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민관합작 회사로 출발
- 출범 초 적자 쌓여 어려움 겪어
- 목표관리 시스템·수탁사업 확대
- 수출 시장 다변화·온라인 개척
- 양파 떡볶이 등 가공식품 개발
- 작년 1000만 불 수출탑 수상
경남 합천군 합천읍에 본사를 둔 합천유통㈜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유통을 총괄하는 민·관 합작 회사다. 여느 농촌 지역의 사정이 그렇듯 농산물 수확기가 되면 농민은 농산물 가격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땀 흘려 재배한 농산물 판로를 찾지 못해 애태우기도 하고, 어렵게 뚫은 시장에서는 유통업체와 도매상을 거쳐 널뛰는 가격에 좌절을 맛봐야 한다. 농민이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려 해도 유통에 관한 지식이 적은 탓에 판로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농촌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가 농업회사 법인 합천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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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유통이 운영하는 양파가공시설에서 양파 가공작업이 한창이다. 합천유통 제공 |
■지역 최초의 민·관 합작 농업회사
2008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협 중심의 기존 농산물 유통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농산물 유통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이어 농축산식품부의 공모사업으로 전국 12개 지자체가 선정됐고, 이 가운데 한 곳이 합천의 합천유통이다. 합천유통은 지역 최초의 민·관 합작 농업회사로, 2009년 3월 합천군 40억 원, 지역 농협(8곳) 30억 원, 농업인(1512명) 23억 원, 향우회 4억 원, 기타 3억9000만 원 등 총 자본금 100억9000만 원으로 출범했다.
올해로 12년 차를 맞은 합천유통은 생산 농산물의 다양한 판매망 확충과 가공식품 아이디어에서 개발·판매까지 도맡은 든든한 중견 농업기업으로 성장했다. 첫해 130여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9년 말 기준 380여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제24회 경상남도 농수산물 수출탑 시상’에서 100만불탑 수상으로 이어졌다.
합천유통의 강점은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 딸기 등 신선 농산물과 축산물, 가공식품 등 다양한 수출 품목을 발굴해 일본 수출 중심에서 시장을 호주와 동남아로 확대했다. 국내에는 급식 및 음식재료업체, 재외 향우회 조직을 통한 직거래는 물론 전자상거래 유통망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눈을 끄는 활동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이다. 먼저 합천유통은 지역에서 과잉생산된 양파를 활용해 양파라면과 양파떡국, 양파떡볶이를 개발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항노화 대표 작물로 육성하는 ‘작약’을 이용한 음료인 ‘작약미인(美人)’을 출시했다. 음료를 비롯해 작약을 이용한 선크림과 핸드크림 개발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합천군의 농특산물 브랜드인 ‘해와 인(人)’을 활용한 인터넷 쇼핑몰과 직영매장을 운영하는 등 ‘팔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개척한다’는 추진력을 보인다.
■해산 위기 딛고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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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합천군 합천읍 금양리에 있는 합천유통 전경. 합천군 제공 |
합천유통이 처음부터 평탄한 성장을 이어온 것은 아니다. 합천유통은 태생적으로 민·관 합작 회사라는 한계를 안고 출범했다.
합천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총괄 관리하고 이를 판매하는 공적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 제고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농민의 수매가를 낮추기도 힘들고, 시장에서 비싸게 받을 수도 없는 한계가 그것이다.
유통 현장에서의 어려움도 많다. 대형마트로 납품할 때 자사 로고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고 대형마트가 원하는 상표를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합천유통은 다른 상표를 부착해 판매하면 합천군으로부터 상자 보조금 등 여타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농축산물 판매가 쉬운 농협 전산망은 농협 지분이 51% 이상이어야 이용할 수 있는 협동조합법에 막혀 이용조차 못 한다. 농협 지분이 51% 이상이면 지자체가 출자할 수 없어 애초에 합천유통이 설립될 수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태생적 한계와 회사 창립 초기 시행착오가 겹치면서 합천유통은 몇 년째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급기야 2014년에는 누적 적자가 65억 원에 이르면서 합천군의회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 긴급진단에 나서면서 해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후 합천유통은 2015년 농업경영 컨설팅을 계기로 회생의 고삐를 당겼다. 재무진단을 통해 동종업계와 수익성·성장성·안정성·활동성을 비교했고, 회생 방안으로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찾았다. 이에 합천유통 측은 산지유통실무협의회를 정례화하고, 목표관리(MBO) 시스템을 도입했다. 농산물의 매취사업(조합원이 생산한 제품을 조합에서 일괄 구매해 판매하는 사업)을 줄이고 수수료 중심의 수탁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유통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농민의 반발도 많았지만, 회생을 향한 합천유통의 과감한 체질 개선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해산 위기에 몰렸던 합천유통은 체질 개선 1년 만인 2015년 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6억여 원이었던 전년도 적자를 극복하고 4억 원의 흑자를 낸 것이다.
합천유통의 극적인 반전은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산지유통종합평가에서 전국 139개 조직 가운데 규모화, 조직화, 전문화, 부가가치 건전성, 통합사업역량 등 5개 평가항목에서 전국 최우수의 영예로 이어졌고, 이 같은 역량으로 5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간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