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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6> 오션엔텍

‘헬서울’ 박차고 바다의 땅 부산으로 … 선박부품 수출의 꿈 일구다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  |   입력 : 2021-04-13 19:35:5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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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해화 대표 고교 졸업 후 日유학
- 알바·공부 병행하며 여관 신세도
- 서울 취업, 집세 등 녹록지 않아
- 부산 귀환해 선박회사서 새 도전

- 영어 욕심에 당차게 런던으로
- 귀국 후 3년 간 조선업 경험 다져
- 부품 제조업체 창업 꿈 이루고
- 2019년 ‘삼백만 불 수출 탑’도

   
송해화(왼쪽 세 번째) 오션엔텍 대표가 2년 전 발주를 받아 위탁생산해 처음으로 출하한 초도품 검사를 위해 방한한 일본 고객사 관계자들에게 제품 및 공장설명을 하고 있다.
■미리 알아챈 ‘헬서울’

㈜오션엔텍 송해화(54) 대표. 한국무역협회 부산전문무역상사회 사무총장 등을 맡고 있기도 하다. 롤모델이 될 만한 여성기업인을 찾아 청춘과 여성시대의 등대를 켜고 싶어 수소문했다. 막상 인터뷰를 요청하니 단번에 거절. 와인 잔을 기울이며 뜻을 설명해도 완강해 두 달을 설득(사정)했다. 겨우 동의받아 인터뷰를 시작하니 어라, 그런 세대가 아닌데 약간의 신파적 요소도 있다. 탁월한 선택! 하지만 신파, 라떼 아니니 청춘, 여성시대 독자께서는 특별히 주목하시라.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학교는 부산에서 다녔다. 다복한 어린 시절, 중학교 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 졸업 후 취업하려고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막상 졸업하니 생각이 달라졌지만 솔직히 바라는 대학을 진학할 성적은 아니었다. 유학을 생각했다, 감히. 미국에 신세질 수 있는 친척이 있었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일본을 택했다. 오직 가까워서. 그래야 엄마 아빠 보고 싶으면 찾기 쉬우니까.

일어학원 6개월 다니고 유학시험을 쳤다. 그때는 자비유학도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출국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합격. 도쿄에서 1년 과정의 외국어전문학원 일본어과에 등록했다. 일단 말문부터 터야 하니까. 선불 조건인 수업료 내고, 달랑 20만 엔 들고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갔다. 작은 여관방 하루 숙박비 3000엔, 금세 노숙자 될 판이다. 용감한 해화 씨, 초보 수준 언어로 3일 만에 집(방)을 세 얻었다. 중계업자 수수료, 보증금과 몇 달 치 월세 선불(전세가 없는 외국은 대부분 그렇다) 내고 나니 이젠 굶어야 할 처지. 기어이 발바닥 품으로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시급 600엔.

체중이 30㎏대를 넘볼 정도로 열심히, 바쁘게 살았다고만 하자. 외국어전문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2년제 여행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여전히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졸업하자 아, 일단 집이 그리웠다. 귀국해 남들처럼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국내 재벌기업, 외국계 회사 등에 합격했다. 야무진 해화 씨, 월급을 따져보니 부산보다 10만 원쯤 많기는 했다. 그런데 다락 같은 집세를 계산하면 회색 미래가 아닌가. 일본에서도 ‘헬(hell)’을 살았는데 또 왜! 그때 벌써 ‘헬서울’을 깨우쳤으니, 해화 씨는 현명하다.

■부산에서 바다를 뒷배로 창업

   
뒤늦게 배운 바이올린 연주는 삶의 활력소다. 오른쪽 두 번째가 송해화 대표.
남들 목매는 서울 회사 내던지고 부산으로 귀환한 해화 씨. 먹고 살아야 하니 일단 일본어 강사와 통·번역 일을 하던 중 사랑을 만난다. 청춘인데, 사랑에 머뭇거려서야! 1993년 중학교 선생님인 ‘그이’와 웨딩마치를 울린다. 축복의 선물인가, 1994년 6월 ㈜종합해사기술에 입사한다. 우선 서울 면접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크다’ ‘경상도 사투리가 심하다’ 따위의 이질감은 피차 없으니 살맛 나더라나. 그런데 이 회사는 선박기기를 제조, 수출하는 회사다. 물론 영업부 신입이기는 했지만 선박, 그것도 각종 기기를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그까이꺼 배우면 될 일, 작업복 입고 선배들 따라 현장을 누볐다.

입사 이듬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출산했다. 고향이니 친정어머니 육아도움을 받으며 회사생활을 계속했다. 전공을 살려 일본 업체를 주로 담당하며 유럽과의 영업업무도 겸했다. 6년을 근무하고 일단 퇴사. 그동안 꾸준히 영어공부를 했지만 잘 늘지 않았다. 내친김에 본토에서 배워보자!

당찬 해화 씨, 2000년 1월 영국으로 날아가 런던 사우스템즈컬리지 1년 어학연수과정을 밟는다. 생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하지 않고 공부만 한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다나. 그 말에 괜히 듣는 이 코끝이 찌릿. 8월에 방학한 남편이 딸과 런던에 왔는데 눈물이 ‘뿅’ 나며 향수병이 생기더란다. 1년 뒤 영어에 자신감도 생겼으니 귀국하려는데 앞선 회사에서 근무하며 이메일과 전화로 친해진 네덜란드 회사의 일본인 친구가 현지 취업을 권했다. 덕분에 암스테르담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나 사랑의 향수병으로 7개월 만에 귀국했다. 이미 뜻을 품은 해화 씨, 2년 반쯤 선박관련 업체 3곳에서 근무하며 돌다리를 두드리고 비전을 다듬은 뒤 2004년 2월, 드디어 오션엔텍을 설립한다.

■현실에의 정직한, 당당한 대면

   
창사 18년 동안 수상한 수출의 탑.
미리 계획을 세워 사는 인생이 얼마나 될까. 계획을 세운들 그대로 되는 인생은 몇이나 될까. 특별한 능력이 있어 정한 길에 들어서도 느닷없이 불거지는 복병에 낭떠러지로 떠밀리기도 한다. 그러니 인생은 맞닥뜨리는 순간의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리라.

송해화. 어린 중학생에게 아버지의 부도는 꿈의 물거품이었을 것이다. 그 난관에서 선택한 것은 민생고에 대응하는 실업계 진학이었다. 졸업 후 유학은 외면이거나 변심이었을까. 실업계 고졸의 급여로는 길이 보이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러니 도약의 결심으로 봐야 할 일이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명철한 판단과 정직한 결정은 무엇이었을까. 그 시절 벌써 ‘헬서울’을 간파한 밝은 눈 아니었을까. 그럼 정직한 결정은. 그건 가족으로서의, 강요 아닌 스스로의 책임을 정직하게 대면한 것이리라.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었을까. 모를 일이지만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 있다.

설득하느라, 이야기를 듣느라 몇 차례 만나며 고개를 갸웃한 부분이 있다. 주변을 통해 들은 경제적 여유와 달리 명품이나 화려한 장신구는 보이지 않았다. 슬쩍 에둘러 물으니 디자인과 컬러가 마음에 들면 비싼 옷과 장신구도 산단다, 가끔. 다만 남의 시선을 의식해 브랜드나 보석의 명망에 연연하지 않을 뿐.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담백함의 당당함이다. 그렇게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성정이라면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었을 듯싶다.

소위 전통의 명문가라 불리는 집안의 사람을 좀 안다. 일정한 직(職)에서 과오 없이 물러나 자신의 내면을 채우며 원로로서 품위를 유지하는, 넘치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가운데 드러내지 않은 나눔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귀감이 되는 분들 말이다. 물론 아직 젊은 해화 씨에게는 과한 비유다. 그래도 당당히 현실에 대응할 뿐 거품의 명성에 연연하지 않는 그의 선택들은 오늘 ‘지역’을 ‘지방’으로 여겨 안달하는 이들에게 생각의 여지가 되겠기에 오버 좀 했다.

아무튼 2월에 회사를 설립한 해화 씨, 3월에 첫 수출 대행 오퍼를 받는다. 선박용 특수우레탄 바퀴 등 155만5000엔. 작은 시작이었지만 얼마나 애를 태우고 설렜으면 여태도 그 액수를 기억할까. 바다의 땅 부산에서, 바다를 누비는 선박 부품으로 스타트한 오션엔텍은 선박 관련으로 두 차례 ‘백만 불 수출의 탑’에 이어 2019년에는 ‘삼백만 불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인생 ‘운칠기삼’이라던가. 굳이 운을 찾자면 이름 가운데 ‘해’가 ‘바다 해(海)’이고 바다의 땅에서 살아서 받은 운인가. 어쩌면 운명일지도. 아무튼 부산이어서 가능하지 싶다.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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