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자동화에 밀린 인간
- 키오스크 음식 주문은 일상화
- 로봇이 순대집 밑반찬 세팅도
- 인건비 부담 줄고 홍보효과 덤
# 일자리 급감 속 각팍해진 사회
- 30대, 생계비 없어 절도 행각
- 민주노총-한국노총 철근지회
- 대규모 공사 따내려고 기싸움
공공근로에 청년 구직자까지 몰려드는 현상은 심각한 부산지역의 ‘일자리 기근’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인건비 감축을 목적으로 단순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는 스마트 공정은 이제 산업현장을 넘어 서비스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만큼 일자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일자리를 둘러싼 각박한 세태가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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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부산 연제구 정성순대 점포에서 로봇 ‘딜리’가 손님에게 밑반찬을 서빙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키오스크 넘어 로봇이 서빙까지
22일 낮 부산 연제구 연산동 정성순대. 돼지국밥을 주문하자 사람 허리 높이만 한 로봇이 테이블로 다가온다. 깍두기와 부추 같은 밑반찬이 실렸다. 반찬을 옮긴 후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확인’ 문구를 누르자 로봇은 다시 주방으로 돌아간다. 2019년 11월 ㈜우아한형제들이 출시한 서빙 로봇 ‘딜리’가 일하는 모습이다. 대기업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던 서빙 로봇이 일반 음식점까지 진출한 것이다. 전형태 대표는 “지난해 12월 1대를 임대했다. 한 달 유지비용으로 6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인건비도 절감되고 소주 1병 주문 같은 간단한 응대를 맡길 수 있어 노동 강도가 많이 줄었다. 손님 대부분은 신기해하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딜리가 부산에 본격적으로 상륙한 건 지난해 8월부터다. 배달의민족 부산지역 협력사인 ㈜대단한놈들이 판촉을 맡고 있다. 현재 지역 30여 곳의 점포가 로봇 딜리에게 서빙을 맡긴다. 딜리 완전 자율주행 모델을 24개월간 임대할 때 드는 월 비용이 90만 원이다. 사람 1명을 고용하면 월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걸 고려하면 업주 입장에서는 적어도 100만 원은 아끼는 셈이다. 또 ‘로봇이 서빙한다’는 입소문 덕분에 인터넷 게시물이 게재되는 등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자영업자에게는 ‘경영 혁신’이지만,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15년 맥도날드가 무인 정보 단말기(키오스크·Kiosk)를 매장에 도입한 이래 수 많은 점포에 키오스크가 설치됐다. 채용이 줄어들면서 ‘키오스크 쇼크’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정식 중소상인살리기협의회장은 “당장의 인건비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부산은 도소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한 점포당 직원 수 또한 영세한 곳이 많다. 점포와 종업원이 상생하는 데 어려움이 빚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자리 줄어들며 각박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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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관련 창구 업무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줄어든 일자리 탓에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각박해졌다. 일감을 구하지 못해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범죄에 손을 대는가 하면, 일자리 확보를 두고 노동조합 간 다툼도 벌어진다.
부산 북부서는 특수강도 혐의로 30대 A 씨를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9일 오후 북구의 한 노래방에 침입해 주인을 위협하고 5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들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타지역 출신인 A 씨는 집을 나와 부산에서 구직활동을 하던 중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생애 첫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마땅한 주거지 없이 차에서 노숙 생활을 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도 눈에 띈다.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22일부터 한 달간 사상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지부 철근분회가 생존권 사수 집회를 신고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비계(가설 구조물) 2기를 설치하고 진행할 필로티 건설 작업에 노조 소속 근로자와 협력 업체를 채용하라고 주장한다. 해당 공사장은 내년까지 대규모 공사가 예정돼 일감 확보를 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민노총 철근분회와 한노총 철근지회가 동시에 ‘소속 조합원을 채용하라’는 내용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공사가 줄면서 일감을 확보하려는 노조의 압박과 갈등이 거세졌다. 노조의 입김이 심해질수록 현장도 힘들다”고 말했다. 배지열 신심범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