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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월드<15>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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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어보는 무엇일까.

고문헌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더라도 대부분은 손암 정약전 선생의『자산어보』를 이야기한다. 널리 알려진 데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며『자산어보』는 상당히 익숙하다. 그런데 최초의 어보는『자산어보』보다 11년 앞서 탈고된 담정 김려 선생의『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1803년)다. 동시대를 살았던 두 학자는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사건인 신유박해(1801년)를 겪으며 손암은 흑산도로, 담정은 우해(옛 진해현, 현재 창원시 마산 합포구)로 각각 유배를 떠났다.

   
문절어-문절어(文 魚+節 魚)는 문절망둑이며, 우해이어보에 가장 먼저 등장한다. 담정은 귀양살이로 화병이 나서 잠을 잘 자지 못했는데(患以來長歲無睡 遂成燥疾) 마을 사람들 권유로 성질이 찬 문절망둑을 죽이나 회로 먹으며 화병을 치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담정은 문절망둑에 잠잘 수자를 붙여 수문이라 기록했다. (一名睡 魚+文)
   
보라어(甫 魚+羅 魚)-담정은 현지인들은 보라어를 보락이나 볼락어라 부른다 했다. (土人呼以甫 魚+各 或乶 牛+등불 형 魚) 우리나라 방언에 엷은 자주색을 보라라고 하는데 보는 아름답다는 뜻이니 보라는 아름다운 비단이라는 뜻이다.( 然東方方言 以淡紫色爲甫羅) 라고 했다. 『우해이어보』에 등장하는 경상남도 도어인 볼락 이름의 유래에 대한 기록이다.

손암이 흑산도에서 만났던 바다생물을 실학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묘사해『자산어보』를 저술했다면, 담정은 시인의 감수성 넘치는 문체로 바다생물과 어촌마을 풍경을 은유적으로 서술했다. 손암의 사실적인 묘사 덕분에『자산어보』에 등장하는 바다생물들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지만, 담정이 관찰한 것이 무엇인지를 두고 학자들 간 견해 차이가 생기기도 했다. 한양 양반 담정의 눈에는 1000리 타향 어촌에서 만난 모든 것이 생소하고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기가 직접 보지 못한 것은 주변 사람으로부터 전해 듣다 보니 과장되거나 견강부회식 해석도 있었을 것이다.

한사어-어보에 등장하는 한사어가 어떤 어류인지 의견들이 분분했다. 기자는 담정의 기록을 꼼꼼히 살핀 결과 한사어를 ‘목탁수구리’로 단정했다. 『우해이어보』에 등장하는 기록 중 담정의 자연현상에 대한 관찰력은 한사어 편에 나오는 적조에 대한 기록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담정은 팔구월이 되어서 포수가 갑자기 퍼지면(至八九月胞水暴至) 물고기 무리들은 파도가 밀려오고 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도망치다가 얕은 물가에 와서 죽는다고 했다. (則魚族如潮 牛+牛牛 山崩 驅至淺水而死) 그리고 적조가 드는 해에는 한사어가 많이 잡히고 흉년이 진다고 했다. (寒沙大則歲凶)

어보에는 진해 연안에 서식하는 물고기 53종, 갑각류 8종, 패류 11종이 등장한다. 그런데 대표 종을 소개하면서 근연종이란 이름으로 연관된 종까지 소개하고 있어 어보에 등장하는 생물 종은 어류 81종, 갑각류 8종, 패류 15종에 이른다. 담정은 이에 대해 잉어, 상어, 방어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어류나 해마와 같이 어류가 아닌 것, 아주 작고 가치가 없는 것이나 잘 알 수 없는 것은 제외하고 이채로운 종인 ‘異魚’만을 수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절반이 넘는 39종에 대해서는 ‘우산잡곡’이라는 칠언절구의 자작시를 남겨 당시 그가 보았던 남해안의 풍물을 기록으로 남겨 『우해이어보』의 인문학적, 문화 사회학적 가치를 더욱 높였다.

호사는 문어를 말한다.

『우해이어보』에는 당시 어촌 풍습을 담은 담정의 자작시 칠언절구 39편이 전해지고 있다. 이중 상당히 해학적인 시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문어를 나타내는 호사(魚+高 魚+뿔범 사 ) 편이다. 담정은 마을 처녀와 정분이 난 파계승의 빡빡 깎은 머리를 문어 대가리로 생각했는지 야행성인 문어가 야밤에 물 밖으로 나와 배회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치 머리를 깎은 파계승이 연상되었는지 다음과 같은 칠언절구를 남겼다.

밤 깊어 물속에 달빛 잠기고 (夜靜谷沈月色美)

호제는 이끼 돌에서 달 그림자 희롱하고 (魚+高 蹄弄影鬧苔磯)

시골 처녀 정분난 중이 온 줄 알고 (村 가닥 아(Y) 錯認情僧到)

황급히 마루 내려가 사립문 열어 보네 (忙下空床啓竹扉)

담정은 『우해이어보』를 저술한 이유를 “뒷날 성은을 입어 살아서 돌아가면 농부나 나무꾼들과 더불어 논에 물을 대고 밭에 김을 매는 겨를에, 이곳 먼 지방의 풍물을 한갓 늙은이들의 이야깃거리로 삼으려는 것뿐이지 감히 박물학적 지식에 만 분의 일이라도 더 보태려는 것은 아니다”고 소박하게 밝히며 후학들의 해석의 차이를 포용하고자 했다.

침자어(沈子魚)-침자어를 두고 어떤 종의 어류인지 학자들 간 의견이 나뉘었다. 기자는 담정이 가라앉을 침(沈) 자를 쓴데다 넙치처럼 눈이 나란하다는데 주목해 침자어를 양태로 단정한다. 가자미나 넙치처럼 눈이 나란하게 붙어 있는 양태는 부레가 퇴화되어 바닥면에 납작 엎드려 살아간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담정은 이 어류에 ‘가라앉을 침(沈) 자를 붙였을 것이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침자어에 독이 있다 (有大毒)는 서술인데, 양태의 찌그러진 눈이 흉하게 보여서 독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담정은 생긴 모양이 가지런하지 못하거나 색깔이 요란한 바다동물인 양태, 개복치, 군소, 농게 등에 독이 있어 먹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녹표어-우해이어보에는 부산 동래시장이 두 번 등장한다. 19세기 초 동래시장이 부산을 포함한 경상남도 지방에선 최고의 시장이었으며 이곳에서 왜(倭)와의 무역이 성행했음을 짐작케 한다. 담정은 사람들이 철갑상어로 추정되는 녹표어를 잡으면 그 부레를 동래시장에 가지고 가서 왜 상인들과 밀거래를 하거나, 구워 먹어 버린다고 했다. 그리고 한양에서온 상인에게 팔지 않는데 이는 관가에 압수 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다라며 당시의 풍속을 전하고 있다.

기자는 20여 년 전 『우해이어보』를 처음 접한 이후 10여 차례 탐독했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담정의 글은 2300여 회에 이르는 수중탐사 경험이 쌓이면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담정의 글 중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던 차 2018년 한 달간 회사를 휴직하면서 담정이 유배 생활을 했던 경남 진동면 고현리를 찾았다. 담정이 마주했을 바다를 바라보며 담정의 처절했을 심경이 가슴을 울렸다. 『우해이어보』를 다시 읽어 내려갔다. 과거 이해하지 못했던 한자어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19세기 초 진해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어촌 풍경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담정의 심정으로 돌아갔던 2018년 여름, 『우해이어보』 해석에 매달렸던 치열함에 담정에 빙의된 감성이 더해지면서 2019년 겨울, 기자의 12번째 저술인 『19세기 초 담정은 무엇을 보았나』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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