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화승의 본사는 서울이지만 자사 브랜드 ‘르까프’의 고향은 부산이다. 또 다른 국내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유통하는 LS네트웍스 역시 1949년 부산진시장 한편에 설립된 국제고무공업사(이후 국제상사)에서 출발했다. 글로벌브랜드의 공세와 내수 침체 등으로 국내 브랜드가 수난을 겪는 가운데 자타가 공인하는 신발도시인 부산의 신발업계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국제신문은 2회에 걸쳐 위기에 빠진 지역신발산업을 진단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 르까프 등 토종 브랜드 고향 불구
- 1980년대부터 사양 길 접어들어
- 2010년 반짝 회복세 보였지만
- 中 저가 추격·개성공단 폐쇄 등
- 악재 잇따르며 문 닫는 기업 늘어
- 최저임금 부담까지 겹치며 한숨
11일 부산시가 작성한 지역 신발업계 자료를 보면 지역의 신발 관련 업체 수는 2014년 238곳에서 2017년 206곳으로 3년 새 13% 감소했다. 지역 신발산업은 완제품 및 부품소재 제조업체가 섞여 있다. 지난해에는 내수 침체 장기화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더 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업체 수가 줄면서 고용 규모 및 출하액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종사자 수는 2014년 5828명에서 2017년 5280명으로 9.4% 감소했으며 출하액도 2014년 9390억 원에서 2017년 8910억 원으로 줄었다. 전국 신발산업에서 차지하는 부산의 비중은 2017년 기준 업체 수와 종사자 수가 각각 44%, 48.5%로 여전히 절반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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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브랜드의 공세 강화와 내수 침체 부진 등으로 부산지역 신발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한국신발관에서 한 관람객이 신발 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1980년대 후 사양산업으로 꼽히며 수십 년간 하락세를 지속하던 지역 신발산업은 2010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당시 아웃도어 붐과 내수시장 확대가 이어지면서 한때 신발업체 수가 240곳을 넘어서는 등 지역 업계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지역 신발업계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가격 인하 등 글로벌브랜드의 마케팅 공세가 강화됐고 중국 제품의 맹공략에 저가 시장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내수 침체로 아웃도어 붐마저 사라지고 일반 스포츠 패션이 그 자리를 채웠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하면서 북한의 저임금과 저물류 비용에 기대던 지역 신발업체의 목줄은 더욱 조여졌다.
더욱이 최근 2년 새 이뤄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집약산업인 신발산업의 설 자리를 더욱 좁혔다. 몇 년 전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며 야심 찬 계획을 내놨던 사상구 한 신발완제품업체 대표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말 공장을 운영하기 어렵다. 3년 전이라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은 것이 한스러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하반기 일부 소규모 신발공장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신발제조업체는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최근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기도 했다.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지역 신발업계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관련 인프라 집적화 등을 고려할 때 지역 신발산업의 재도약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