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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준 편집국장 신문은 지식의 숲 <13>코로나19발 공간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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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도시 공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유현준 홍익대(건축학부) 교수가 지난 28일 부산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국제신문·BNK 금융그룹 공동 주최로 열린 ‘2021 지역 경제 氣 살리기 정책 콘퍼런스’에서 ‘업그레이드 부산’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통해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유 교수는 tvN ‘알쓸신잡2’에 출연해 셜록 홈즈 같은 관찰력과 추리력을 보여줘 ‘셜록 현준’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유 교수는 “감염병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155% 증가했다. 쾌적한 주거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며 “코로나19가 공간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진단(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1·4면 보도)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계층 간 소통이 사라지고 차이가 벌어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성인은 집(10억 원)을 사고 사회 초년생은 나만의 공간을 갖기 위해 집보다는 싼 자동차(3000만 원)를 삽니다. 대학생은 카페(5000원)에 갑니다. 중고생은 편의점(1000원)이나 PC방(3000원)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돈 없는 초등학생은 가상공간(메타버스, 0원)에서 놀아요. 소비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없으면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합니다. 부자는 명품을 사러 백화점에 갑니다. 롯데백화점은 리모델링해 명품관의 비중을 50% 가까이 늘린 이유입니다.”

이 같은 공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유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도시 1층에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원 벤치 도서관 같은 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합니다.
   
국제신문 9월 29일 자 4면
   
국제신문 9월 29일 자 1면 보도
   
공간의 미래
   
어디서 살 것인가










●공간 디자인을 바꾸면 사회가 바뀐다

유 교수가 쓴 『공간의 미래』(을유문화사)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어보면 ‘공간 디자인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는 저자의 건축 철학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두 책의 요지는 코로나19 시대에 걸맞게 공간 구조를 새롭게 구성하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바야흐로 ‘공간 리모델링’을 고민할 때라는 얘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 비중이 늘면서 산업 구조와 도시 공간 구조의 재구성이 촉진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합니다.

●온돌과 아궁이 분리가 한국 근대화 촉매

저자는 1960년대 우리나라에 석유 곤로가 도입되면서 취사가 난방에서 분리되기 시작한 점을 의미 있게 받아들입니다. 우리나라 집은 온돌(아궁이)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항상 1층이었는데 취사하는 불과 난방하는 불이 분리되면서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주거와 고밀도 도시가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고밀화된 도시가 형성되면서 혜택을 보는 계층은 농업보다 상공업을 하는 사람이고, 이들 계층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 인구구조와 경제구조도 바뀌게 됩니다.

 저자는 “도시의 고밀화는 신흥 계급을 만들고 사회의 민주화와 진화를 이루어낸다”면서 “건축학적으로 유추해보면 도시 고밀화와 사회 진화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역사적 혁명을 예로 들며 독창적인 분석을 내놓습니다. 1688년 영국 명예혁명과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각각 런던에 3·4층짜리 건물, 파리에 6층짜리 건물이 있을 정도로 상인을 중심으로 한 신흥 계급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혁명이 성공했다는 주장입니다. 1894년 우리나라 동학혁명이 실패한 것은 당시 조선 한양에 단층 건물밖에 없는 등 신흥 계급이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다 1987년 6월 항쟁은 성공하는데, 이는 1970년대를 거치면서 보일러 덕분에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이 많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부산은 서울보다 밀도가 높은 도시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도시 고밀화와 사회 진화 간 상관관계가 있다고 가정하면 부산은 산이 많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서울보다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도시로, 진화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기조연설을 하면서 “1945년 광복과 1950년 6·25전쟁을 거치면서 국제시장이 형성됐고, 전쟁통에 전국의 피란민이 부산에 몰리면서 일찍이 고밀도를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지역 산복도로 꼭대기까지 들어선 판잣집이 그런 예입니다. 저자는 개인적 경험까지 덧붙여 설명을 이어갑니다. “1980년대 대학생 시절 부산에 여행 왔다가 숙소에서 TV를 틀었는데 당시 볼 수 없었던 일본 채널이 나와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산은 일찌감치 일본 문화를 수용하는 등 멀티 컬처(문화적 다양성)와 고밀도를 경험한 저력과 부마항쟁이 일어난 것 사이에 관련성이 있을 겁니다.” 부산에 새로운 상인 계층이 생겨나 중산층을 형성함으로써 사회의 민주화 및 진화를 이루는 데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한국에 커피숍이 많은 이유는?

저자는 서울이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커피숍 숫자가 제일 많은지를 흥미롭게 파헤칩니다. 왜 그럴까요?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공원이 없고 길거리에 벤치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입니다. 앉으려면 커피숍에 돈을 내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미국 뉴욕은 걸어서 평균 13분이면 공원에 갈 수 있는 반면 서울은 30분 정도 걸어야 공원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5000원 내고 스타벅스에 들어가고 적은 사람은 1500원 내고 빽다방에 들어가는 바람에 돈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만날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겁니다. 저자는 “뉴욕에서는 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평평한 센트럴 파크에 누울 수 있고. 공원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는 토요일 여름밤에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다”며 “이 도시에서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공통의 추억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공원은 크기가 큰 것보다 많이 분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래야 시민들이 걸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포스트 코로나 아파트의 5원칙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어질 아파트 디자인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합니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저자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디자인 원칙을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1가구 1발코니. 폭이 2.5m가 넘는 발코니를 만들어서 누구나 집에서 사적인 외부 공간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아페르 한강’(서울). 유현준건축사무소가 설계했다. 나무가 심긴 화단을 발코니 아래로 넣어서 발코니를 마당처럼 만든 계획안. 『공간의 미래』 39쪽 캡쳐.
둘째, 소셜 믹스 공원. 아파트 단지의 1층 지면을 적극 개방해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누구나 공원, 상업시설. 문화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셋째, 기둥식 구조. 기존 벽식 구조가 아닌 기둥 구조로 만들어서 바뀌는 시대적 상황에도 재건축 없이 변형해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넷째. 복합 구성. 도시 속에 주거, 업무, 학교 등을 나누어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내에 입체적으로 구성합니다. 작은 위성 학교, 공유 오피스 등을 작게 나누어서 주거와 섞어서 배치한다면 교통량을 줄이고 전염병 전파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섯째, 친환경적 목(나무) 구조 사용. 환경 문제와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포스트 코로나 아파트의 5원칙은 현실과 동떨어져 이상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고 힘주어 말하며 함께 고민하자고 부탁합니다. “소수를 위한 디스토피아가 아닌, 함께 행복한 유토피아는 멀리 있지 않다”고. letitb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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