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공장 경매 건수가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쌓였던 임대 또는 매매 물량이 경매로 넘어가 악화된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기자재와 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한 지역 산업계는 현실을 타개할 만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신문이 8일 경매 전문 사이트 굿옥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경매로 나온 공장 물건은 녹산산단 6건을 포함해 총 20건으로 집계됐다. 경매로 나온 공장 물건은 지난 1월 2건을 시작으로 ▷2월 6건 ▷3월 7건 ▷4월 7건으로, 이달 들어 급증했다. 낙찰된 물건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중을 평균치로 분석한 결과 2, 3월 80%대를 보였던 수치가 지난달부터 60%대와 70% 초반대에서 형성됐다. 부동산·경매 전문가 바른부동산아카데미 박영숙 대표는 “공장 경매 건수 증가는 물론, 낙찰가 비중까지 동반 하락해 단기적인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침체된 지역 산업 경기와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동반 침체하면서 지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공장 임대 또는 매각 물건도 증가했다. 공장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강서구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조선 경기가 살아난다는 소식이 있지만, 일선 현장 조선기자재업계는 불경기에 따라 단가가 많이 내려간 상황이다. 대형 조선소 수주가 증가했다고 경기가 바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상공단에서 제조업을 하는 B사 대표는 “최근 인근 공장에 임대 현수막이 많이 내걸렸다”며 “몇 년 전과 달리 공단 일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분기 경기전망실사지수(BSI)가 7년 만에 100을 돌파(국제신문 지난달 25일 자 14면 보도)했으나 일선 제조업, 특히 소규모 제조업 공장을 중심으로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마땅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수주가 잇달아 향후 경기 개선을 기대하는 조선기자재업계도 아직 ‘햇볕’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올 연말 열리는 국제 조선 및 해양산업전시회에 국내 업체 참가율이 예년과 달리 저조하다”며 “부스가 어느 정도 채워질지 예견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불경기 여파로 전시회 참가를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기자재와 자동차 부품 같은 지역 뿌리산업의 종사자들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C사 관계자는 “3, 4차 협력사가 공장 설비를 원청 또는 1차 협력사에 매각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