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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4-중> 선보공업②

독자 기술로 창업… “인재가 곧 미래다” 철학으로 R&D 전폭 지원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  |   입력 : 2021-03-23 19:41:27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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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금식 회장 한독직업학교 졸업
- 현대重 기능관리직으로 입사해
- 배관기술 등 자신의 것으로 체화

- 자본금 600만원으로 창업 도전
- 조선기자재 국산화 등 포부 품고
- 인재모아 기술 완성해 그룹 성장

- 산업 선도할 아이디어 찾기 위해
- 환경·여건 뒷받침 필요성 깨달아
- 연구개발팀 급여·처우 개선 고려
   
최금식 선보공업 회장이 공장에서 설계담당자와 설계도면과 제품 제작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기술인인 최 회장은 일에서 만큼은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자신만’으로 체화(體化)

무릇 기업의 생존과 흥망에는 자본·아이디어·사람·기술·시운(時運)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업종에 따라 각각의 비중과 우선순위는 다르기도 하다. 선보공업㈜의 생존과 흥성에는 기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술개발이 없었다면 오늘의 선보그룹이 아니라 1986년 창업한 남영공업으로, 중소하청업체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기술개발의 시작은 최금식 회장의 생각을 멈추지 않는 열정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만의 노력이 있었다. 노력은 누구나 하는 것이니 진부하지만 ‘자신만’에 방점을 찍으면 달라진다.

   
선보공업 법인 설립 이듬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유망 중소기업으로 지정됐다. 오른쪽이 최금식 회장.
최금식의 인생에서 첫 디딤돌은 군대였던 듯싶다. 사병으로 입대해 신병훈련을 마친 그는 공병대 공사계에 배치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국 등과의 군사협력에 따라 군의 엘리트 장교들은 다양한 해외연수를 하게 되고, 거기서 배워온 선진 행정과 기술 등은 군대에 이식돼 선행과정을 거쳐 정부부처에도 전파됐다. 그렇게 체계화된 군에서 그는 생각지 않았던 건축세계를 접한다. 사병으로서 3년여의 복무기간에 전문적인 기술까지 습득할 수는 없었지만 계획 설계 자재관리 인력배치 등 일을 진행하는 전체적인 틀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전역한 뒤에는 한독직업학교 졸업을 이력으로 현대중공업에 기능관리직으로 입사한다. 직업학교를 졸업했지만 배관3급기능사 자격증이 유일했던 그로서는 배를 만드는 조선 현장에서 도면조차 읽을 줄 몰랐다. 당연히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며 배워야 했다. 어느 정도 도면을 읽을 수 있게 되자 전체 도면을 1층부터 작업구역별로 나누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분류했다. 그 뒤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살았다. 도면과 작업 내용, 과정 등을 비교하며 익히고 작업자와 함께 연삭기로 부품을 깎으며 조선 배관기술을 체화했다.

남다른 노력? 그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리 체계화된 것이라도 답습에는 멈춤의 지점이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는 체화에는 생각의 눈이 떠지고 다른 길을 스스로 열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창업, 가장 큰 밑천은 기술

   
선보공업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LGN운반선의 핵심기술인 재액화시스템(PRS)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
어쨌거나 노력에는 결실이 따른다. 입사 6개월 만에 승진, 1년 반 만에 2단계 특진…. 그렇게 조선배관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힌 그는 현대중공업 입사 4년 뒤 대우중공업으로 이직한다. 대졸 초임 급여를 받는 5급 조장직이었으니 일종의 스카우트였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결실은 이어졌다. 또 6개월 만에 대리로 승진해 과장급 업무를 담당하며 500여 명의 인원을 관리했다. 외주협력사 관리 업무도 주어졌다. 누구라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더욱 노력하게 되고, 그 시절에는 미덕이기까지 했다.

모두가 아는 바지만 조선업은 경제상황 변화에 요동의 폭이 크고 경쟁도 심한 업종이다.

1986년 초 대우중공업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며 협력사를 감축하자 그 관리를 담당하던 최금식도 대상이 됐다. 이직 6년 만인 33세 나이였다.

기술력은 인정받은 그였으니 현대중공업을 비롯하여 외국계 회사에서까지 추천과 입사 제의가 있었다. 몇몇 회사는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일단멈춤으로 생각의 방향을 재고했다. 기술인으로 안정적인 삶을 지속할 것인가 광야로 나설 것인가. 광야, 탐은 나는데 너무 거친 황무지고 사실 막막하지 않은가.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는 기름진 토지를 가진 지주(地主)의 마름이 되기보다 자신의 땅을 개간하는 주인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그해 8월 창업한 남영공업의 자본금은 600만 원. 비슷한 나이의 당시 일반직 7급 공무원 급여와 비교하면 2년 치에도 못 미친다. 그래도 기술이 있으니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조선기자재의 국산화를 이뤄보자는 포부까지 품었다. 결정한 사업아이템은 잘 알고, 자신 있는 선박 엔진소음기와 여과기. 소음기는 자동차의 머플러와 같은 기능이고 여과기는 해수와 오일에 함유된 이물질을 걸러주는 장치다. 이후 연료공급장치와 오일정화장치의 유닛화와 모듈로 이어져 오늘의 선보그룹을 이뤘다. 전문적인 기술은 일반 독자의 가독을 방해하니 여기까지.

아이디어와 개발의 단초는 기술인이 열 수 있다. 그렇지만 기술의 완성과 시장형성은 혼자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인은 사람, 즉 인재를 찾고 모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협력과 열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최금식도 초기에는 자신의 기술로 시작하고 인정받아 조선사의 협력을 이끌어냈지만 성장할수록 인재에 목말랐고 지금도 여전하다.

■R&D 환경과 여건

기술·경영·비전·미래…. 기업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의 모든 것은 사람에서 비롯되고 성과를 이끌어내는 주역을 통상 인재라 칭한다. 인재는 선천적 자질로 태어날 수도 있지만 환경과 여건으로 키워지기도 한다. 소위 인재로 여겨지거나 가능성을 품은 많은 인적자원이 수도권을 지향하는 것은 그런 환경과 여건을 찾아서일 것이다.

기능적 기술인재에게는 생각나는 대로 자르고 붙이고 부술 수 있는 실험 환경이 필요할 것이다, 현장과 실험지원 같은.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실제화하는 과정의 R&D(연구개발)에는 또 그에 걸맞은 환경과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관리, 영업 등 기본적 업무에서도 더욱 나은 여건은 성과의 추동력이 된다. 개발연대를 관통한, 특히 맨주먹으로 어제의 성과를 일궈낸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세대로서는 슬쩍 떨떠름할 수 있다. 아깝거나 배 아파서가 아니라 ‘나 때는’ 하는 회고의 경험에 비춰볼 때 과하다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지만 그 다름이 세대갈등과 ‘라떼’로 조롱하는 시발점이다.

사하구 다대동 무지개공단 본사 건물에 있는 연구개발실을 돌아보고 마주한 자리에서 인재 확보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중 최금식 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진작부터 생각해 온 일이지만 이제는 먼저 연구개발팀이라도 환경을 달리해줘야 할 것 같아요. 해운대면 좋겠지만 비슷한 환경으로라도 말이오. 산업을 선도할 기술을 찾고 만들어내려면 열린 생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쾌적한 환경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여건도 필요해요. 급여도 수도권 일류에 맞춰줄 겁니다. 그럼 최고의 인재들이 돌아오고, 데려올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같은 생각에 입이 간질거렸는데 생각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여운이었다. 짜릿했다.

이쯤에서 부울경 정부에 제안해 본다. 이제 ‘지방자치단체’ ‘지방정부’의 개념에서 ‘지역정부’로 나아가 ‘중앙정부’에 대등한 관점으로 지역행정을 펼치는 것 말이다. 그러면 산업과 관련한 정책에서도 다른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국가정책에 따른 생산거점으로서 ‘지방산단’을 넘어, 지역산업 차원의 ‘R&D단지’로 도심 가까운 쾌적한 곳에 번듯하게 조성하는 건 지역민도 쌍수 들어 환영할 것 같은데….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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