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투자자 고금리 좇아 이탈땐
- 외환 보유액 안정적 확보 어려워
- 미국 따라 한은 금리 인상하면
- 수출감소·가계 부담 증가 우려
10년7개월 만에 현실화된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우리 경제가 또다시 먹구름에 휩싸였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이 올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국내 실물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22일 재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미국이 자국의 정책금리를 ‘연 1.25%~1.50%’에서 ‘연 1.50~1.7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 경제는 ▷외국자본 유출 ▷가계부채 증가 ▷수출 타격 ▷금융시장 불안 등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썰물’ 현상이다. 통상 투자자들은 금리가 높은 국가에 자금을 넣는 기류가 강하다. 국내 증시 등에 투자된 해외자본이 고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돼 외국 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적정 수준’ 대비 1200억 달러(128조2000억 원) 부족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증가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현재 한국은행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증권업계는 한은이 이르면 오는 4월,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는 상환 부담 확대 등으로 더욱 악화될 게 분명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금융감독원도 이날 각각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가계부채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450조9000억 원이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대치다.
수출 타격도 우려된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자금 이탈 가속화 등으로 경기 침체를 겪게 되면 이들 국가를 주요 교역국으로 삼는 국내 수출기업은 피해를 보게 된다. 더욱이 한국은 우리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 움직임과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결정 등으로 관련 기업들이 이미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날 한경연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하며 “지난해 ‘3.1% 반짝 성장’을 기록했으나 올해 다시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당분간 한미 금리 역전이 해소되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