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의 공장 모습이 변하고 있다. 기획 설계 유통 판매 등 전 생산과정에 정보통신(ICT) 기술을 접목 하면서다. 이 같은 시도를 하는 이유는 최소비용과 시간으로 고객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이른바 ‘스마트팩토리’다. 정부는 혁신 성장 선도사업 일환으로 2022년까지 전국 2만 개의 스마트팩토리 보급을 추진 중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669억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부산에서도 국·시비와 민자가 함께 투입돼 2015년부터 스마트팩토리가 속속 보급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38개사가 비록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거나, 추진 중이다.국제신문은 부산시 등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팩토리를 소개하는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 안정적인 부품생산 위해 도입 후
- 제품 입고 데이터로 쉽게 파악돼
- 핵심부품 볼트 손상 누명도 벗어
- 불량률 줄어들며 매출도 껑충
- 젊은직원 늘고 이직률 감소 ‘활기’
지난 23일 부산 강서구의 표면처리업체 동아플레이팅 사무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3개의 모니터에서 직원들이 공장의 공정을 확인하고 있었다. 직원이 직접 현장에서 공정을 확인하는 여느 도금 공장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다. 공정의 자동화와 더불어 스마트팩토리가 적용된 것이다. 동아플레이팅 이오선(여·58) 대표는 “다른 업체보다 앞서 도입한 스마트팩토리가 우리의 경쟁력이다. 불량률 감소는 물론 매출액 증가까지 장점을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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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플레이팅 직원들이 지난 23일 부산 강서구 자사에 설치된 스마트팩토리 모니터로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
■스마트팩토리가 ‘복덩이’
동아플레이팅은 1997년 설립된 도금 업체다. 주로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1차 협력업체나 완성차 업체로 납품한다. 동아플레이팅이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한 것은 2015년이다. 이 대표는 한 회의에 참석했다가 스마트팩토리 이야기를 들었다. 변화에 민감한 이 대표는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면 안정적인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정부의 지원금 4000만 원을 받고 1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공장 시설을 도입했다.
스마트팩토리 도입 전후 우선 일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기존에는 직원이 납품 물량, 공정 등을 현장에서 직접 손으로 썼다. 혹시나 직원이 수기하면서 실수하거나 빼먹더라도 다른 사람이 알기 힘들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불량률이 높아지고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동아플레이팅은 모든 제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협력 업체에서 제품이 들어오면 모든 게 데이터로 저장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이 어떤 공정을 통해 최종 납품되는지도 알 수 있다. 기록이 쌓이자 불량률이 감소했다. 이전에 4000, 5000PPM(1PPM은 100만 분의 1)에 달했던 불량률은 155PPM으로 확 줄었다. 불량률이 감소하자 자연스레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58억 원의 매출을 올린 동아플레이팅은 올해 75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직률이 뚝 떨어졌다. 스마트 시설을 도입하기 전에는 구인난에 시달렸지만 이제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5, 6년으로 늘어났다. 더불어 공장이 젊어졌다. 애초 사무실에는 직원이 1명 정도 있었고 나머지 직원은 모두 현장 노동자였다. 이제는 현장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관리직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직원들 평균 연령이 50세에서 35세로 확 젊어졌다. 그렇다고 전체 직원 수가 감소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현장 직원보다 3배 정도 많아졌다.
이 대표는 “이전에는 모든 것을 사람이 수동으로 해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하게 바뀌었다.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기던지 즉시 해결할 수 있다”면서 “또 도금이라고 하면 꺼리던 젊은이들도 일하면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젊은 직원들이 많아지니 회사의 활력도 넘친다”고 이야기했다.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저력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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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플레이팅 이오선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
지난해 동아플레이팅은 스마트팩토리로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볼트 제품을 열처리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 동아플레이팅. 완성차 업체로부터 볼트의 머리 부분이 부러진다는 클레임을 받았다. 자동차 조립 시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었다. 납품했던 부품은 총 300억 원에 달했다. 완성차 업체는 300억 원을 물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사가 휘청거리던 순간 자동으로 기록된 빅데이터가 빛을 발했다.
3차 협력업체가 동아플레이팅으로 납품할 때 제품 내부 공기 구멍 등을 예방하기 위한 공정을 지시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모든 기록이 데이터베이스에 쌓여있었다. 동아플레이팅은 스마트팩토리로 억울함을 벗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다행히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모든 데이터가 저장돼 있어 책임을 피해갈 수 있었다”며 안도했다.
스마트팩토리의 저력을 확인한 동아플레이팅은 올해부터 고도화 작업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작업자의 목소리로 기계에 명령을 전달하거나 빅데이터를 가지고 자동으로 작업 공정을 돌리는 등 혁신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팩토리 관리·혁신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직원도 새로 채용했다. 이 대표는 “남들보다 빠르게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많이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고도화 작업을 통해 지역에서 성공한 표면처리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