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시스템·직원 신뢰로 운영
- 휴대용 소화기 개발 성공하는 등
- 직원 45명 중 20% 연구에 주력
- 스마트 공구 사용해 데이터 쌓고
- 협력업체와 공유해 생산성 증대
-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
지난 19일 오후 부산 강서구 아산정밀 공장. 미사일 부품, 자동 소화기 등 군수품을 만드는 아산정밀 전태구(54) 대표가 스마트팩토리 도입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오랜만에 공장 현장으로 들어섰다. 아산정밀 공장과 사무실은 서로 마주 보고 열 걸음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하지만 전 대표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현장에 잘 가지 않는다. 공장에 누가 들어가서 일을 하든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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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정밀 직원들이 지난 19일 부산 강서구 공장에서 자동화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1988년 설립된 아산정밀은 오는 6월부터 스마트팩토리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서순용 선임기자 |
전 대표가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공장 시스템과 직원에 대한 신뢰다. 스마트팩토리가 도입되면 제품 생산과 관련한 모든 기록이 고스란히 데이터로 쌓여 회사 시스템은 더 견고해지겠지만 직원들은 감시받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전 대표는 “직원을 감시하는 것은 스마트화가 아니다. 스마트공장에서는 누가 접근하더라도 문제없이 제대로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용이 아니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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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정밀 전태구 대표. 서순용 선임기자 |
아산정밀은 지난해부터 스마트 공정 도입해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우선 회사에 들어오는 각종 부품의 바코드를 찍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어떤 재료가 어디에 쓰이는지부터 제품의 출고까지의 전 과정을 데이터로 남긴다. 또 스마트 공구를 도입해 정밀함을 높일 예정이다. 미사일 날개 부분에서 나사를 조일 때 사람이 어느 정도 힘을 줬는지를 데이터로 기록하는 스마트 공구 등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연구를 통해 적절한 힘은 어떤 정도인지 알아낼 수 있다.
전 대표는 “스마트팩토리의 개념을 너무 거창하게 보면 안 된다. 중소기업의 사정에 맞게 차근차근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부분 중소기업은 스마트 공정을 도입할 여력도 부족하고 생각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아산정밀은 비용이란 개념보다 고객의 신뢰라는 생각으로 스마트 과정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지 않아도 제품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전 대표는 스마트 공정을 도입하지 않으면 결국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 내다봤다. 우선 정부 지원금 등을 합쳐 1억 원을 투입했다. 스마트팩토리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10억 원 정도 자금이 필요하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을 계획이다. 그는 지금 들어가는 자금을 비용 대신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설명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아산정밀의 연구개발 부문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아산정밀의 직원 수는 총 45명이다. 이 중 20%가 연구인력이다. 이외에도 지역 대학교에 외부 자문 교수를 두고 기술 용역도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본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친환경 소화약재를 사용한 휴대용 소화기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기업은 잘 나갈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어려울 때 투자를 하면 늦다”며 “이렇게 연구개발에 매진한 게 10년이 훨씬 넘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대해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 함께 잘살아 보자
경남 창녕 출신인 전 대표는 동아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 부산의 한 자동화 설비 업체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퇴사해 퇴직금을 들고 아산정밀을 창업했다. 중소기업에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작은 용역 업체로 출발한 아산정밀은 지난해 92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전 대표는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을 꼽았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계속해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 판단했다.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중소기업 맞춤 스마트팩토리를 ‘공유’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아산정밀이 납품한 제품을 고객이 어떻게 쓰는지 모니터링을 통해 파악한 뒤 이 데이터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품이 가진 불량을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대수명 등을 파악해 수시로 관리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데이터를 협력 업체와 공유해 제품의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중소기업 혼자 모든 스마트 공정을 갖추긴 힘들다. 대신 중소기업끼리 자료를 공유하면서 서로 스마트팩토리에 투입되는 자금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그의 계획에는 ‘다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전 대표는 스타트업이나 초기 창업가에게도 멘토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조언을 들은 지역 한 업체는 벌써 30억~50억 원의 연간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사회에서 혼자 잘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 함께 잘 살아야 하지 않겠나.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면서 중소기업끼리 협력할 방안을 연구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