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등 복지할인 30% 추가 확대
- 출산가구 전기료 할인 1년서 3년으로
- 정부, 제도 개선 중장기 과제로 추진
- ‘냉방기 사용은 기본복지’ 실현 미뤄

정부는 7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력사용량에 따라 총 3단계로 적용되던 누진제의 1, 2단계 상한선을 100kwh씩 올리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규모도 30%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대책의 실질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운규(왼쪽에서 두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요금 지원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백 장관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7, 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우리 집 요금 어떻게 달라지나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은 3단계, 누진율 3배로 적용된다. 전력사용량 1단계(200kwh 이하)는 기본요금 910원에 kwh당 93.3원, 2단계(201~400kwh)는 기본요금 1600원에 kwh당 187.9원, 3단계(400kwh 초과)는 기본요금 7300원에 280.6원이 부과된다.

이에 따른 누진율을 적용해 계산해보면 월평균 350kwh(5만5000원) 사용하는 도시거주 4인가구가 여름철 정격 소비전력 1640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에 8시간 사용한 경우 한 달 전력사용량은 743㎾, 전기료는 18만1670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따라 7∼8월 한시적으로 1구간 상한이 300㎾h로 올라가면서 사용량 300kwh까지는 93.3원을 적용한다. 2구간 상한이 500kwh로 올라가면서 사용량 301∼500kwh에는 187.9원을 부과한다. 500kwh를 초과해야 3구간 요금인 280.6원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면 이 가구는 14만5336원이 부과돼 3만6334원을 할인받게 된다.

■사회적 배려 계층 전기요금 할인 확대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장애인, 다자녀 가구, 사회복지시설 등 사회적 배려계층에 적용 중인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복지할인 규모를 7∼8월에 추가로 30% 확대하기로 했다. 여름철 전기요금이 3만 원 나오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기존 제도로 2만 원이 할인되고 이번 대책으로 6000원이 추가 할인돼 실제 요금부담은 4000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영·유아가 있는 가구들이 폭염으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출산가구에 대해서는 할인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로 인해 46만 가구가 추가로 전기료 인하 혜택을 보게 된다.

또 고시원, 여관 등 일반용 시설에 거주하는 배려계층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자격은 되지만 신청을 하지 않아 지원을 못 받고 있는 가구에 대해서는 복지부의 협조를 얻어 신청을 적극 독려할 예정이다.

■전기요금 근본적인 대책 고민할 때

6일 문재인 대통령은 “냉방기기 사용을 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보아 국민들께서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냉방기기를 제대로 사용 못 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문 대통령의 언급한 것처럼 마음 놓고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는 가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살인적 무더위 때문에 신생아, 어린이, 노인이 있는 가정의 경우 에어컨을 종일 켜놓은 집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산업부는 주택용 누진제 등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주택용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요금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해 스마트미터(AMI)가 보급된 가구를 중심으로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연세대 성태윤(경제학과) 교수는 “전기료는 세금과는 달리 자신이 구매한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내는 것”이라며 “정부는 누진제와 같은 징벌적 요금제가 아니라 본인이 사용한 전력량만큼 요금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기자

◇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따른 변화 사용량 현재 적용 후 비고 300kwh 4만4390원 3만2850원 26.0%↓  500kwh 10만4140원 7만6367원 26.7%↓  700kwh 16만7950원 14만6659원 12.7%↓  ※자료 : 한국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