미생물들은 탄수화물 분해 능력이 뛰어난데 값싼 식빵으로 이들의 능력을 배양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의 워밍업이 끝나 본격적으로 음식물을 넣었다.

쿠쿠 제품은 3, 4인용에 최적화됐기 때문에 잔반 투입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음식물 내에 물이 많은 상태에서 넣으면 탈이 난다. 물이 많은 잔반을 넣으면 칩이 점토로 변하는데 이럴 때에는 하루 이틀 사용을 멈추고 습기 제거를 해야 한다.

미생물들의 분해 능력은 뛰어났다. 작은 생선 두 마리를 넣었더니 뼈까지 분해했다. 다만 닭 뼈는 분해하지 못한다. 치킨을 시켰다가 남으면 그대로 처리기에 넣고 나중에 뼈를 꺼내면 쉽다. 닭 뼈는 분리하기에 쉬운 크기다. 미생물들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식을 잔반 없이 처리한다. 다만 고추장을 비롯한 매운 성분이 많은 음식은 분해를 잘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씻어서 투입한다. 반려동물에게 고추장을 그대로 먹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쿠쿠 음식물 처리기를 쓰레기통으로 생각하고 사용하면 곤란하다. 처리기 내 3억 마리가량의 미생물들에게 음식을 준다는 생각으로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이 처리기는 다른 방식의 제품과 달리 언제든 잔반을 넣으면 된다.

또한 음식물을 처리기에 넣고 부삽으로 여러 번 섞어주면 미생물들이 음식물을 분해하기 쉬워진다. 일일 최대 투입 용량은 2㎏ 이하, 1회 적정 투입 용량은 1㎏ 이하다. 3, 4인 가족이 식사 후 남은 잔반을 그때 그때 처리기에 투입하는 게 좋다.

○ 처리 능력은

이 처리기는 미생물 발효 방식이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의 역한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다. 다만 처리기 뚜껑을 열면 이미 처리된 음식 냄새가 날 수 있다. 자기가 먹었던 음식물 냄새이기 때문에 거부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쿠쿠 측 설명에 따르면 마이크로 오가닉 칩이 1단계로 악취 원인균을 제거하고 배기 필터로 내부 분진물과 수증기 필터링으로 탈취를 하는 등 총 4단계 탈취를 거친다. 기자는 체험하는 동안 주방 내에 뒀다.

다만 이 처리기는 양파 껍질, 다시마, 대파 껍질 및 내용물 분해에는 약하다. 주황색 양파 껍질은 그냥 쓰레기로 분리 배출해야 하고 다시마나 파 종류는 잘게 잘라서 넣으면 효과적이다. 길이가 긴 파를 그대로 넣으면 처리기 안에서 엉킬 수도 있다.

○ AS 받아보니

기자가 각종 스마트 기기와 가전 기기를 리뷰하면서 AS를 받아본 것은 처음이다. 쿠쿠전자는 소비자 과실이 없다면 제품 구입 후 1년간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콜 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이틀 만에 수리기사가 왔다.

제품 수리를 한 것은 성능 문제가 아니라 뚜껑 여닫이 이음새가 파손됐기 때문이다. 파손된 것은 기자 외에 다른 사람이 뚜껑을 강제로 여닫으면서 발생했다. 소비자 과실 측면도 있었지만 쿠쿠는 문제 삼지 않았다. 콜 센터를 통해 수리기사를 불렀기 때문에 수리기사는 체험 중인 기자인 줄 몰랐을 것이다. 수리기사는 뚜껑 여닫이 이음새가 약한 부분은 초창기에 많았고 이 문제는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지난 28일 이를 확인하기 위해 쿠쿠 측에 다시 문의하니 기자가 사용한 제품은 출시 전 샘플이고 이음새 연약한 문제는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이 제품을 써보니 여러 사람이 이 처리기를 사용하면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해 오가닉 칩의 3억 마리 미생물이 탈이 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음식물 처리기를 사용할 때에는 쉽게 이야기하면 기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을 관리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 처리기를 구입한다면 한 사람만 주로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여름이나 겨울에 역한 냄새가 나는 음식물 잔반을 비닐 봉투에 넣고 정해진 요일에만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쿠쿠전자는 경남 양산에 본사와 물류공장을 두고 있고 부산 울산 경남에서 네트워크가 강하기 때문에 AS 등의 품질 보증을 받는데 더욱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