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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485다발 갈 곳 없고, 재검토委 논의도 중단

고리1호기 해체 과제도 많다

  •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   입력 : 2020-06-28 22:06:25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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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해체비용 8129억 원 제시
- 항목별 투입액은 공개 안해
-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 2025년말 반출 계획 표류 중
- 3·4호기마저 포화상태 임박

- 의견 수렴 '주관 지자체'없어
- 찬반갈등 격화땐 과정 더 험난

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1호기 해체 작업이 우여곡절 끝에 첫 단계를 밟게 됐지만 가장 중요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이 최종 해체계획서 초안에 제시되지 않아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28일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의견 수렴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리원전 1호기 전경. 국제신문DB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 24일 부산 울산 경남지역 9개 지자체에 전달한 700페이지 분량의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 발전용 원자로 및 관계 시설의 해체 계획서’는 ▷사업 관리(인력·비용 등) ▷부지 및 환경 영향 ▷해체 전략과 방법 ▷안전성 평가 ▷방사선 방호 ▷방사성 폐기물 관리 등 총 12개 챕터로 구성됐다. 계획서에 담긴 전반적인 기조는 ‘안전한 해체’다.

해체 비용은 총 8129억 원으로 산정됐다. 고리 1호기 해체가 완료되는 2032년 말(예정)까지 시설 철거, 방사성 폐기물 처분, 보험료, 연구·개발 등에 투입된다. 한수원은 항목별 투입액은 공개하지 않고 전체 액수만 제시했다. 투입 인력은 사전 준비→영구 정지 관리 및 해체 준비→해체 착수 및 관리 구역 해체 등 작업이 진행될수록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원전 해체 계획이 원활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해체 공정이 실제로 시작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숱한 난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대 과제는 고리원전 내에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핵연료 물질을 말한다.

원전을 해체하려면 이미 사용한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빼낸 뒤 안전한 시설에 보관 또는 저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2024년 말까지 고리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 시설을 만든 뒤 고리 1호기 해체가 본격화되는 2025년 말 그 곳으로 반출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지금까지도 표류 상태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가 사실상 파행을 겪으면서 정책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전국 각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을 어느 곳에 어떤 형태로 둘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출범시킨 민간 중심의 기구다. 논의 대상에는 고리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도 포함돼 있다.

그간 재검토위는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를 증설하는 문제를 놓고 해당 지역에 대한 의견 수렴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맞서며 주민 설명회가 수차례 무산됐고, 급기야 정정화 재검토위원장은 지난 26일 “의견 수렴이 어려워진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자진 사퇴했다.

결국 재검토위의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고리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수원이 해체 계획서를 통해 고리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 보관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 한 것도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을 위한 정부의 공론화 작업이 이처럼 난항을 겪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해체 계획서를 보면 지금까지 고리 1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총 1391다발이다. 이 중 376다발은 고리 3호기에, 320다발은 고리 4호기에, 204다발과 6다발은 각각 신고리 1호기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연구 목적)에 옮겨져 보관 중이다. 나머지 485다발은 아직 고리 1호기 내에 있다. 고리 1호기에 사용후핵연료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은 해체 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고리 3,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각각 97.2%와 98.0%에 달한 상황이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9개 모든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관 지자체’ 규정이 폐지돼 각 지역의 의견이 보다 폭 넓게 수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오히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자체가 없어 찬반 갈등이 더 확대되거나 의견 수렴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고리 1호기 해체 절차(예정)

2020년 6월 24일 

기장군·울주군 등 인근 9개 지자체에 해체 계획서 초안 전달

2020년 7월 1일~
8월 29일(60일간)

공람 및 의견 수렴

2020년 9월 중

9개 지자체 주민 대상 공청회 개최

2020년 10월 말

최종안 완성 및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

2022년 6월 말

산업통상자원부 ‘최종 해체 계획서’ 승인(법적 기한)

2022년 
6월 말 이후

물리적인 해체 작업 시작(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 시설물 철거 등)

2032년 12월

해체 완료 및 부지 복원

※자료 :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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