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최대 50%의 ‘관세 폭탄’을 부과한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

정부는 23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민관 대책회의를 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이같이 확정했다.

이날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미국은 향후 3년간 삼성과 LG전자 등 한국산 세탁기 수입물량 120만 대(연간 기준)에 대해 첫해에는 20%, 2년 차와 3년 차에는 각각 18%와 16%의 관세를 부과한다.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각각 50%와 45%, 40%의 관세를 물린다. 지금은 사실상 무관세 원칙이 적용된다.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2.5기가와트 초과 시 ▷1년 차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

정부가 WTO 제소에 나선 것은 이번 세이프가드가 발동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한국산 세탁기는 미국 산업피해의 원인이 아니다’고 판정했는데도 최종적으로 삼성·LG 등의 세탁기를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미국 제품에 대한 ‘양허 정지’ 승인도 이날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요청했다. 양허(Concession)는 관세를 일정 세율 이상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국가 간 약속을 말한다.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관세가 50%까지 매겨지면 삼성 LG뿐 아니라 국내 전자업계의 대미 수출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