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의 정관상 의원 120명 새로 선출 뒤
- 그 중에서 차기 회장 뽑아야하지만
- 추대안은 의원들 권리 박탈 우려 커
- 현 회장단이 주축될 후보 추천위원회
- 허 회장 영향력 행사할 수 있단 지적도
- 상의 “차기 의원들이 최종 추대 결정”
- 임시총회 문제 없단 답변서 법원 제출
- 허용도 회장 “특정인 지지 없다” 해명
부산상공회의소(부산상의) 차기 회장 선출을 놓고 ‘법적 대응’이란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허용도(사진) 회장이 상공계의 화합을 강조하며 내놓은 ‘추대안’이 시작도 전에 벽에 부딪혔다. 지역 상공계는 허 회장 선출 당시 불거진 기업인들 간의 앙금이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이어지며 극단적인 충돌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상의 정관 위배’가 관건
부산 기업인 14명이 오는 17일 계획된 부산상의 임시 의원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임시 의원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소송’을 낸 것은 허 회장이 추진하는 ‘차기 회장 추대안’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허 회장은 지난 7월 상의 회장 선거가 치열한 경쟁에 따른 상공계 분열과 비용 부담이 크다며 모두의 의견을 모아 회장을 추대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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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상공회의소 차기 회장 선출 문제와 관련해 상공계가 갈등을 겪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국제신문DB |
소송을 제기한 기업인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상의 임원 선출에 관한 정관 규정이다. 부산상의 정관을 보면, 회장은 상의 의원 선거 후 일주일 이내 총회를 열고 선출해야 한다. 23대 상의회장인 허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 전 차기 의원 120명을 다시 선출하고, 새로 구성된 24대 상의 의원 중 한 명을 24대 회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상의 의원은 회비 완납 등 자격을 갖춘 회원이라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상의 회원은 5929명이다.
소송을 제기한 측은 허 회장의 추대안이 정관 위반은 물론 상의 의원들의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회장단의 절반 이상이 허 회장과 가까운 이들이고, 별도로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회장단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상공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유롭게 기업인들이 후보자로 나와 경쟁하고, 부산상의 발전을 위한 공약을 내놓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는데 추대 방식을 택하면 이런 순기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상의 이병곤 사무처장은 “차기 회장 추대안은 제도적으로 합법화하자는 게 아니라, 과도한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합의를 도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후보를 추대하더라도 바로 회장이 되는 것이 아니고 차기 상의 의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법에서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산상의는 이날 임시 의원총회를 여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결과에 따라 임시총회를 다시 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차기 회장 선거 어떻게 될까
허 회장의 추대안대로라면 임시총회안이 가결된 후 후보 추천위를 구성하고, 본인 추천을 포함해 광범위한 이들로부터 후보를 받아 합의 추대하는 방식으로 후보 한 명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까지 차기 회장에 관심 있는 기업인으로 와이씨텍 박수관 회장과 동성화학 백정호 회장, 삼강금속 송정석 회장, 동일철강 장인화 회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차기 회장 추대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본격적인 회장 추천이 이뤄지기도 전에 상공계의 분열을 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업인은 “임시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추대할지, 선출할지 결정하자는 것인데 이것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나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허 회장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기업인들이 어려운데 상의 회장을 뽑는 과정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연임을 포기하고 추대안을 제시했다”면서 “본인은 특정인을 지지하는 일이 전혀 없으며, 좋은 분이 회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가 끝날 때까지 중립을 지킬 것이며 회장 후보를 추대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