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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 게시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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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재 사립대학을 다니는 최모(26) 씨는 오는 8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기 중 휴학을 한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여름 졸업생’이 된다. 졸업이 임박한 학생들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최 씨도 여러 고민 탓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그는 “머리 속에 잡념이 많다”고 푸념했다.
최 씨의 가장 큰 고민은 물론 취업이다. 졸업을 두 달 여 남겨 놓은 상황이지만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가 서서히 극복되고 있다’는 기사·보도는 먼 나라의 일 같다. 통계 지표만 개선됐을 뿐 실질적인 취업 전선에서는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최 씨의 주장이다.
두 번째 고민은 ‘학자금 상환’이다. 최 씨는 재학 시절 정부로부터 ICL(Income Contingent Loan), 즉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을 빌렸다. 하지만 취업이 안 되니 대출금을 제때 못갚을 가능성이 크다. 최 씨는 “졸업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내 집 마련이나 결혼 등 미래 지향적 계획 수립보다 ‘대출 상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부산지역 청년층의 ICL 체납액과 체납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대학 때 정부로부터 빌린 학자금을 졸업 이후에도 갚지 못하는 ‘학자금 푸어(poor)’가 늘었다는 의미다.
20일 국제신문이 ‘국세통계포털’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부산의 ICL 총체납액은 39억2300만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말(34억5700만 원)보다 13.5% 증가한 것이다. 5년 전인 2015년 말(9억7300만 원)과 비교하면 4배나 급증했다.
ICL은 한국장학재단이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준 뒤 취업 등으로 소득이 생기면 의무적으로 원리금을 갚게 하는 제도다. 국세청이 소득에 따른 의무 상환과 장기 미상환자 관리 등을 맡는다. ICL 체납액이 늘었다는 것은 이 같은 ‘의무’를 지키지 못 한 사례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납 건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의 ICL 체납 건수는 3476건을 기록했다. 2019년 말(2995건)보다 16.1%늘며 처음으로 3000건을 넘어섰다. 2015년 체납 건수는 1369건이었다.
부산의 ICL 체납액과 건수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등에 따른 청년층 고용 쇼크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직장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설령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고용의 질이 낮은 직종에 주로 근무하다 보니 ‘학자금 푸어’가 될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15~29세 인구의 실업률은 10.6%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4번 째로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부산의 전체 실업률은 4.2%였다.
학자금 푸어의 급증세는 단순히 돈을 못 갚은 상황에 머물지 않는다. 학자금 상환에 부담을 느껴 결혼 등 미래 설계에 여유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