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수·매도자 눈치싸움
- 엘시티 분양권 웃돈 최대 4억 등
- 호가 급등에도 매수 희망자 속출
- 집값 더 오를까 매물 거두기도
# 전문가들 “현재는 과열양상”
- 그동안 바닥 찍었던 부산 집값
- 점진적 회복 수순 공통된 의견
- “실수요자 입장에선 지켜봐야”
- 단기적 과수요 경계 한목소리
부산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구)’이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향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집을 팔려는 매도 대기자와 사려는 실수요자 상당수가 급변한 시장 상황에서 ‘지금 팔아야 될지, 아니면 지금 사야 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부동산 전문가와 건설업계는 침체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으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단기 투기 수요로 촉발된 ‘호가 상승’이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며 “실수요자는 당분간 관망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3일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공인중개사 몇 곳의 말을 종합하면 해운대 해변 앞 ‘엘시티 더샵’ 분양권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프리미엄(웃돈)이 수천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지금은 최하 1억 원에서 최대 4억 원까지 올랐다. 한 직원은 “조정대상지역 해제 전에는 하루 몇 통 걸려오지 않던 문의 전화가 해제 소식 뒤에는 수십 통씩 걸려올 정도”라며 “하루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호가가 올라 우리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호가가 급등하는데도 매수 희망자가 줄지 않자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한 집주인이 매물을 걷어가 거래가 잠기는 현상도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계약금까지 받은 집주인이 위약금을 주고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 엘시티를 매수한 A 씨는 “계약금 7000만 원을 주고 중도금도 일부 납부했는데 집주인이 1억 원이 넘는 추가 프리미엄을 달라고 해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았던 실수요자의 고민도 커졌다. 며칠 만에 집값이 수천만 원 이상 올라 지금이라도 매수 대열에 합류해야 할지, 열기가 꺼질 때까지 좀 더 기다려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B 씨는 “곧 전세 계약이 끝나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최근 며칠 사이 일대 집값이 3000만 원이 넘게 올랐다.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 입장에서 허무하다”라고 푸념했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발생하는 과열 양상이 지속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2, 3년간 지역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기에 빠지면서 집값이 바닥을 찍은 채 부산 전 지역의 규제가 풀렸다는 점에서 점진적으로 집값이 상승한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기조와 지역 경기 부진 등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과열 양상이 지속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동의대 강정규(부동산학) 교수는 “조정지역 해제로 지역 주택 시장이 일부 과열 양상을 보이지만 대세 상승보다는 점진적인 회복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며 “실수요자는 지금처럼 원정투자자가 들어와 일시적이고 급박하게 호가가 급등한 지금보다는 원정투자자가 빠지고, 봄 이사 철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시기를 노려 한두 달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지금의 부산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외부 투자자들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그동안의 하락에 대한 회복 과정으로 보인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부산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많기 때문에 내년 초 정도가 내 집 마련의 적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BNK부산은행 자산관리팀은 “현재 시장은 과열 상태이기 때문에 굉장히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자산 버블 가능성이 커지며 수습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이럴 때는 무조건 관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역 건설업계도 급등세가 지속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동일스위트 김은수 대표는 “단기적인 과수요가 발생한 것이며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을 하기에는 아직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동건설 김정기 대표도 “집값이 오르고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당장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