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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해수부 서울 사무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BPA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왼쪽),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항만공사제도 개편 방향과 부산항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 김영춘 해수부 장관
- 시장형 공기업 유연한 규제 모색
- 현재 법체계서 자율성 강화해야
- 선사와 함께 경영경험 쌓으면
- 경쟁력 있는 GTO로 성장 가능
- 섣부른 지방공사화 역효과 우려
- 부산항만공사법 제정 실익 없어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부산항만공사의 자율성 및 역량 강화에 공감하면서 BPA(부산항만공사) 같은 ‘시장형 공기업’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등 정부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또 BPA가 K-GTO(글로벌 터미널 운영사)프로젝트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국내외 항만 터미널 지분을 확보하고, 운영하는 경험이 축적되면 장기적으로 PSA나 DP월드 같은 글로벌 터미널 오퍼레이터로서 우뚝 서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BPA 등 현 항만공사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하나의 발전단계를 밟고 있다고 본다. 과거 컨테이너부두공단이 할 때보단 진일보한 상황이고, BPA 출범 후 환적 화물 유치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다만 공기업으로서 여러 가지 법과 제도의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한계다. 특히 공운법상 출연, 출자에 일일이 기재부로부터 사실상 승인을 받는 체제기 때문에 훨씬 더 비즈니스 측면에서 발전시킬 여력이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공운법 개정 또는 공운법을 벗어나는 다른 형태로는 모색할 수 없는가.
▶해수부장관으로서 체제를 바꾸겠다는 말은 쉽게 하기 어렵다. 현 법제도 내에서 항만공사의 운영 자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당장 부산항만 봐도 지난해까지는 아예 기재부에서 BPA가 터미널 운영사 지분 출자나 참여조차도 제한했다. 이제 가까스로 출자가 허용돼 BPA가 항내 운영사 지분투자도 하는 과정에 있다. 이런 식으로 출자의 폭을 늘려나가고, 장기적으론 BPA가 부산항 전체 운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도까지 발언권과 영향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해외 항만까지 진출해야 하고, 공운법에 의한 규제를 지금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적은 액수도 기재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500억 원이상 출자시’ 등 가액기준을 두는 것은 어떤가.
▶출자에 승인받도록 한 제도가 생긴 지가 얼마 안됐다. 이는 전 공공기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조항이다. BPA도 그동안 못하다가 올해 처음 ㈜한진 부두를 풀었다. 지금 또 하나 푸는 것, 북항 쪽 지분투자하는 것을 협의중이다. 이런 시장 참여적 활동이 계속 쌓여가면 시스템 개선도 가능해질 것이다.
BPA만 따로 뽑아 공공기관 일반의 규제로부터 떼긴 어렵지만 적어도 ‘시장형 공기업’은 따로 묶어내서 다른 일반 공공기관과 다른 별개의 지침을 만들고 운영에 대한 규제도 다르게 적용하는 법 개정을 시도해볼 만하다.
시장에 참여해서 더 많은 경쟁을 해야 하는 시장형 공기업들은 자율성을 더 보장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법을 만들어보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재부와 협의하고 같이 작업을 하겠다.
-그게 가능하겠나.
▶정부로서는 규제를 안하니까 공기업들이 방만, 부실 경영이 되더라 하는 반성에서 규제를 강화시킨 건데 BPA 같은 경우는 충분히 스스로 경영할 여력이 되는데 일반 규제에 묶여 있으니 좀 풀어내는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은 조심스레 투자를 늘려가면서 좋은 성과를 보여 이것이 방만경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기재부와 중앙정부에 줄 필요가 있다.
-BPA를 K-GTO로 만드는 방안은?
▶PSA처럼 아예 항만공사가 글로벌 GTO 사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선 선사들을 앞장세우면서 BPA같은 선도적 항만공사가 보완해주며 가는 것이 최적의 조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BPA도 선사 유치하고 수익을 내는 그런 실질적인 경영을 해본 경험이 없다. 항만관리자에 머물며 수수료 받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BPA로서도 선사들과 함께 국내외 항만들에 투자하면서 구체적인 경영 경험을 쌓아갈 필요가 있다. 그 바탕 위에서 PSA 같은 독자적인 글로벌 오퍼레이터로서 우뚝 설 기반을 만들 수 있다.
한국해운연합(KSP) 멤버 선사들과 함께 해외 터미널에 들어가 전체 오퍼레이터 그룹의 공신력을 높여주면서 운영을 해갈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자금력과 경영력을 확보해 나가면 BPA도 PSA나 DP월드 같은 GTO로 발전할 비전을 만들 수 있다.
-이미 해외 터미널 좋은 데는 다 뺏겼다고 하는데 염두에 둔 곳이 있나.
▶동남아시아 지역에 현재는 작지만 앞으로 물동량이 늘어날 관문 항구, 아직은 경쟁국들의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잘 안 들어가 있는 틈새시장이 있다.
일단은 내년 중 동남아 지역에 최소한 한 개 이상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외국 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산항에 국적 기업과 BPA가 힘을 합쳐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내년 연말까지는 둘 다 가시적인 성과 있을 것이다.
-지방공사화에 대한 견해는.
▶지방공사화 시킨다고 해서 기대하는 BPA 역할 확대가 가능할까 의문스럽다. 오히려 잘못하면 더 축소될 수 있다. 부산 신항 개발 사업만 해도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데 부산시 산하 공사로서는 얼마나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겠나. 현재 중앙정부가 보증할 때와 어느 것이 더 나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부산항의 발전, 부산항의 국적성 회복, 부산항만공사의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을 염두에 둔다면 좀더 차근차근 가야 한다.
-4대 항만공사 체제에서 벗어나 인천공항공사처럼 별도 조직으로 떼내는 것은 어떤가.
▶인천공항공사도 공운법의 적용을 받는다. 별도의 부산항만공사법을 제정해도 큰 실익은 없다. 배당금 문제도 중앙정부가 시설과 지분을 투자했으니까 안 낼 수는 없다.
BPA가 자체 역량을 키우고, 인적 구성도 제대로 갖추고 항만 운영의 성공사례가 쌓인 후 몇 년 안에 부산항에 투자한다고 하면 해양진흥공사나 민간금융기업들도 투자하려고 나설 것이다.
-항만분권, 자치 측면에서 해수부에서 이양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는가.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방항만 27곳은 지자체로 운영권을 넘기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
- 공운법 굴레 벗어나야 공사 발전
- 부산시가 정책결정권 가지고
- 중앙정부에 해양정책 제시해야
- 지방공사화 단계적 접근 필요
- 신북방정책·환동해경제권 부상
- 부산항 발전기회 반드시 잡아야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은 BPA(부산항만공사) 논의 시작부터 출범까지 함께 했다.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행정부시장 때 해양수산부를 상대로 BPA 설립의 밑그림을 짰고, 부산시장 권한대행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했다. 이 때문에 누구보다 BPA에 애정이 많다. 오 전 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허브항만인 부산항을 운영하는 BPA는 4개 항만공사에서 떼 부산항만공사법을 제정해 BPA가 자율경영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BPA 설립의 주역으로서 현 BPA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수년간의 논의를 거쳐 2004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현판식을 했다. BPA 설립 목적은 첫째 항만 운영에 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셋째 인사와 재정의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 이런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다.
당초 만들 땐 부산시가 깊이 관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항만위원 11명 중 5명을 부산시장이 위촉하도록 11분의 5 지분을 갖게끔 했는데 지금 위치는 그렇지 못하다.
-BPA 개편 방향은.
▶우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법률(공운법)’이 개정되지 않고는 BPA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공운법에서 정하고 있는 출자제한 등 걸림돌은 세계 시장에서 무한경쟁하고 있는 부산항의 역할과는 상충되는 면이 많다. 부산항은 국내 나머지 3대 항만과는 다르다. 세계 글로벌 항만과 경쟁해야 하는데 광양항이 어떠니, 인천항이 어떠니 해서는 안 된다. 허브항으로서 부산항의 위상을 강화하고 국제물류 네트워크 확장 등 해운업 재건을 위해선 BPA 자율 경영이 가능하도록 공운법 개정이 필요하다.
공운법 규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 항만공사는 도로공사, 한국전력 등과는 다르다. 장기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빚을 내고서라도 장래에 대비해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출자를 제한하고 경영평가가 발목잡아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다.
그게 아니면 인천국제공항공사처럼 부산항만공사법을 별도로 만들거나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공운법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공운법은 어떻게 개정하나.
▶이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항만공사의 힘으로는 안 된다. 모든 권한을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변화시킬 수 없다. 부산시가 총대를 메야 한다. 동북아 해양수도를 천명한 부산시가 대한민국의 해양정책을 주도해 가야 되고, 항만공사 제도를 혁신시키는 문제도 부산시가 제기해 줘야 한다. 공운법 개정이 안되면, 별도의 부산항만공사법을 공운법에 우선하도록 특별법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부산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좀 더 큰 틀에서 보고싶다. 부산이 동북아 해양수도를 지향하고 있고, 해양과 관련된 공공기관, 국책 연구기관들이 부산에 모여있지 않나. 이렇게 되면 부산시 스탠스가 달라져야 한다. 중앙정부 정책에 대해 사후적으로 ‘맞다 틀리다’, ‘지역 몫이 적다’ 이렇게 접근할 게 아니라, 국가의 주도적 정책결정권을 부산시가 선제적으로 가져야 된다는 것이다. 부산시장 산하에 ‘해양정책협의회’ 같은 걸 만들어서 부산에 모인 해양 관련 기관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중앙정부에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해양수산 정책에 대해서는 부산시가 주도해 가야 한다.
중앙정부는 해양에 대한 인식, 이해도가 굉장히 낮다. 대표적인 예가 한진해운 사태 아닌가. 부산에서 합리적 주장을 했음에도 역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항만공사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산시도 항만공사를 울타리 안에서 껴안아야 하는데 해수부 산하기관 정도로 여기고 바라만 보고 있다.
-BPA를 독자적 물류기업으로 만들거나 지방공사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은 공운법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다음에 해외사업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 전문성을 보유한 유일한 조직인 BPA를 자율적 경영과 투자가 가능한 물류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데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또 지방공사화 역시 장기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이전에 부산시의 해양 행정 역량을 키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BPA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의 이원화된 업무 체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해수청은 부울경을 아우르는 광역해수청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업무 중복도 막고 효율적으로 된다. BPA가 공적 규제기능도 같이 갖고 있어야 힘이 실린다. 지금은 BPA와 부산지방해수청으로 업무가 이원화되면서 BPA가 TOC(부두운영회사)를 통제할 수단이 없어 단순임대업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신북방정책과 관련해 활발히 활동하시고 있는데 부산항 발전과 관련한 제언을 해준다면.
▶지금 부산항은 두가지 기회를 맞고 있다. ‘나비 프로젝트’와도 연결되는 신북방정책, 환동해경제권의 부상이 그것이다. 나비 프로젝트는 북극 뱃길을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연결해 동서양을 연결하는 하나의 경제질서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북극 동쪽과 유라시아 대륙이 왼쪽 날개, 북극 서쪽과 아메리카 대륙이 오른쪽 날개라면 한반도가 나비의 몸통이 된다.
결국 한반도 물류의 중심, 몸통은 부산 아닌가. 한·러 경제협력을 주도하고, 유라시아와 환동해권의 중심으로 부상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부산도 과거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 큰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 선박수리, 벙커링 등 전부 부산항에서 하려 말고 울산 경남까지 확장해 기능을 재배분하고 부산은 남해안권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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