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지연구 30주년’ 명시·발행
- 전문가 “당시 활동 꼭 기억해야”

해양수산부가 남극세종기지 이전의 극지연구를 무시한 채 올해 ‘대한민국 극지연구 30주년’을 기념하는 우편엽서(사진)를 발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본지가 입수한 우편엽서에는 아라온호와 펭귄 등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극지연구 30주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는 해수부가 올해 남극세종기지 건설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엽서 제작 과정에서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대한민국 극지연구 30주년이라는 문구로 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극지연구가 그보다 훨씬 먼저 시작됐음에도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도외시한 표현이라는 점이다. 그 이전에도 간헐적인 연구가 있었으나 우리나라의 극지연구의 효시는 1978년 12월7일 ‘남북호’의 출항으로 잡는 시각이 많다. 여기서부터 치면 대한민국 극지연구는 올해 40주년이 된다.

당시 남북수산주식회사의 남북호는 국립수산진흥원(현 국립수산과학원)의 허종수 수산연구관을 비롯한 조사단과 신문기자 등을 태우고 부산항을 출항, 남빙양의 해양조사를 하면서 크릴을 어획하며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 연구는 크릴의 자원생물학 연구와 서식환경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남극에서의 최초의 조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해수부 담당자는 “남북호 연구 등 이전 역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남극에 베이스를 둔 본격적인 극지연구 시작 30주년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남북호 출항 역사를 지금까지 의미 있게 기념한 사례가 없고, 40년을 맞는 올해 역시 기념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극지연구소 명예위원인 장순근 박사는 “남북호의 출항이 크릴을 중심으로 한 생물연구와 수산연구에 국한됐지만 국가가 경비를 부담하고 전문가가 참가해 이뤄진 극지연구의 효시라는 점은 분명하다”라며 “올해는 세종기지 건설 30년이지, 대한민국 극지연구 30년은 아니다. 없는 역사를 만들어내면 안 되지만 있는 역사는 진실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초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여했던 국립수과원 출신 공영 박사는 “당시 남북호가 남극에 가서 크릴 조업을 하고, 남극의 생물자원을 연구해 보고서를 발간한 활동들이 1985년 남극생물자원보존협약과 1986년 남극조약 가입으로 이어진 것”이면서 “이 같은 역사를 송두리째 빼버리고, 기지 연구만 의미를 찾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한 역사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내달 처음으로 개최되는 남극포럼에서 이 같은 역사를 전체적으로 되짚고, 앞으로 극지연구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