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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7-하> 박원욱병원③

“협착증은 내시경술 안 될까” 역발상으로 재확립한 UBE(양방향 내시경 수술), 국내외 공유

  • 배길남 소설가
  •  |   입력 : 2021-05-25 18:52:1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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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상규 병원장 10년간 연구 매진
- 최소침습내시경술 적용범위 확장
- 척추 근육 최대한 보존 가능해져

- 작년 복지부 공식 수술코드 받아
- 방식·기법 독점 않고 모두 공개
- SNS로 전 세계 수술 생중계도

- “연대와 공생의 삶 영향력 퍼지길”
- 불신의 시대 환자와의 신뢰 강조
- 선한 의료 나누는 소신 지켜나가

   
현재 국내 정형외과에서 협착증 수술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UBE(양방향 내시경 수술)는 손상규(빨간색 원 안) 병원장의 작품이다. 손 병원장은 이를 개인적인 이익 대신 무료로 국내외 의사들에게 공유했다. 손 병원장이 UBE를 배우러 온 국내외 의료진에게 수술을 시연하고 있다.
■한계에서 벗어난 사고와 실천

“신체 중 가장 고생하는 기관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양방향 내시경 수술(UBE·Unilateral Biportal Endoscope)의 확립자로 알려진 박원욱병원의 손상규 병원장. 척추수술이 UBE를 통해 얼마나 더 발전되었는지를 묻자 대뜸 이런 역질문이 돌아왔다. 척추 분야 전문의의 질문이니까 척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심장이 첫 번째고 척추가 두 번째 아니냐고 답했다. 그러자 잘 맞췄다고 칭찬하는 손 병원장. 얼떨결에 칭찬을 받아 볼이 발개진 소설가에게 다음 질문이 날아왔다.

“그럼 그 둘 중 항상 관리받지 못하는 기관이 어디일까요?”

당연히 척추. 답은 벌써 정해진 것이리라. UBE의 발전을 묻는데 척추 관리에 대한 얘기라. 어쨌든 손 병원장의 말을 계속 경청하기로 했다.

“UBE는 하나의 내시경으로 시술하던 한계에서 벗어나 척추수술의 영역을 크게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결국에는 질환의 결과물인 병만 처리하는 다른 한계 속에 갇힌 셈입니다. 저는 병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것이 의술의 ‘발전’이라는 말과 통하는 것 같아요.”

거침없는 답은 질문에 맞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답을 듣다 보니 어느새 의문은 해소되고 더 넓은 영역에 대한 혜안이 펼쳐졌다.

“척추는 우리 몸에서 가장 관리받지 못하는 기관이에요. UBE는 힘을 쓰는 근육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기법입니다. 게다가 개복이 아닌 최소침습으로 환자의 수술 데미지를 적게 하고 영상으로 확인까지 시켜줍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를 더욱 높일 수 있어요. 수술 이후, 척추치료가 아닌 척추관리와 더 좋은 인연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저는 이 부분이 UBE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UBE는 앞서 말한 대로 단일 내시경으로 이뤄지던 최소침습 척추수술의 적용 범위를 한없이 확장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아무도 생각지 못하던 상상의 영역에서 비롯됐다. “제가 어느 상황이든 순간 뇌리를 스치는 것에 대한 대결 의식이 좀 있거든요. 내시경 하나는 되는데 둘은 왜 안 되지. 협착증 수술에서 한 손이 아닌 양손을 쓰면 그 범위가 넓어질 텐데. 근데 이건 사실 신기술이 아니라 사장된 기술에 의미를 부여해 재확립한 거죠.”

손 병원장의 머릿속에서 불현듯 스친 질문은 가설이 됐고, 그것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것은 10년이라는 개척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먼저 길을 개척하는 이는 온몸으로 풍파를 맞게 마련이다. 손 병원장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UBE를 하나의 세부수술 분야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를 위해 자비로 수천만 원 하는 고주파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실험실을 빌려 관련 연구원들과 돼지로 수술을 해본 것도 여러 차례였다.

세부적인 수술 기법의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의료법의 법적 허가까지 진행해갔던 그의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입과 눈을 점점 커지게 한다. 지금 전국 정형외과·신경외과에서 널리 하는 바로 그 ‘UBE’가 손 병원장의 호기심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몇이나 알까.

   
박원욱병원 ‘UBE 아카데미’에서 트레이닝 코스를 마친 외국 의사들과 함께한 박원욱병원 의료진들. 뒷줄 왼쪽이 박원욱 대표병원장, 뒷줄 오른쪽 세 번째가 손상규 병원장.
■페이스북으로 UBE 수술 생중계

장삼이사는 흔히 처음 만든 것이라면 ‘특허’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 생각의 기저에는‘먼저 발견하고 먼저 발명해서 돈을 번다’는 자본과 경쟁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터놓고 말해서 그 특허가 인류에게 어떻게 소용되는지,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그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적은 세상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간다.

손 병원장이 확립한 UBE 기법은 지난해 6월 드디어 보건복지부가 기준 신설을 고시했다. 공식적으로 수술 세부 코드를 부여받은 것이다. 그럼 그 특허나 권리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국내 UBE 연구회 초대 회장을 거치면서 수술 방식과 기법은 모두 공유했어요. 학회를 통해 학술 활동도 하고 회원 간 교류를 통해서도 더 널리 알렸어요. 2018년부터는 ‘박원욱병원 UBE 아카데미’에서 수술 과정을 공개 강의하고 있어요. 지금도 국내외 척추 의사들이 배우러 와요. 직접 못 오는 의사들을 위해 격주로 페이스북(EndoSpineMax)에서 수술 시연을 중계도 합니다. 참, 내일 오전 10시네요. 벌써 스물한 번째에요.”

처음엔 뭔 소린가 싶어 멍해졌다. 이건 뭐 살짝 바보 같을 정도니까.

“원래 의료기술은 특허가 없어요. 의료기술을 행하기 위한 허가가 있을 뿐이죠. 저는 ‘공배수’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각자 침범하지 않는 공존이란 게 있는 거죠. 저는 제 역할을 다했고 그것이 공배수가 되어 선한 영향력으로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병원에 오기 전 손 병원장의 별명 중 하나가 ‘약사여래(藥師佛)’라고 들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그렇다면 그가 자신을 칭하는 다른 별명인 ‘경북 촌놈’은 어떻게 된 것일까.

■공배수에서 선한 의료 나누다

   
손상규 병원장은 격주로 UBE 수술을 페이스북에서 생중계한다. 사진은 촬영 모습.
손 병원장은 경북 의성 출신이다. 촌에서 공부 잘하면 그렇듯 인근의 명문 안동고로 유학을 갔다. 할머니, 동생도 함께.

“정말 공부만 했어요. 학교에서 먹고 자고, 아침에 잠깐 집에 다녀왔으니까. 나중에는 선생님들이 저 때문에 교무회의를 따로 열었다고 해요. 저놈 어떻게 하냐고. 그런데 교장 선생님이 그랬다는군요. “그냥 놔둬라. 나중에 큰일 할 줄 어떻게 아느냐.” 그 얘기를 최근 우연히 안동고 친구들을 통해 들었단다.

손 병원장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좋아한다고 했다. 주인공 검프는 순수하게 달리기가 좋아 끝도 없이 달린다. 손 병원장의 모습과 어딘가 겹치는 모습이다. 그는 달리기를 위한 필드를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택했다. 이유를 묻자 “시커먼 이 얼굴에 아직도 남은 경북 사투리 억양으로 어떻게 서울로…”라며 겸양을 표한다. 하지만 이내 박원욱병원으로 왔던 이유를 진지하게 설명했다.

“아까 말했던 공배수를 떠올리면 됩니다. 전체를 위한 것이기를 원하는 제 소신과 박원욱 대표병원장님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죠. 국내 최고 척추전문의 박원욱의 노하우와 저의 UBE 기법이 합쳐 디스크와 협착수술에서 척추 변형수술로까지…. 스타디하며 간혹 던지는 대가의 한마디에 저는 큰 영감을 받습니다. 지금도 아직 못 다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지요.”

손 병원장은 자신의 천직이 의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렇다고 항상 세뇌해 왔다고 한다. 박원욱병원의 UBE팀은 아침마다 모여 그날 수술할 환자의 증상을 하나하나 살핀다. 모든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의료행위는 항상 당사자에게 맞춤형이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무렵 그는 자신의 손을 다시 들었다.

“의료에선 성공률, 불량률이란 말을 할 수 없어요. 의료는 항상 한 환자에 해당하는 하나의 상황인 겁니다. 한쪽이 커진 내 손이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봤자 뭐하노?’가 아니라 ‘이게 바로 내가 살아온 세월인 거라’하고 말이지요.”

그랬다. 불신의 시대에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이야기하는 의사 손상규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저 크기가 다른 손 때문인지도 모른다.

3주간 풀어나간 박원욱병원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것은 지역의 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노력으로 달려왔던 박원욱·손상규란 두 인물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박원욱병원이 척추치료센터를 벗어나 척추건강관리센터로서 더욱 거듭나 발전하기를, 그리고 지역의 일가를 이루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배길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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