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통합 LCC(저비용 항공사)’의 방향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국내외 주요 국가에 신청한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으나, 현재까지 승인한 곳은 5개국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두 항공사의 결합이 올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를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강한 데다, 물리적으로 연말까지 9개국의 승인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기업결합 심사를 끝내고 연말께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공정위를 포함한 주요 국가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자금 조달을 포함한 모든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을 주도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조치가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과 연관된다며 “우리 경쟁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앞서주고 다른 경쟁 당국을 설득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두 항공사의 자회사 LCC 3곳의 통합은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 정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라 LCC 3곳(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에 기반을 둔 에어부산의 존립을 위해 통합 LCC의 본사를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통합 LCC에 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적자 경영 상태인 LCC들은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적극적인 경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사회도 두 항공사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통합 LCC 문제를 관망하는 추세다. 하지만 두 항공사의 결합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에어부산의 운명이 바뀌게 돼 긴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두 항공사가 합병된다면 예정대로 통합 LCC 본사를 부산으로 끌어오기 위해 정부와 대한항공에 대해 기존 전략을 구사하면 되지만, 불발되면 에어부산이 매각 대상이 될 수 있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시와 상공계가 대응 전략을 미리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