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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협동조합 길찾기 <4> 좋은돌봄 재가노인 복지센터

초고령사회 맞춤형 ‘돌봄조합’… 근로 사각지대 자구책 마련

  • 권용휘 기자
  •  |   입력 : 2018-10-07 18:59:20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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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65세 이상 비율 16.7%
- 요양보호사 ‘식모 대접’은 여전
- 경제·사회적 권익 찾고자 설립
- 교육·스트레스 해소 상담 등
- 역량 높여 일반업체와 차별화
- 운영 1달만에 예비조합원 17명

- 합당한 대우-양질 서비스 제공
- 초고령사회 ‘돌봄조합’ 정착땐
- ‘생산적 복지’ 선순환 정착 가능

13년 차 베테랑 가정 방문(재가) 요양보호사인 김미자(여·64) 씨는 스스로를 ‘국가공인 식모’라고 불렀다. 요양보호사의 업무 중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를 위한 청소, 빨래, 식사 제공 등으로 정해져 있다. 장기요양법 시행규칙 제14조 제2항은 수급자 가족을 위한 행위 등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수급자 가족들의 부당한 요구가 있어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요양보호사 대부분은 민간 재가방문요양센터와 개별적으로 근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40평이 넘는 집의 청소를 요구하는 경우는 다반사고, 김장철이면 배추를 잔뜩 사다 놓고 김치를 담가 달라고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며 “수급자 가족의 반찬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는 워낙 일상화 돼 보호사가 아닌 식모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울컥할 때가 있다”고 했다.
   
2일 부산 금정구 ‘좋은돌봄 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 조합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조합은 노인성질환을 가진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 장기 요양서비스와 간병 방문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서정빈 기자
■근로사각지대 요양보호사 뭉쳤다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올해로 시행 10주년을 맞았다. 가정 돌봄과 사회적 돌봄을 유기적으로 이어주고 가족을 대신해 아픈 노인의 손발이 돼 줄 요양보호사들은 여전히 저임금·고강도 노동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질 낮은 일자리라는 사회적 인식은 전문적이고 헌신적인 요양보호사를 배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돌봄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부산 인구 350만1436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58만3850명(16.7%). 부산은 노인 비율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는 오래고,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노인을 돌볼 요양보호사가 합당한 대우를 받고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급자와 가족처럼 더불어 사는 방법은 없을까.

노인의날인 지난 2일 저녁 부산 금정구 구서동의 사무실에 아주머니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이들이 모인 곳은 ‘좋은돌봄 재가노인복지센터’. 지난 8월 5명이 300만 원씩 출자해 만든 작은 협동조합이다. 노인성질환을 가진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 장기 요양서비스와 노인들의 사회활동을 돕는 노인 돌봄 종합서비스, 간병 방문서비스 사업을 한다. 이들은 요양보호사의 경제적·사회적 권익을 향상해보자는 취지로 뭉쳤다. 업체들의 난립과 경쟁으로 요양보호사들의 임금은 사실상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기 때문. 정해진 시간에 끝낼 수 없는 일을 맡았는데 시간제 임금을 받는다거나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협동조합은 요양보호사들이 함께 센터를 운영해 각자의 몫을 늘리고 권익도 스스로 보호하기로 했다. 이익의 20%는 조합의 자산으로 돌리고, 40%는 조합원들 머릿수대로 나누고 40%는 성과에 따라 나눌 계획이다. 의사결정은 이사회와 운영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운영을 시작한 지 한달이 채 안 됐지만, 마음 맞는 요양보호사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가입 의사를 밝힌 예비조합원이 17명으로 늘었다. 조합원이자 발기인인 조희수(여·66) 씨는 “요양보호사들이 중심이 된 회사를 만들어 주인이 되면 서로 도와가면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해 요양보호사들의 역량을 높여 일반 업체들과 차별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생산적 복지 선순환 모델 기대”

   
이신화 이사장이 조합의 요양보호사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조합에서 진행되는 교육은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근로기준법, 스트레스 해소법과 심리치료방법, 각종 소양 교육까지 내용이 다양하다. 고용이 불안정한 요양보호사들이 자기 권리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근로기준법 교육을 하도록 했다. 업무 특성상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은 필수다. 재가 요양보호사는 일주일에 3, 4명을 관리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노인성 질환을 앓는 고령의 노인들과 마음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요양보호사들이 일하는 것은 조직 입장에서 중요한 일이다.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 생산적복지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본법상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이다. 비슷한 일을 하거나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그렇지만 영리를 최우선 목적으로 투자금을 모아 만든 주식회사와 다르다. 또 ‘1주 1표’의 원칙에 따라 최대 주주가 지배권을 행사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조합원 1인 1표’로 운영되는 공동 소유의 형태다. 일반 기업보다 장기 생존율도 높아 고용 안정성도 높다. 협동조합 형태의 노인 돌봄 서비스가 확산되면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 모두 유리한 ‘생산적 복지’가 이뤄질 수 있다.

사회적기업연구원 김병규 협동조합 팀장은 “노인 돌봄 서비스를 하는 협동조합 모델이 성공하면 스스로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고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부산에서 꼭 필요한 협동조합 형태”라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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