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업구역 좁아져 어획량 감소
- 중도매인·항운노조 실직 위기
- 해수부 대책 촉구… 상경투쟁 예고

한일어업협정 협상 지연으로 ‘갈 곳도, 잡을 것도 없다’고 호소해 온 부산지역 어업인들이 조속한 협상 타결과 수산업계 지원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형선망, 서남구기선저인망, 연승 어업인들이 이처럼 대규모 시위에 나선 것은 1998년 신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해양수산부의 대책 마련이 없으면 제주 어업인 등과도 연계해 청와대 광화문 등에서 상경 투쟁 시위를 예고했다.

	4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지역 어업인 1500여 명이 총궐기대회를 열고 ‘한일어업 협정의 조속한 협상 타결과 수산업계 지원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전국선망선원노조와 대형선망수협·대형기선저인망수협·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등 부산지역 5개 수협,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회 관계자 1500여 명은 4일 오전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부산 어업인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한일어업협정 협상이 결렬된 2016년 6월 30일 이후부터 조업 구역이 좁아진 부산 수산업계는 어획량이 크게 줄고, 중도매인과 항운노조 등도 일거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춘옥 전국선망선원노조 위원장은 “최근 대형선망 선사 한 곳이 도산해 선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한일어업협정 지연으로 지역 수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고등어·갈치 포획금지체장 확대 등의 탁상행정으로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제를 추가로 만들어 어업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선원들이 납득할 만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생존권 사수를 위해 해상시위는 물론 해상봉쇄도 불사하는 등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대통령과 장관이 직접 나서서 협정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하며 부산시도 다양한 지원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박인호 대표는 “부산의 많은 수산인이 실직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국민의 밥상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수산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하루빨리 한일어업협정의 조속한 타결을 요구한다. 시민단체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궐기대회 후에 140여 척의 대형선망 어선은 부산 남항에서 해상시위를 벌이며 조업지로 떠났다. 대형선망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하면 제주 어업인 등과 연계해 6월께 청와대, 광화문 등지에서 상경 투쟁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일어업협정이 결렬된 주된 이유는 갈치를 잡는 제주지역 연승어선의 일본 수역 입어 척수를 둘러싼 양국의 이견 때문이다.

수산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새 어기가 시작되는 오는 6월 30일 전에 협상 타결을 위해 일본 측과 접촉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쟁점이었던 제주지역 연승어선 입어 척수와 불법 어업 대책은 어느 정도 합의를 봤고 경색된 한일 관계가 협상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