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화 전엔 1000명 필요했지만
- 1년 내에 300명 인원 만으로
- 시간당 40개 ‘컨’ 물량처리 목표
- 도입 땐 인력 감축 불가피할 듯
- ZPMC사 장비·시스템 묶어 수출
- 세계 항만자동화시장 70% 점유
중국 상하이 푸둥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반가량 달려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32.5㎞짜리 동해해상대교 남쪽 끝에 이르자 양산항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양산항 4기 터미널은 전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갖춘 완전 자동화 터미널이다.
부산항에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해양수산부 임현철 항만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현장시찰팀과 함께 지난 17~18일 중국 자동화항만을 돌아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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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중국 상하이 양산항 4기 터미널에서 야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집어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식 개장한 양산항 4기 터미널은 하역, 이송, 보관, 반출 전 단계에 완전무인자동화된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유선 기자 |
■ 안벽 크레인까지 원격조종
전자동화 터미널답게 터미널 내에서 일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피트 컨테이너 두 개씩을 실은 수십 대의 무인 AGV(무인 자율주행 트럭)가 바닥에 깔린 6만 개의 센서를 인식해 초당 6m의 속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트랜스퍼 크레인(야드크레인)이 레일 위를 이동하면서 AGV에 컨테이너를 집어 올렸다 내렸다 했다. 안벽 쪽으로는 10기의 갠트리크레인이 선박으로부터 컨테이너 양하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크레인에는 모두 ‘ZPMC’ 마크가 뚜렷이 보였다.
이곳에서 사람의 힘이 필요한 공정은 단 하나, 갠트리크레인이 선박에서부터 컨테이너를 옮기는 작업 뿐이다. 다만 이 작업은 수십미터 높이 크레인에 올라 직접 내려다보며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에 앉아 원격으로 조종한다는 게 부산항과의 차이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중앙통제실 타워로 이동하니 책상 앞에 앉아 각 4대의 모니터 화면을 보며 게임을 하듯 조이스틱을 조종하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10대의 갠트리크레인을 컨트롤하기 위해 단 10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숙련도가 쌓이면 한 명이 두 대씩을 운영하게 된다고 한다.
양산항 4기 자동화 터미널은 안벽길이 2350m에 총 7개 선석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어서 3개 선석에 10기의 갠트리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현재 AGV는 50대 운영 중이나 향후 130대까지 도입될 예정이다. 갠트리크레인도 최종 26기까지, 야드크레인은 120기까지 증설될 계획이다.
현재 양산항 4기 터미널에 근무 중인 인력은 200명, 추후 300명으로 늘어난다. 자동화 이전이라면 현재 500~600명 수준, 최종 1000명이 필요했다는 걸 감안하면 자동화로 70%의 인력이 필요없어진 셈이다. 국내 항운노조가 우려하는 일자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 초기 생산성은 목표 미달
문제는 생산성이다. 양산항 4기의 설계 목표는 시간당 40무브(시간당 40개 컨테이너 처리)지만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 양산항 터미널 뤄쉰지에 부총경리(부사장)는 4기 터미널 생산성에 대해 “현재는 시간당 26무브 정도 되는데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 생산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ZPMC 관계자는 “6개월 내지 1년 안에 35무브가 목표”라고 말했다. 야드크레인만 자동으로 운영되는 ‘반자동화’ 단계인 부산 신항의 경우 시간당 평균 30무브다.
중국의 완전자동화 도입 항만은 양산항이 세번째다. 앞서 칭다오항이 2016년, 샤먼항이 2017년에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양산항은 AGV에서 갠트리크레인까지 설비는 모두 자국의 ZPMC사를 쓴다. 소프트웨어 시스템 역시 자국 기업의 것을 쓴다. 통신시스템은 ‘화웨이’, TOS(터미널운영시스템)는 SIPG(상해항무그룹)산하 물류소프트웨어 회사인 ‘하이보’에서 개발한 것을 사용한다.
ZPMC 본사에서 만난 장지엔 부총재는 “해외 수출 시에는 항만장비와 시스템을 함께 세트로 수출하고 유지보수까지 한다. 이것은 개별적으로 발주할 때보다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고객들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ZPMC 만 찾으면 되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ZPMC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0%가 넘는 세계 최대 항만설비업체다. 당초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했지만 높은 기술력까지 보유하게 되면서 부산 신항만을 포함해 전 세계 58개국 118개 항만에 진출했고, 현재 세계 45곳의 자동화 터미널에 장비 및 시스템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최상희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중공업 회사들이 조선, 플랜트 산업에만 집중하면서 첨단항만 산업에 소홀히 한 결과, 기술력 차이는 물론 미래의 대세가 될 세계 스마트항만 시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상하이=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