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한전)가 매달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전력 판매량’은 전기를 어디서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경기 활력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특히 산업용 전력, 그 중에서도 서비스업이나 제조업 분야의 전력 사용량(판매량)은 현재 경기가 활성화되고 있는지, 아니면 침체 상태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다.

	전력거래소 상황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었던 지난 3월 중순. 기자는 부산 중구에서 한식집을 운영 중이던 김모 씨와 만났다. 그는 지역 내 소비 심리가 급속히 위축돼 손님 발길이 줄어들자 인건비와 전기요금을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가게 문을 오후 특정 시간에만 열기로 결정했다. 당시 그는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탄식했다.

실제로 한전에 따르면 지난 3월 부산지역 서비스업에서 사용된 전력 사용량은 총 67만5111MWh(메가와트시)로 2019년 3월(68만9707MWh)보다 2.1% 줄었다. 전력 사용량이 통상 1% 넘게 떨어지면 상당히 큰 감소세로 인식된다. 1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완연한 회복세’다. 다만 전력 사용량 하나만 갖고 지역 전체의 산업 흐름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3일 국제신문이 한전의 ‘전력통계속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부산의 전체 전력 사용량은 165만4340MWh로 지난해 4월(160만7069MWh)보다 2.9% 증가했다.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67만1163MWh에서 70만7416MWh로 5.4% 늘어난 것을 비롯해 일반용(3.6%)과 교육용(27.2%) 전력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주택용 전력 사용량은 1.9% 감소했다. 다만 이는 역설적으로 외부 활동 증가를 의미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전국을 엄습했던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재택 근무 확산 등으로 주택용 전력 사용량이 증가세를 유지했었다.

누계 기준도 마찬가지다. 올해 1~4월 부산의 전체 전력 사용량은 693만5447MWh로 지난해 같은 기간(689만1827MWh)보다 0.6% 늘었다.

제조업에서의 사용량 증가도 두드러졌다. 지난 4월 부산 제조업의 전력 사용량은 60만2824MWh로 지난해 4월(56만5610MWh)보다 6.6% 급증했다. 부산지역 전체 전력 사용량 증가율(2.9%)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제조업 등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늘었다는 것은 공장·가게가 그만큼 활력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종별로는 식료품업의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 4월 4만401MWh에서 올해 4월 4만3647MWh로 8.0% 급증했다. 이 밖에 ▷화학(6.2%) ▷자동차(5.8%) ▷1차 금속(3.3%) 등의 업종도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