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벤처협회 부산지회(부산 여성벤처협회)에는 현재 50명의 여성 기업인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여성 기업인에게는 호재다. 영업 등에서 여성 기업인이 활동하기 열악했던 시대가 저물었다. 남성이 운영하는 기업보다 여성 기업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성장 폭은 낮지만, 안정적인 측면에서는 강점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부산여성벤처협회 김경희 회장은 “여성 기업인은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하거나, 직원의 가정을 더 배려한다. 본인이 직접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라며 “김영란법을 기점으로 여성 기업인이 영업을 하기에 더욱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영업 대상 기관 또는 기업의 2·3차 회식 문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성별 구분 없이 적극적으로 후배를 돕는 문화도 여성 기업인에게는 힘이 됐다. 국제신문은 5회에 걸쳐 부산의 여성 기업인을 소개한다.
 |
| 예현방가 방세윤 대표는 전통음식 연구가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해 전통음식 고급화에 앞장서고 있다. 전민철 기자 |
- 강의 뛰다가 벤처포럼과 인연
- 모과 등 5가지 맛 효소떡 개발
- 말랑한 식감에 전국적 입소문
- 설 명절 강정 5000상자 ‘완판’
- 청·전병·떡케이크로 영역 확장
- 홍콩·일본 등 해외진출도 앞둬
■섬세한 손길과 뚝심
 |
| 예현방가의 떡과 음료, 전병으로 전통음식을 현대인의 식감에 맞게 만들었다. |
전통 음식을 만드는 예현방가 방세윤(40) 대표는 10년 동안 서울에서 전통음식 공부를 마친 뒤 전통음식 연구가로 활동했다. 강의를 뛰던 음식 연구가가 창업 전선에 발을 담근 것은 갑자기 생긴 오기와 뚝심 때문이었다. 젠픽스 대표이자 단디벤처포럼 회장으로 활동 중인 권영철 대표를 만났던 게 창업으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 현재 매출 100억 원을 바라보는 권 대표는 2012년 방 대표를 만났을 당시 ‘매출액 5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로 강의를 진행했다. 방 대표는 “권 대표를 처음 봤을 때, ‘저분도 하는데’라는 오기가 갑자기 생겼다”며 “그 뒤 권 대표에게 연락하며 사업에 관한 내용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사업 계획서 작성법과 정부 공모 사업 활용 방법은 예비 창업가가 숙지해야 할 기초 중의 기초라는 게 권 대표의 지론이다. 방 대표 역시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교육받았다.
그 결과는 창업 첫해인 2012년 바로 나타났다. 방 대표는 부산중소벤처기업청(당시 부산중소기업청)에 ‘예비 기술 창업’ 분야에 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다. 떡과 한과를 제조하는 영역에서 부산 최초로 사업을 따낸 것이다.
사업 계획서를 효과적으로 작성한 힘이자, 정부 공모 사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방 대표는 여기서 받은 5000만 원을 재료비와 인건비로 활용했다.
두 번째 지원 사업도 전략적인 선택으로 따낸 결실이다. 방 대표는 이어 2015년 중기부 공모 사업인 ‘R&D 첫걸음 사업’에 선정됐다.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방 대표는 이 사업으로 떡과 관련한 특허를 냈다. 방 대표의 특허 기술은 ‘효소떡’이다. 떡의 식감을 외국인 입맛에 맞춰 5가지 맛(초코흑미 유자치즈 팥쑥 모과 오미자)으로 구현했다.
방 대표는 현재 강서구 명지동에 교육장을 곁들인 공장을 운영 중이다. 명지신도시에 4층 규모의 건물을 올려 카페와 교육장으로 활용한다.
방 대표는 “전통음식 연구가와 기업인 사이에서 갈등을 했던 적도 있는데, 결국 기업 체제로 운영해 전통음식의 고급화를 추구하면 연구가라는 욕심을 채울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며 “지금도 권 대표는 방부제를 넣어 대량 생산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유혹 중”이라며 웃었다.
■떡으로 시작, 강정·청으로 확대
매일 새벽 3시에 출근하는 방 대표는 그날 팔 떡을 직접 만든다. 쌀을 불려 빻은 뒤 성형하고 쪄서 포장한다.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7~8시간이나 걸린다. 손맛이 중요하다. 전통음식 연구가라는 욕심이 장인정신으로 이어졌다.
예현방가의 떡은 시간이 지나도 물컹함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현대인의 식감이 외국인과 유사해져서, 찐득한 식감을 버리고 말랑한 식감을 살려냈다. 방 대표는 “시간이 흐르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현재 강정 떡케이크 전병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100가지에 이르는 떡 종류 중에서 방 대표는 10개만 골라 사업을 시작했다. 식감과 맛을 동시에 추구해 사업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강정 사업에도 진출했다. 강정은 서울과 부산에서 인식 차이가 크다. 서울에서는 강정이 임금 상에 오른 음식이라는 점을 들어 고급화에 성공했지만, 부산은 피란민이 모여 생활한 만큼 쉽고 싸게 만들었다. 강 대표는 지난해 설에 강정 고급화 사업을 추진해 별도의 광고 없이도 5000상자 ‘완판’에 성공했다. 1상자에 4만 원이라는 비싼 값을 불렀는데, 한 달 만에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팔렸다.
강 대표는 “삼진어묵이 생기기 전에는 어묵 고급화를 생각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라며 “현재 홍콩 베트남 일본의 바이어와 수출을 논의 중”이라고 귀뜸했다.
예현방가는 떡과 음료에 들어가는 각종 청을 지역 6개 카페에 납품한다. 강정은 명절에만, 떡 케이크는 5월에만 한정해서 판매 중이다. 올해부터는 판로 확대를 위해 대형 포털에 예현방가의 제품을 알릴 방침이다.
방 대표는 “소상공 창업을 돕기 위해 전통음식 관련 교육을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라며 “기업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체계적인 사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