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만난 종업원 300인 이상인 부산의 중견 철강 제조업체 A사의 인사 담당자는 다음 달 시행하는 근로시간 단축제에 대해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채용을 더 해야 하지만, 생산성은 되레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장가동률, 영업전략, 매출 추이, 관련 업종 현황에 바탕을 둔 각종 시나리오를 만들어 분석 중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경기 악화에 대비해 근로시간 단축에도 추가 채용 없이 법정 근로시간 기준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게 낫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규모의 설비기계업체 B사의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현장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내놨다. 그는 “근로시간이 줄면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더 투입해야 한다”며 “가뜩이나 건설 경기도 어려운 마당에 공사비까지 늘어나면 고용은 고사하고 경영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된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부산지역 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상당수 제조업체는 경기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 차라리 공장 가동을 줄이는 게 낫다고 보고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월간 노동리뷰 6월호’에 실린 보고서를 통해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적용했을 때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창출될 수 있는 일자리는 최대 1만5400개라고 추산했다. 연장근로를 제외한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으로 적용하면 최대 2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21년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확대되면 최대 13만2000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부산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부산 경제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조선기자재 자동차 등 부산 제조업체와 건설업체는 인력난에 이은 경영난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달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는 300인 이상 기업은 줄어든 노동시간에 대비해 대응책을 고민해볼 여력이라도 있지만, 2020년 적용받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남은 유예 기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한 지역 부품제조업체 대표는 “경영 상황과 무관하게 사람을 뽑을 수는 없다. 차라리 일감을 줄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1년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독일의 근로시간계좌제 등 해외 사례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조사연구본부장은 “300인 이하 사업장 적용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개선책을 마련해 그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용휘 김미희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