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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오디세이] <2> 한 세기 넘긴 엑스포와의 인연

130년 전 작은 한옥부스로 데뷔… 韓 발자취는 산업성장 궤적

  • 오룡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저자
  •  |   입력 : 2022-01-17 19:59:5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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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참가는 1893년 시카고박람회
- 옷·갓·조총 등 품목 관람객 눈길
- 해외서 사상 첫 조선아악 연주도

- 1904년부터 정세불안으로 불참
- 1962년 시애틀박람회부터 복귀
- 대전엑스포 韓참가 100년 기념

- 부산 첫 등록엑스포 유치 도전장
- 약소국서 국제무대의 주역 우뚝

170년 엑스포 역사 속에 우리나라는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 엑스포를 관장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홈페이지를 보면 회원국 항목이 있다. 170개 회원국별로 가입 시기와 엑스포 개최·참가 정보를 정리해놓은 곳이다. 소개 글은 BIE와 회원국의 관계를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한국은 엑스포 개최에 처음 도전한 1987년 5월 BIE에 가입했다. 하지만 엑스포와의 인연은 이보다 훨씬 깊다. 첫 장면은 한 세기를 훌쩍 넘어 개화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3년 미국 시카고박람회 코리아 전시실.
■미국 땅에 울려 퍼진 조선 아악

우리나라는 ‘대조선(Korea)’ 국호로 1893년 미국 시카고박람회에 처음 참가했다. 그 배경에는 근현대사의 굴곡이 반영됐다. 일본의 압박과 청의 속방론, 러시아의 남하로 어지럽던 19세기 말 조선은 나라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통로로 미국에 눈을 돌렸다. 1882년 조미 수호조약 체결 이후 보빙사 파견, 상호 공사관 개설, 우정국 신설, 경복궁 전기시설, 목축시험장 설치 등 미국이 서양문물 도입의 창구가 됐다. 시카고박람회 참가는 그런 움직임의 일환이었다.

1962년 미국 시애틀박람회에서 관람객이 한국관 전시품을 둘러보는 모습.
정경원을 대표로 한 조선 사절단은 전시실을 짓고 외교·문화교류 활동을 벌였다. 코리아 전시실은 길이 500m, 너비 240m의 거대한 공산물전시관 안 전시빌라 구역에 마련됐다. 43.3㎡ 남짓 전시실 전면과 측면에 현지에서 구운 기와를 쌓은 한옥 형태였다. 전시물은 도자기 부채 갑옷 등 민속품 중심이었다.

시카고박람회는 아메리카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한 세기적 이벤트였다. 47개국이 참가했으며, 각종 건축물은 보는 이를 압도할 만큼 웅장했다. ‘화이트시티’라 불린 박람회장은 수도 워싱턴DC의 심장부 ‘내셔널 몰’ 조성의 전범이 됐다. 코리아전시실은 비록 참가국 중 가장 작은 규모였지만 이국적 풍모와 전시물로 호기심에 찬 관람자의 눈길을 끌었다. 전시실 앞면에 가마와 유리 진열장을 놓고 관복 갓 짚신 같은 의복류와 생활용품, 조총 등 군용품을 전시했다. 지붕엔 대형 태극기를 달았다. 금·옥·주단 등은 진열장 안에, 피물·발·돗자리 등은 벽에 걸었다. 진귀한 물품에 대해 질문이 끊이지 않자 전시물 이름과 용도를 영어로 써 붙였다.

장악원 악공들은 개막식 날 미국전시관 앞에서 스티브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선 아악을 연주했다. 사상 최초로 우리 가락이 이역만리 미국 땅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악사는 이창업 등 10명, 음악은 어전법악(御前法樂)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훗날 국악연구자 안확은 자료 조사를 통해 당시 연주된 곡이 ‘황풍악(皇風樂)’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황풍악은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 온 궁중음악의 하나로 국왕의 행행(行幸) 때 연주되던 군악풍의 활달한 곡이다.

■1962년 세계박람회 복귀

1900년 프랑스 파리박람회 때 경복궁 근정전을 본떠 지은 대한제국 전시관.
우리나라는 1900년 프랑스 파리박람회에 두 번째로 참가했다. 명성황후의 척신 민영찬이 참가단장 격인 박물사무부원으로 파견됐다. 파리에서 다섯 번째로 열린 이 박람회는 ‘한 세기의 평가’를 주제로 19세기를 결산하는 성대한 행사였다. 대한제국은 프랑스인 건축가가 경복궁 근정전을 본떠 지은 한옥 전시관을 할당받았다. 전시관 내부 중앙에 고종의 어진을 걸고 각종 생활용품을 전시했다. 당시 프랑스 언론은 화려한 색상의 단청과 하늘을 향해 솟은 처마를 가진 전시관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의 풍습과 담뱃대 참빗 부채 한지 도자기 병풍 나전칠기 농경기구 서화작품 등 전시물을 소개했다.

대한제국은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박람회에도 초청됐으나 외세 침범에 따른 급박한 정세로 참가하지 않았다. 이어 국권 상실과 전쟁 등 질곡의 시대를 거치면서 세계박람회를 매개로 한 문명 교류는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전 두 차례 세계박람회 참가는 주체적 서양문물 직교류란 점에서 식민지 근대화론 극복에 의미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전후 부흥기를 거친 대한민국은 1962년 미국 시애틀박람회에서 세계박람회에 복귀했다. 그 해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세워 고도성장의 시동을 건 원년이었다. 한국은 326㎡ 규모의 번듯한 전시관을 짓고 식민통치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신흥공업국으로 당당히 일어선 모습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전시물은 재봉틀 피아노 라디오 타이어 철물제품 고무신 치약 등 공산품과 왕골 죽 나전칠기 도자기 등 전통 공예품이 주종을 이뤘다. 박람회는 임금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을 타진하는 무역의 장이 됐다. 실제로 일부 품목은 미국 캐나다 기업과 수출계약을 맺었다. 한국의 엑스포 참가는 이처럼 ‘수출입국’ 드라이브와 동행했다. 세계박람회는 한국이 제조업, 중화학공업 국가에서 최첨단 ICT,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성장하는 궤적을 오롯이 함께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개최된 BIE 주관 등록·인정박람회에 모두 참가했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에선 개최국 중국 다음으로 큰 7683㎡ 규모의 한국관을 개설해 역대 최다인 725만 명 관람객을 기록했다. 박람회장 전체 입장객 10명 중 1명꼴로 한국관을 관람한 셈이다. 보통 서너 시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한국관 입장이 한국 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왔다.

■들러리에서 국제무대 주역으로

한국은 참가에 그치지 않고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 등 두 차례 인정박람회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특히 대전엑스포는 국악 공연과 민예품으로 세계박람회에 첫선을 보인 지 꼭 100년 만에 세계무대 주역으로 우뚝 선 자리였다. 대전엑스포에선 엑스포와의 인연을 되새기는 특별한 장면이 펼쳐졌다. 박람회장 내 문예전시관에서 열린 ‘시카고박람회 참가 전시품 특별전’이 그것. 시카고박람회 전시물 원본 30점을 가져와 1세기 전 한국을 다시 보여준 전시회였다. 이 진귀한 전시물은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에 기증돼 소장 중인 것을 임대해왔다. 전시 품목은 ▷삼회장저고리 가슴싸개 누비속바지 대님 도포 망건 소창의 갓 토시 버선 등 조선 후기 복식류 18점 ▷여자채상 등 주거용품 4점 ▷투구덮개 감투 조총 등 군용품 8점 등이었다.

부산이 도전장을 낸 2030년 월드엑스포는 3세기에 걸친 전통 위에 서 있다. 그 역사성을 기리는 이벤트가 마련된다면 BIE 핵심가치인 협력·교육·혁신 정신에 부합할 것이다.

이를테면 시카고박람회 당시 한옥 전시실을 재현하고 아악과 전시물을 다시 소환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2030부산엑스포가 인류 공통과제 해결의 대전환을 이끌며 엑스포 역사에 빛나는 새 장을 쓰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공동기획=국제신문·㈔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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