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가능한 분야부터 개척하면
- 국내외 시장 선점 마중물 역할”
고리 원자력 발전소(원전) 1호기 해체가 정부가 제시한 타임 테이블을 넘길 것으로 전망(국제신문 지난달 31일자 2면 보도) 되는 가운데 국내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해 현재 시행 가능한 실증사업부터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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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방사성 금속폐기물인 원자로 헤드(왼쪽)와 증기 발생기. |
20일 현재 부산에서는 지역업체인 유진기업과 오리온이앤씨가 두산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대형 ‘방사성 금속폐기물 해체’ 실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실증사업은 원전에서 쓰고 수명을 다한 원자로 헤드와 증기 발생기 등 방사성 금속폐기물에 대한 절단 및 제염, 해체 기술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해당 공정을 진행할 설비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주요 기술인 원자로 해체에 앞서 실증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국내 원전해체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실증사업과 관련한 시설을 구축하고 대형 방사성 폐기물을 해체하는 데 36개월이 걸리고, 사업비는 약 2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현재 고리 원전에는 교체된 증기발생기와 원자로 헤드 등 대형 금속 폐기물이 1998년 이후 21년 동안 원전 내 제4방사설폐기물 저장고에 저장 중이다. 대부분 중저준위 폐기물이지만 방사능에 노출됐기 때문에 특수 처리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리1호기 해체를 앞두고 이런 실증사업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체 이후 부산물 관리 등 예상되는 문제도 미리 대응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증사업은 추진 단계에서부터 꽉 막혀 있다. 컨소시엄은 1,2년 전부터 실증사업을 추진했지만 부산시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원전해체 추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대 안석영(기계공학부) 교수는 “원전 내에 시설을 구축하고 작업을 진행하려면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련 기관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교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증사업을 해보면 원전해체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어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전해체 산업은 현재 국내외 시장 규모가 549조에 달한다. 특히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이 만료돼 해체를 기다리는 국내 원전만 12기다. 해당 원전을 해체하는 데만도 10년이 넘게 걸리고 국내 시장 규모만도 최소 22조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은 실증사업으로 부산의 신규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부산시나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의지를 갖고 민간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언젠가는 원전해체에 돌입해야 할텐데 부산이 원천기술을 선점하려면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