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10척 이동 중 … 대책 강구
- 유조선 통행 중단 우려에 유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가로막혀 사흘째 국제 해상 물류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적선 10척도 다음 달 중순까지 이곳을 통과하기로 돼 있어 항로 변경 등 대책 마련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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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지난 23일(현지시간) 2만TEU급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좌초돼 사흘째 뱃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
25일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전 7시께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홍해를 지나 북쪽으로 수에즈 운하를 지나다 통제력을 잃어 운하를 막았다. 전체길이(LOA)가 400m에 달하는 에버기븐호는 너비가 약 280m인 운하를 비스듬히 가로질러 막았고, 선수가 한쪽 제방까지 닿았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선체를 수로 방향으로 바로 세워 다른 선박이 지날 수 있도록 예인선을 보내 한쪽에선 끌어당기고 다른 한쪽은 밀고 있지만 사고 선박의 규모가 크고 일부가 모래톱에 박혀 이동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에즈 운하에서는 2004년, 2016년, 2017년에도 선박 사고로 통항이 일시로 차질을 빚은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사고 선박이 초대형이었던 적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통항 재개에 몇주일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통항 중단이 사흘째 접어들면서 운하 양쪽에 정체된 선박이 185척에 달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했다.
수에즈 운하는 국제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로, 지난해 기준 약 1만9000척, 하루 평균 51척 이 운하를 통과하면서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한다.
이 운하를 통과하는 국적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도 지난 23일부터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그단스크’가 운하 통과를 대기하고 있다. 이 선박을 포함해 다음 달 중순까지 모두 1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운하를 통과하기로 돼 있어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항로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예인작업이 길어진다면 운하 통과보다 10일가량 더 걸리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해야 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운하 통행료가 110만 달러(약 12억 원)정도인데, 우회하면 통행료는 줄일 수 있지만 통상 하루 5000만 원 이상인 선박의 기회비용 손실 등이 크다”며 “특히 수출입 물량의 운송 차질이 엄청날 것이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수에즈 운하 항행이 지연되면 선주는 하루 6만 달러(약 7000만 원)가량의 손해를 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선박 전문가들은 좁은 수로를 지날 때 큰 배일수록 강풍에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수로를 지날 때 선미가 제방 쪽으로 쏠리는 ‘안벽 효과’(bank effect) 때문에 가로로 기울었다는 설명도 나온다. 국제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지난 10년간 컨테이너선의 크기가 배로 커진 상황에서 이번 사고는 수에즈 운하를 비롯해 파나마 운하,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등 좁은 수로에서 비슷한 사고가 빈번해질 수 있는 위험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고로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9%(3.42달러) 치솟은 61.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임은정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