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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비즈니스 <9> 하동 야생녹차

친환경으로 키운 ‘왕의 진상품’…감칠맛으로 세계인 사로잡다

  • 국제신문
  • 이완용 기자
  •  |  입력 : 2021-04-18 19:00:0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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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개골 한국 야생차 문화 성지
- 봄철 기온차 커 최적의 재배환경
- 사람 손길 줄이고 자연농법 키워
- 차 시배지로 1200년 역사 자랑

- 데아닌·카테킨·총질소 함량 높아
- 2018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 올해 6개국에 127t 수출 목표
-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에 납품도
   
하동 야생녹차의 주 재배지인 화개면의 한 차밭에서 주민이 햇찻잎을 따고 있다. 하동군 제공
경남 하동군은 지리산 자락인 화개골을 중심으로 자생하는 야생차로 유명하다. 신라 흥덕왕 때 화개동천 쌍계사 주변에 처음으로 차를 심어 가꾼 이래 이제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차 문화의 성지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중국 ‘다경’에는 ‘돌 틈에서 자란 차가 으뜸’이라 했고, 최고의 농서(農書)인 중국 ‘만보전’에서도 ‘골짜기에서 자란 차가 으뜸’이라 했는데, 이를 두고 동다송(東茶頌)에서는 “화개동천의 차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췄으니 으뜸 중의 으뜸이다”고 극찬했다. 다성(茶聖)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도 이곳에서 다서(茶書)인 ‘다신전’을 지었다. 최고의 환경에서 자란 1200년 역사의 하동 녹차는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며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최적의 환경에서 친환경 자연농법

   
채취해 덖기 전의 햇찻잎. 하동군 제공
우리나라 차 시배지자 대표적 전통 수제 차 생산지역인 화개면은 해발 1200m가 넘는 지리산 자락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쪽으로는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나기 때문에 안개가 잦고 다습하다. 차를 생산하는 시기인 봄철에는 밤낮의 기온 차가 큰 최적의 재배환경을 갖췄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남향의 산간지가 많으며 점토 구성비가 낮은 마사질 양토여서 품질이 우수한 차나무 생육에도 이로운 여건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1300㎜ 내외로 차나무 재배에 적합하며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연중 마르지 않는 화개동천이 휘돌아간다. 이곳은 산이 많고 평지가 적은 불리한 자연환경에도 1200년간 자연농법을 이어오고 있는데,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재배관리가 특징이다. 손으로 한 잎씩 따서 모으는 채다(採茶)와 낙엽이나 산야초 등을 친환경 퇴비로 이용하는 풀 비배 등의 농사법은 현재까지도 계속된다. 여기에다 바위와 돌 틈에서 자라는 차 나무는 산세와 조화를 이뤄 야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재배조건으로 인해 성분은 물론이고 맛과 품질이 우수해 삼국시대부터 왕에게 진상된 ‘왕의 녹차’로 알려졌다.

■감칠맛 강한 하동 야생차

   
덖음 차를 우려 마셔도 찻잎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다. 곡우를 앞둔 이 시기에 따서 만든 차를 우전이라 하여 최고로 친다. 하동군 제공
하동 야생차는 다른 지역 야생차나 개량종 재배차보다 총질소와 데아닌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강하며, 카테킨과 비타민C의 함량도 높은 편이다. 소엽종으로 중국차나 일본차와 형태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유전인자의 차별성은 뚜렷하다. 이는 하동이라는 공간에서 1000년 이상 독립적으로 진화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하동 야생차는 채취하는 시기에 따라 붙여진 이름도 여러 가지다. 청명(4월 4일) 이전에 수확하는 명전(明前)은 솜털이 보송보송할 정도의 어린잎으로 만들고, 곡우(4월 20일) 이전에 만들어지는 우전(雨前)과 입하(5월 5일) 이전에 따는 세작(細雀)도 귀하게 여긴다. 그 이후에 생산하는 중작(中雀)과 말작(末雀), 상품 원료로 쓰이는 여름녹차도 있다. 화개에서는 손으로 따서 무쇠솥에 덖는 전통 덖음 방식을 고수하는데, 250∼350도 고온의 가마솥에서 찻잎을 태우지 않고 덖는다. 덖은 녹차는 유념(비비기) 과정을 거치는데, 빨래판에서 빨래하듯이 멍석 위에서 ‘밀고 당겨서’ 비비기를 하는 방식이다. 홍차인 발효차는 ‘잭살’로도 불리는데, 찻잎을 비벼서 부뚜막이나 온돌에 말린 차다.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전승되어온 잭살차는 선조의 지혜와 숨결이 배어있는 ‘전통 민속차’다. 어려서 배가 아프거나 감기에 걸리면 할머니들이 잭살차에 돌배나 꿀 등을 넣은 탕으로 끓여 사용한다. 지금도 이런 전통이 고뿔차 형태로 남아 있다.

■세계인 주목받는 하동 녹차

   
하동 야생녹차의 주 재배지인 화개면에서 한 주민이 햇찻잎을 정성스레 비비고 있다. 이완용 기자
올해 하동군에서는 화개면과 악양면 일대 921 농가가 627㏊에서 1020t을 생산해 200여억 원의 소득을 예상한다. 하동 전통차 농업이 2018년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홈페이지에 소개되고,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자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차에 대한 지역민의 자긍심과 애정도 높아졌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인증 농가가 80%에 이를 정도로 고유의 차 농업환경과 문화를 보전·계승해온 데 대한 자부심이 높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하동 전통 차 농업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올해 소비자가 뽑은 최고의 브랜드’ 대상에 선정됐다. 그동안 차 생산 농가와 가공업체, 녹차 연구소 등이 1200년 역사의 전통 차를 보전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를 인정받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하동 야생차가 알려지자 구매와 수출 상담, 교류 협력, 관광, 연구 등이 늘어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차의 본고장이라는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미국 대만 등 17개국 300여 명의 해외 관계자들이 하동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녹차 수출도 지난 한 해 약 62억 원(555만 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미국의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를 비롯해 독일 캐나다 호주 등 6개국에 총 127t을 수출할 계획이다. 그만큼 하동 녹차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전통 농법으로 생산된 야생 녹차를 세계인의 기호와 입맛에 맞추면 얼마든지 미래산업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며 “내년 하동에서 개최할 세계 차 엑스포는 우리나라 녹차 산업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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