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봉산 기슭 24만㎡ 규모
- 선진국 관광농업 벤치마킹
- 유럽풍 정원, 체험행사 다채
- 정부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 와인 3년 이상 오크통 숙성
- 방문객 시음 후 구매 많아
- 대통령 표창 등 다수 수상
- 50여 농가 계약 재배 참여
경남 함양IC에서 빠져나와 24번 국도를 타고 전북 남원시 인월면 방향으로 이정표를 따라 구불구불 시골길을 가다 보면 남쪽으로 언덕 위에 유럽풍 건물과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를 연상하게 하는 간판 ‘하미앙 와인밸리’가 보이고 이국의 음악 샹송이 귀를 즐겁게 한다.
함양군 함양읍 삼봉산 기슭 24만㎡에 자리한 ㈜하미앙은 농촌 소득을 창출하는 6차 산업 모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리산의 특산품인 산머루를 테마로 한 유럽풍 산머루 테마농원인 농업회사법인이다. 연간 15억~16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하미앙 와인밸리는 밸리(Valley)라는 이름답게 해발 500m 산골짜기에 있다. 산머루를 이용한 와인 생산으로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시음과 저장고 투어 등 와인을 주제로 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유럽풍으로 꾸며진 하미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정원이 있는 힐링 장소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경남도 민간정원에 이름을 올렸다. 또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주춤하던 방문객이 최근 들어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다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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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미앙 이상인(왼쪽) 대표가 “와인 동굴에서 와인과 오크가 만나면 맛은 부드럽고 풍미는 커진다”며 오크통에 와인을 저장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와인 밸리
함양이 고향인 이상인(65) 대표와 부인 석미숙 (62) 씨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귀농했다. 이후 농사에 몰두했지만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 대표는 어릴 적 뒷산에서 따먹던 산머루 맛에 착안해 가공공장을 짓고 머루즙과 머루 주스를 만들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이때 생산한 산머루 즙과 주스는 불티나게 팔렸다.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량과 직원을 늘렸다. 하지만 ‘고비용 저마진’의 유통시장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또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생산을 늘릴수록 손에 잡히는 돈은 더 줄어드는 상황. 또 한 번의 파산 위기에 봉착했다.
이때 단순 제조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이 대표의 선택이 부가가치를 높인 와인이었다. 또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농업 견학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관광농업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자는 발상의 전환을 끌어냈다. 6차 산업 롤 모델인 하미앙 와인밸리는 이렇게 탄생했다. 와인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시장도 찾았다. 2005년 시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연구와 기술 개발로 3년 만에 고품질 와인 생산에 성공했다.
■깊은 맛 위해 3년 이상 오크통 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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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미앙 와인밸리 내 레스토랑 전경. |
하미앙은 산머루로 와인을 만든다. 산머루는 해발 400~600m 고지의 서늘한 기후에서 자생하는 자줏빛의 새콤달콤한 열매로 ‘산 중의 보배’ ‘산포도’로 불린다. 하미앙의 산머루는 와인밸리와 비슷한 고도인 해발 500m 지리산 자락에서 재배된다.
인근의 50여 농가가 계약 재배로 참여한다. 연간 100t에서 150t의 산머루를 생산해 50억 원가량의 농가 소득을 창출한다. 하미앙은 함양을 풀어서 고급스러운 감각으로 네이밍한 브랜드다. 이상인 대표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포도재배지 보르도 마고 부르고뉴 지역을 둘러보았을 때 지역명을 딴 와인들이 있었다”며 “하미앙은 지역명 함양을 풀어서 와인풍으로 만든 자체 브랜드”라고 밝혔다.
하미앙의 와인 저장고와 숙성실은 삼봉산의 경사를 이용해 만든 동굴에 있다. 서늘하고 어둑한 와인 숙성실에는 숙성 탱크 20여 개가 줄지어 서 있다. 탱크 하나가 750㎖ 기준 와인 1만5000병을 채울 수 있는 규모다. 탱크에서 발효가 끝난 와인은 오크통으로 옮겨진다. 와인과 오크가 만나면 맛은 부드럽고 풍미는 높아진다. 또 와인의 색이 깊어지고 오크 특유의 향이 더해진다.
노란 전등이 포근한 빛을 발하는 아치형의 와인 동굴에는 오크통 100개와 와인 3만 병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오크통 1통은 와인 300병 분량이다. 와인과 오크의 만남은 6개월에서 1년. 이후 오크통의 와인을 병에 담아 코르크 마개로 막고 눕혀 놓는다. 1년 정도 숙성되면 맛이 들지만 깊은 맛을 얻기 위해 3년 이상 숙성한다.
■6차 산업의 롤 모델 부상
이 대표는 와인만으로는 승부를 내기 어렵다고 봤다. 수입 와인이 물밀듯 들어오는 데다 판로 한계 때문이다. 이에 6차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농산물 생산이 1차 산업이라면, 제조 및 가공은 2차 산업, 생산된 제품이 체험 및 관광·서비스 등과 연계되면 3차 산업이다. 6차 산업은 1·2·3차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농촌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1·2·3을 더해도, 곱해도 6이 나오기 때문에 6차 산업이라 한다.
하미앙 와인밸리는 6차 산업의 롤 모델로 꼽힌다. 생산된 산머루는 발효와 숙성을 거쳐 와인으로 태어난다. 2차 산업이다. 하미앙은 와인 쇼핑몰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판매되지만, 농장을 찾아 시음 후 구매하는 비율이 더 높다. 3차 산업이다. 와인 동굴 안에서 지상으로 곧장 오르는 계단이 있다. 지상으로 나가면 동선은 작은 갤러리를 거쳐 레스토랑으로 이어진다. 갤러리에는 산머루에 관한 이야기와 방문객 등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와인밸리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에서는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 오른쪽의 햇빛이 가득 찬 방은 체험장이다. 나만의 와인 만들기, 산머루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하미앙은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전국 6차 산업화 우수 사례 경진대회 금상, 경남도 주최 6차 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상 등을 연이어 받았다. 하미앙 와인은 2007 코리아 와인 챌린지에서 세계 각국의 와인과 경쟁해 동상을 받기도 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