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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4-하> 선보공업③

진심 담아 나누고 가족처럼 대하니, 하늘도 돕는 자 돕는다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  |   입력 : 2021-03-30 19:07:0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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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금식 회장 지인 살뜰히 챙겨
- 자금 부족 겪을 때 도움 받기도
- 직원도 서로 보듬고 함께 성장

- 자녀 출산·양육 지원 등 중요시
- 중기 첫 가족친화기업 인증도

- 2013년 시작 ‘선보등대 사업’
- 우간다·인도 등 초등학교 건립
- 초심 그대로 ‘나눔의 부’ 이어

   
선보공업의 나눔의 요람 ‘선보등대 사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우간다에 Acholi Nyek 커뮤니티 초등학교를 설립한 후 그곳 학생들과 함께한 최금식 회장.
■운 좋은, 느긋한 성장

옛날 어머니들은 모두 자신의 인생은 소설 몇 권 감이라 했다. 굴곡진 고난의 삶이었으니 어찌 그렇지 않으랴. 그렇다고 사내들의 삶은 만만했을까. 가족과 사회 나라 걱정까지 어깨에 걸머졌으니 아버지의 술잔에는 눈물이 9할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선보공업㈜ 최금식 회장의 인생을 더듬어보면 슬며시 웃음이 머금어지기도 한다.

경남 김해가 고향인 최금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한다. 교육열 높던 아버지가 할머니와 함께 보내 과외교습소까지 다니게 한 것이다. 그런데 어린 최 회장, 공부보다는 새로운 세상과 만화책에 빠졌다. 결과는 중학교 진학 실패. 본인은 재수를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김해로 데려와 중학교에 진학시킨다. 실패의 쓴맛을 봤으니 열공? 무슨, 이번에는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려 동시상영 영화관을 들락거린다. 진로에 대한 생각도 별반 없었다. 고등학교 입학 무렵 부산의 한독직업학교에서 특별전형으로 학생을 모집한다니 응시했다. 전교 5위권은 돼야 하는 12대 1의 경쟁률에도 덜컥(?) 합격한 건 운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독일 유학 특전 같은 것도 있었으니 그에 끌린 것이냐 물으니 전기(前期) 전형 전에 있는 거라 합격하면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였단다. 참…. 배관과로 반 배정이 되었지만 생각지도 않은 기술교육이라니. 성적은 바닥이고 졸업 때까지 평균 3개 이상을 따는 자격증도 달랑 배관3급기사 하나. 결국 그 자격증으로 졸업한 뒤 부산의 한 호텔 보일러실에 취업한다. 거기서도 설렁설렁. 그런데 반전의 계기가 생긴다. 어느 날 보일러실 실장이 부인이 집을 비웠다며 데려갔는데 마흔 살 넘은 그의 셋집 형편을 보는 순간 아, 나의 마흔도 이리되겠구나 정신이 번쩍하더란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진학을 준비했는데 또 실패.

이번에는 고모부에게 500만 원을 빌려 담배케이스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의 활용이었지만 완전 폭망. 전당포 하는 친구아버지에게 빚까지 졌다. 그러다 징집영장이 나오자 친구아버지를 집에 모셔가 아버지에게 차용금 변제를 부탁하고 도망치듯 입대했다. 어디에서 오늘의 선보가 그려지는가!

■치열한 노력, 책임

   
2018년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선보기업 최금식 회장. 월드클래스 300 선정 기업은 정부가 잠재력과 혁신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입대 이후 취업과 이직, 창업, 기술 개발 등 오늘의 선보까지는 지난 회에 대략 이야기했지만 우여곡절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 자금 부족 등등 많은 기업인이 겪는. 고난이 아니라 우여곡절이라 표현한 것은 그때마다 직장 상사였던 분이 퇴직금을 담보로 제공해주거나, 차용증도 없이 돈을 빌려주는 사람 등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기며 한 번도 엎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노력이야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굳이 더듬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일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운이 좋아 보이고 부럽다. 슬쩍 “선대에서 음덕을 많이 쌓으신 모양입니다” 물으니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야박하지는 않으셨다” 답한다. 그 정도로…?

그의 행보를 다시 꼼꼼히 살폈다. 자신의 노력에는 지독했지만 사람 관계에서는 너그럽고 살뜰했다. 두 번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직원과 거래처 사람이 각각 회사 차량으로 낸 것인데 사망사고도 있었다. 사장으로서 책임이야 있지만 경영자로, 가장으로 현상을 지키려면 몸을 사릴 법도 한데 가진 걸 탈탈 털어 합의를 봐 도리를 다하고 허덕였다. 성장기 직원들의 대담을 들으면 그들 모두를 그야말로 식구처럼 보듬었다. 늦은 야근이 끝나면 자신의 소형승용차에 태워 일일이 집까지 데려다주고, 통닭이라도 사서 들어가라며 지갑을 털었다. 근로조건 같은 건 느슨했고, 오히려 일거리가 없으면 직원들이 먼저 불안해하던 시절이었다. 최 회장의 노력과 정성에 직원들 모두 형제와 가족이 되어갔다.

나눔과 베풂. 말은 쉽고 흔하다. 그렇지만 진정한 나눔은 그 양이 아니라 진심이 배어있어야 공감을 얻고 배가된다. 결례가 되겠지만 최금식 회장과 마주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얼굴에 천진한 장난기가 어른거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일흔 나이에 천진함은 흔치 않은 경우다. 어린 시절의 그 느슨함이나 여유도 결국 선대의 너그러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 마음에 맺힌 한(恨) 같은 것은 없으니 순리를 따라 노력을 다하면서도 그악스럽지 않았기에 여전히 맑은 기운으로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것이리라.

■변하지 않는 초심, 나눔의 부(富)

   
국제신문 마라톤 대회 후 직원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 하고 있는 최금식(왼쪽 첫 번째) 회장과 아들 최영찬(〃 네 번째) 씨.
돈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작은 돈에는 흔들리지 않다가도 큰 부로 쌓이면 대부분 달라진다. 아니, 변화는 당연하고 변해야 한다. 가진 크기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부의 가치가 빛바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심의 근본을 잊은 변화 아닌 달라짐은 인심을 잃고 사회적 비난을 받고 적을 만들기도 한다.

선보는 ‘가족경영’이 아니라 ‘가족친화기업’을 추구한다. 굳이 밝히자면 족보도 있다. 2008년 전재희 장관시절 보건복지가족부는 자녀출산 양육, 부양가족 지원 등과 관련한 회사운영 규정, 법규사항 준수, 사원만족도 등을 평가해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를 실행했다. 그 첫해 선정된 14개 기업 중 중소기업으로는 선보가 유일했다. 최 회장의 초심을 신념으로 실행해온 결과였다.

사내 복지는 이제 기업의 필수사항이 되어 덕목이라 하기도 민망하다. 그래도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다. 인터뷰를 끝내고도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미적거리다 구내식당을 찾았다. 코로나로 식당에는 가지 못하고 다른 직원처럼 도시락으로 최 회장과 같이 먹었다. 성찬(盛饌)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정갈한 데다 따로 간부와 사원의 구분도 없으니 마음을 읽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직원들의 자기개발과 문화적 소양 함양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자세도 돋보였다.

최 회장의 걸음은 더 나아간다. 선재장학재단을 설립해 장학금 지원 등 교육 지원활동으로 지역인재 양성에 기여하는 등의 다양한 사회적 나눔은 솔직히 요즘 기업의 흔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단법인 선보등대 사업은 남다르다. 2013년 출범한 선보등대는 NGO단체 월드비전과 함께 인도 다람살라 지역 지원을 시작으로 인도 우간다 네팔 콩고 등에 지금까지 유치원 하나와 초등학교 9개를 설립했다. 왜 하필 사업이나 국내의 평판과 관계가 먼 그들 국가냐 물으니 ‘아주 가난한 지역이거나 나라들이라서’라는 단순명료한 답변이다. 천진, 순수, 맑은, 너그러움의 천성으로 볼 수밖에 없다.

후계가 궁금해졌다. 합법적 상속에는 조금의 이의도 없다. 그런데 선보공업에서 보이지 않아 물었더니 회사가 따로 있단다. 호기심에 찾아가 만났더니 다른 세상이었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혹은 아버지의 더 큰 꿈을 찾아낸, 무엇보다 부울경 지역의 희망을 보는 듯해 다음 회에 전한다.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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