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출연 연구기관 결과물로
- 연구소기업의 기술 고도화
- 부산 올해까지 127개사 등록
- 지역 업체 케이에스티플랜트
- ‘메탈시트 볼밸브’ 신기술 성과
- 차량 부품 제조업체 동방테크
- ‘바이퓨엘’ 기술 만드는데 매진
공공 부문의 연구 성과물을 기업에 이전하는 사업은 연구개발특구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된다. 이른바 ‘연구소기업’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연구소기업의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산에는 올해까지 127개사가 연구소기업으로 등록됐다. 연구소기업은 기술 고도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기술을 개발한 업체가 있는가 하면 수십년 제조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맞서 기술 고도화에 앞장서는 업체도 있다. 부산연구개발특구본부 관계자는 “기술 고도화 사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며 “창업계와의 네트워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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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에스티플랜트 김성태(오른쪽 두 번째) 대표가 부산연구개발특구 직원들과 1층 창업 네트워크 공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금속 기반의 볼 밸브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
■‘초저온’ 극한 기술 개발
케이에스티플랜트 김성태 대표는 최근 영하 193도에서도 견디는 밸브 제품을 개발했다. ‘메탈시트 볼밸브’로 불리는 이 기술은 극저온 환경에 활용되는 제품에 금속을 접목한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따라서 특허도 내지 않았다. 특허를 내면 관련 기술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이달 스위스의 권위적인 기술인증 기관인 SGS로부터 그 성능을 인정받았다.
석유 화학 제철 선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볼밸브 제품은 그동안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소프트 시트’를 활용했다. 초기에 설치할 때 환경 변화에 따른 누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극저온 환경에 접어들면 화학섬유가 탄성을 잃어 깨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케이에스티플랜트가 개발한 금속 기반의 ‘메탈시트 볼밸브’는 기존 기술의 단점을 보완했다. 강한 내구성으로 수명과 교체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가공 정밀도에 있다. 김 대표는 베어링 정밀도 연구를 진행하며 베어링을 원형에 가장 가깝게 구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현재 세계적인 수준의 베어링 오차 범위는 100분의 1 ㎜수준이다. 케이에스티플랜트는 ‘마이크로 미터’의 영역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베어링 오차 범위를 1000분의 2 수준으로 낮췄다”며 “원형에 가깝기 때문에 극저온 상태에서 금속의 수축이 일어나더라도 밸브에서 누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공의 정밀도를 끌어올려 진동을 줄인 것이다.
선박과 발전소를 중심으로 LNG 기술이 확산되므로 케이에스티플랜트의 전망은 밝다. LNG 기술의 핵심은 극저온 상황에서 제품의 내구성을 유지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 각각 생산 공장을 설립 중이다. 플랜트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소기업협회 부산지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김 대표는 신기술 성과를 확산하려면 대기업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신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이를 개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납품 실적 같은 기업의 기술 영업 경력을 중시하는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기술보다 기업의 생산력과 매출 등 지표에 치중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37년 제조사도 연구소기업 설립
부산지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동방테크도 올해 연구소기업 ‘디엔비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동방테크 김동조 대표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모기업에 연구소를 설립했지만, 기술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시장 개척과 판매라는 기업 본연의 목표를 잃을 수도 있음을 경험했다”며 연구소기업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동방테크는 자동차 구동부 정밀가공 기술을 가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납품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도 거래를 진행하는 업체다.
신설된 연구소기업의 목표는 기존 내연기관 관련 기술을 토대로 ‘바이 퓨엘(Bi-Fuel)’ 영역에 진입하는 것이다. CNG와 LNG를 기존 디젤이나 휘발유 차량에 접목하는 기술인데, 디엔비테크놀로지는 인젝터와 레귤레이터 필터 등 관련 기술을 종합적으로 개발했다. 부산연구개발특구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부품연구원의 특허를 이전받아 연구소기업을 설립했다.
지분의 80%는 디엔비테크놀로지가 보유하며, 자동차부품연구원은 현물(특허)을 토대로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바이 퓨엘’ 기술은 해외 제품을 많이 사용 중”이라며 “핵심 영역인 감압 기술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기차 같은 미래형 자동차가 화두인 시대에 바이 퓨엘 기술에 매진하는 배경에 대해 김 대표는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자동차는 출시한 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사용되므로,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는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세계 곳곳을 누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 퓨엘 기술은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기에 자동차 시장의 틈새 시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력적인 시장은 동남아다. 김 대표는 “인도와 태국의 자동차 개조는 한 달에 5000건 이상 이뤄진다. 1년에 1000대 미만의 개조가 생기는 국내 시장과는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며 “동남아 수출은 물론, 자동차 개조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국내 자동차 개조 시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