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채·주택저당증권 무제한 매입
- 비상기구 신설 시중 유동성 공급
- 개인 지원 기구 ‘TALF’도 재설치
- 외신 “달러 찍어내기의 새 국면”
- 올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 -1.5%
- G20 화상회의 협력강화 뜻 모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대응해 사실상 ‘무제한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헬리콥터를 통한 달러 살포’ 기조를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당시에는 쓰지 않았던 회사채 매입 방안까지 추가로 제시했다. 이번 사태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연준은 23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시장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필요로 하는 만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연준은 지난 15일 국채와 MBS를 7000억 달러(약 874조 원) 규모로 사들여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불과 8일 만에 그 한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대하며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MBS는 토지를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연준은 “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미국과 세계에 엄청난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모든 범위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연준은 비상기구를 신설해 회사채와 지방채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연준이 회사채 매입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우선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PMCCF)’를 설치해 4년 한도로 브릿지론을 제공한다.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는 투자등급 우량 회사채 및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지원하게 된다. 신용도가 높은 개인 소비자를 지원하고자 2008년 가동됐던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기구(TALF)’는 12년 만에 다시 설치된다.
기준금리 인하 등에 이어 ‘무제한 달러 살포’ 대책까지 추진되면서 2014년 4조5000억 달러까지 불어났던 연준의 자산은 5조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이날 “‘돈(달러) 찍어내기’의 새 국면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통화당국이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이미 전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줘 극심한 혼란에 직면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사 450곳 이상이 가입한 국제금융협회(IIF)는 이날 세계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4%에서 - 1.5%로 대폭 낮췄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같은 날 “코로나19가 올해 전 세계에 경기 침체(recession)를 야기할 것”이라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이날 7억11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하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가 간 공조는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G20은 이번 주 후반 정상 간 화상회의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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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