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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예정자까지 때려잡다니”…가계대출규제 시대 입주 분투기

'정부규제 핑계자금 없다'…대출 거부

겨우 찾아도 6개월 초단기 혹은 고금리

'사채 써야 하나' 입주 포기 고민까지

입주했지만 250만 원 뜯겨 달콤씁쓸

대출규제 한다며 은행만 배불린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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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저희 ○○은행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이 신청하신 대출이 아래와 같이 처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28일 온 문자메시지다. 4개월이 넘는 ‘대출난민’ 신분이 끝났음을 알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지만 은행 중도해지수수료로 250만 원이 넘는 생돈이 날아가는 속 쓰린 순간이었다.

대출난민 시절을 끝내고 어렵게 입주한 아파트에서 보는 야경. 부산은 야경이 멋진 도시다.
 ●입주 앞두고 대출 규제 ‘날벼락’

 서러운 12평 임대아파트 동래구 복천동 시절을 끝내고, 어엿한 24평 아파트에 사는 연제구 물만골 시대를 수년 동안 오매불망 기다렸다. 집에서 아들과 볼링도 치고 까치발 들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도 하는 그런 날을 말이다. 8년 전 총각 때 입주한 임대아파트는 1인 가구가 살기에는 대궐 같은 곳이지만, 2인이 살기는 점차 불편해지고 아이라도 태어나 3인이 되면 숨이 가빠오는 그런 집이었다. 다행히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시기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아파트 분양을 받아 ‘희망’의 숨통이 트였다. 분양아파트에 입주하는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중도금대출을 받은 은행에서 연이율 3% 초반으로 집단대출을 받을 것으로 느긋하게 생각했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죈다고 했을 때도 설마 입주예정자를 때려잡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입주 예정일을 두 달쯤 앞둔 지난해 10월 중도금 대출을 진행했던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정부의 대출총량규제 탓에 자금이 없다며 대출을 거절당했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취급하는 보금자리론 같은 정부정책자금도 묶였다. 다른 1금융권 은행 문도 두드렸지만, 같은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입주민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부지런히 뒤적였다. 제2금융권에서 3% 중반으로 대출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6개월짜리 초단기였다.

 이후 제1·2금융권을 떠돌아다니는 대출난민 시절이 시작했다. 분양대금을 채우기엔 턱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일반 신용대출도 부지런히 알아봐야 했다. 신용등급에 문제가 없다는 안내를 믿고 카카오톡으로 부지런히 금리비교를 했다. 신용대출로는 3%대의 만족스러운 금리가 나와 은행문을 두드렸다. 신용점수가 KCB·NICE 기준으로 900점을 웃돌았음에도 대출상품을 많이 검색했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신용등급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은행에 기록이 고스란히 남았던 셈이다. ‘사채를 쓸 수는 없으니 3000만 원이 넘는 분양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나?’하는 공포감까지 들어 밤잠을 설쳤다.

 전화상담을 받은 곳은 열 곳이 넘었고, 그러는 동안 재직증명서·소득증명원·주민등록등초본·가족관계증명서도 부지런을 떼야 했다. 1시간 넘게 걸리는 대출계약서를 작성한 한 후 계약을 포기한 곳도 세 곳이나 됐다. 주택담보대출임에도 은행 간 가산금리 차이가 최대 0.6%나 나는 등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출상담사에게 예상 금리가 아닌 가산금리를 물어봐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가산금리를 알려주길 꺼리며 ‘어차피 금리가 더 오를 테니 지금 빨리 계약해야 한다’며 압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가 가계대출 줄인다며 입주예정자까지 때려잡지 않았으면 상상하지도 못했을 일이다.

 ●입주 포기 고민까지…그래도 해피엔딩?

 부지런히 은행 문을 두드린 결과 금리가 다시 살짝 낮아지는 지난해 12월 중순 4년 고정에 연 3.58%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드디어 난민 시절이 끝날 줄 알았다. 만족스러운 금리는 아니었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새해가 되자 중도금대출을 진행했던 은행에서 보금자리론을 취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보금자리론 대출 자격은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 원을 밑돌아야 하지만, 신혼부부는 8500만 원이다. 올해 1월이 지나면 신혼부부 자격이 끝나 소득 초과로 보금자리론을 신청할 수 없어 빨리 결정해야 했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보금자리론은 40년 고정에 연 3.28%. 그렇지만 대출한도가 분양대금의 60%라 추가대출을 받아야 했다. 은행을 갈아타려면 2억6000만 원이 필요했다. 1억9100만 원을 보금자리론, 나머지 6900만 원을 연이율 4.5% 집단대출(한 달 사이 금리가 또 오르고 가산금리가 가장 높은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밖에 없었다)로 채워야 했다. 결국 해마다 내야 하는 돈은 거의 같았다. 다만 중도해지수수료(대출금 70%의 1.4%) 250만 원을 내야 해, 대출을 갈아타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렇지만 보금자리론은 40년 고정, 기존 은행 대출은 4년 고정금리. 입주예정자도 대출난민이 되고, 최악의 경우 금리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사태가 올 수 있다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 값비싼 매몰비용을 치러야 했다. 물론 연이율 3% 중반이 훌쩍 넘는 6개월 혹은 1년 단기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정책금융마저 죄지 않았다면 내지 않아도 됐을 큰돈과 가슴 졸이며 대출을 알아보던 지난 4개월의 시간이 씁쓸하게 우리 부부의 경험으로 남았다.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던 정부 대출 규제는 은행 배만 불려줬던 셈이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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