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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2-중> 팬스타그룹②

여객·화물 함께 싣는 역발상, 日 해상운송 급행화 혁신 일구다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  |   입력 : 2021-02-09 19:33:5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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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배 빌려 선박운송 체험
- 여객선 즉시 접안·하선에 착안
- 화물·여객 합친 ‘화객선’ 결정

- 日 문화·제도 익혀 경쟁력 높여
- 현재 오사카·나고야 등 7곳 운항
- 특화된 로로선 수요 급증으로
- 외교갈등 극복, 中 노선도 취항
   
부산에 본사를 둔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사인 팬스타그룹의 팬스타드림호(2만1688t)가 부산 밤바다를 지나고 있다. 해운대 마천루와 광안대교의 눈부신 야경이 환상을 더한다.
■늑대의 용맹, 여우의 지혜

바다에 길을 낸 사람들. 거친 파도, 사나운 폭풍. 무엇보다 두려운 건 미지(未知)였으리라.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오직 아득함, 언제 발을 내딛을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유랑. 그건 삶이고 죽음의 길이었다. 더군다나 새카만 어둠까지 내리면…. 그러나 밤하늘 별빛으로 길을 잡더니 그 끝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억만길 벼랑일지라도 기어이 가보겠다는 목숨 건 도전. 그런 영혼들이 만들어낸 길이니 바다는 용기 넘치는, 어쩌면 아예 간이 없는 자들의 무대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용기만 있을까. 오히려 살아내려면 더욱 치밀해야 하니 늑대의 용맹과 여우의 지혜를 겸비한 자들이다.

   
팬스타그룹의 일본 법인 산스타라인 임직원을 격려하는 김현겸 회장.
김현겸 회장은 이미 1996년부터 배를 운용했다. 운용이라 한 것은 배를 빌려(용선) 운항해서인데, 해운은 창업 6년의 일천한 포워딩 경력으로 뛰어들 만한 판이 아니다. 고도의 자본집약산업인 데다 발을 들여놓으면 그대로 세계적인 무한경쟁에 휩쓸리는 것이니 말이다.

생필품, 원자재, 부품, 반조립품, 완성품, 관련기기…. 인간의 삶과 발전을 위한 대부분의 제품이 국경과 대양을 넘나드는 세상이니 엄청난 물동량이 발생한다. 그럼 노다지판? 그렇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물동량이 증가하면 해운회사는 선박을 늘려야 하지만 경기침체가 닥치면 배는 닻을 내려야 하고 위기는 엄중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생존의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이 우선 떠오르지만 더군다나 이건 수백억, 수천억 원에 달하는 선박 아닌가. 여기에서 파생되는 금융비용이며 관련 경비는 회사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엄청난 부담이 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그러니 먼저 용선으로 현장의 실질과 명암을 살펴 미래를 설계한 것은 자금의 문제보다 여우의 지혜였으리라.

■선주, 그것도 크루즈를 겸한

   
화물 선적을 위해 로로(RO/RO)선으로 진입하는 컨테이너 트레일러.
앞서 ‘인생 40대, 50대는 없다’는 생각으로 살았다는 김현겸의 각오를 들은 바 있다. 과연 그는 만 40세 마감을 코앞에 둔 2001년 하반기 배를 도입해 선주의 목표를 이룬다. 일본에서 건조된 지 3년 된 2만1688t 규모의 화객선(貨客船) ‘팬스타 드림(PANSTAR DREAM)호’다. 일반인이 톤수로 배의 규모를 짐작하기 쉽지 않으니 덧붙이면, 길이 160m, 너비 25m에 22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의 화물과 승객 545명, 선원 65명을 동시에 싣고 운항할 수 있다. 가장 궁금한 가격은 400억 원. 물론 맨손으로 시작해 그만한 돈이 있을 리는 없었을 테니 금융도 활용했겠지만, 아무튼 대단하다!

이제 배를 뜯어보자. ‘팬스타 드림호’의 운항속도는 22.7노트(시속 약 42㎞)로 일반상선 12노트(시속 약 22㎞)의 두 배에 가깝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로로(RO/RO)선이다. 로로선은 ‘Roll on - Roll off Vessel’를 말하는 것으로 배의 선미 등 입구를 통해 차량이나 지게차가 직접 들어가 컨테이너 등의 화물을 싣고 내리는 방식이라 선·하적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단박에 ‘Express’ ‘급행’의 느낌이 든다. 그런데 여객은 또 뭔가. 그것도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크루즈!

■익스프레스의 비밀

대형 해운회사들은 ‘얼라이언스’라는 카르텔을 형성한다. 국가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기간산업의 경우 정부 관련부처의 허가와 감독이 따르게 마련이고, 동종 업체 간은 상호 협의와 조정 등으로 협력해야 유동적인 경제상황에 대처하며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겸에게도 손길을 내밀어왔지만 덥석 잡지 않고 고민했다. 무엇보다 달랑 배 한 척으로 시작하는 처지에서 규모의 차이도 차이였지만 이미 기득권이 되어있는 기존 체제에 발목이 잡혀서는 자율적으로 획기적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항공·해운·열차·육로 등 화물 운송 방법이 다양하듯 화주도 화물의 특성과 운임, 시간 등을 따져 최선의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항공운송은 운임이 부담스럽지만 그에 준하는 신속을 요하는 화물에 가장 적합한 대안이 로로선이다. 김현겸은 용선을 운용하며 틈새를 찾아내 특화의 방향을 정한 것이다.

자, 이제 크루즈의 비밀. 아무리 재정이 넘치는 나라도 드나드는 수많은 배를 한 번에 접안할 수 있는 부두를 갖출 수는 없다. 그러니 외항이나 내해에서 기다리다 순서에 따라 접안해 화물을 내린 뒤 다시 싣고, 그에 따른 통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연히 그들 나라의 법규에 따른 휴일, 근무시간 등의 제한도 받게 되니 시간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여객이라면 즉시 접안, 하선, 입국심사, 세관절차 등이 일거에 이뤄져야 한다. 그 사이 화물을 하역하고, 이어질 출항 전에 다시 선적해야 하니 바로 익스프레스의 비법이고 전용선석까지 확보하게 되는 거다. 여우의 지혜!

아무래도 이 사내, 애초 이무기 대가리로 용을 꿈꿀 수는 있어도 영원히 용의 꼬리로 살 수는 없었던 듯싶다. 과연 승천하게 될까.

■‘실업계의 허문도’

2001년 하반기 도입한 ‘팬스타 드림호’를 정비하는 동안 ㈜팬스타라인닷컴은 부산~오사카 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그에 맞춰 2002년 4월 공식 출항한다. 이후 성장을 계속, 현재 1만t급의 ‘산스타드림’ ‘팬스타지니 1’ ‘팬스타지니 2’ 등 3척의 로로선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로 시작한 취항지도 고베, 쓰루가, 가나자와, 요코하마, 나고야, 시모노세키로 늘어났고 2016년 10월에는 중국 산둥성 스다오(石島)에도 취항했다.

배를 가졌다고 쉽게 노선 운항권을 내주지는 않는다. 물리적 조건을 갖춰도 허가권을 쥔 정부와 관료, 관련 해운·물류업자와의 이해관계 등 여러 면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 노선 확보에서 독보적인 비책을 물었다.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비즈니스의 예의, 외교적 입장 등을 고려해 옮기지 않는다. 다만 그는 일본의 역사, 문화, 제도는 물론 일본인의 심성까지 일본인의 마음으로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상대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나쁜 점도 내재화해야 제대로 알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국내 최고의 일본통으로 손꼽히던 경남 고성군 출신의 고 허문도 장관과 인연이 있어 그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은 바 있다. 김현겸 회장을 ‘실업계의 허문도’라 해도 무방할 것 같은 근거다. 경제에서의 승리는 배척의 경쟁이 아니라 상대를 바로 알아 상생의 경쟁에서 취하는 것이고, 그게 애국이기도 하지 않은가.

지금 중국 스다오 항구에는 수천 ㎞ 떨어진 남쪽 광둥성에서까지 육로를 달려온 화물이 팬스타 로로선에 실리고 있다. 그 화물들은 한국을 경유해 일본으로 운송된다. 어떤 외교적 상황도 특화된 경쟁력은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에서 용의 비늘은 얻었지만 여전히 이무기다. 용을 향한 다음 행보는….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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