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울산·경북 18기 밀집 ‘불안’
- 전문가, 안전 체계 재점검 촉구
- 탈원전 등 에너지정책 추진 강조
- 한수원 “56개 조치 중 95% 완료”
- 민주당 TF, 조치 이행 문제 주장
- “지진 자동정지설비 등 검증할 것”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내 원자력발전소(원전)의 안전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고리원전 등 동남권에 밀집한 국내 원전이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은 만큼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 대재앙’과 같은 치명적인 피해를 막으려면 원전사고 예방 정책이나 관리·감독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원전, 지진 안전지대 아냐”
15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운영 허가를 받고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총 24기다. 이 가운데 ▷고리 2~4호기(부산 기장군) ▷신고리 3·4호기(울산 울주군) ▷월성 2~4호기(경북 경주시) 등 75%에 해당하는 18기는 부산, 울산, 경북(경주시 및 울진군)에 있다. 나머지 6기(한빛 1~6호기)는 전남 영광군에 위치했다.
앞서 정부와 한수원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그해 5월 ‘지진 자동정지 설비(ASTS) 설치’ 등 국내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56개 과제를 발표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으로 (56개 과제 중) 95% 정도가 완료됐다”며 “이번 지진이 국내 원전에 미친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에너지기후국장은 “우리나라 원전의 대다수가 (일본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한반도 동남쪽에 있기 때문에 지진의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며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지, 이와 관련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등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국장은 또 “원전 안전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원전을 더 짓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폐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대 대기해양연구소 박진오 교수 역시 이날 국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오거나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기조를 ‘안전’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김해창 교수는 “원전은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에 안전 중심의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노후 원전을 해체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미래 지향적인 사고로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쿠시마 후속대책 검증 착수
정치권에서는 원전 관리 사업자인 한수원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 태스크포스(TF)는 이날 회의를 열어 “원전 사고 시 수소 폭발을 막는 ‘수소제거장치(PAR)’에 결함이 있는데도 한수원이 그 사실을 은폐 또는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PAR 도입은 56개 과제 중 하나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됐다.
이날 회의는 지난 13일 후쿠시마현 지진을 계기로 국내 원전의 안전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TF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엄재식 원전안전위원회 위원장, 한수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TF에 소속된 한준호 의원은 “후쿠시마 후속 대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계획 자체가 치밀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후속 대책을 모두 검증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