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시간주, 車업체 집약도 세계 최고
- 연구센터 375개·엔지니어 9만 명 달해
- 12월 착공 … 운전자 교육·차량 테스트
- 화물 운송·커넥티드 카 실험·검증도

- GM·포드·테슬라 등 시장 선점 경쟁
- 중소업체는 태양광 활용으로 차별화

산업 간 경계를 무너뜨린 4차 산업혁명 관련 ICT(정보통신기술)는 대표적 제조업인 자동차 업계의 판도마저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단순히 자동차 제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국내외 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의 ‘꽃’이자 ICT가 집약된 자율주행차 개발에 총력을 쏟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안전과 환경에 초점을 맞춘 자율주행차 상용화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본지는 창간 70주년 기획시리즈 ‘눈 앞에 온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섯 번째 순서로 디트로이트 현장 취재를 통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ICT 개발 현황과 국내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 등을 알아봤다.

	ACM의 소라야 킴 최고혁신책임자가 ‘자율주행차 시험 기지’ 전망대에서 관련 부지의 용도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축구장 274개 크기 시험 기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서쪽 외곽 지역인 ‘윌로우 런’(Willow Run). 포드와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공장이 들어선 이 지역에는 202만㎡(61만 평·500에이커)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가 있다. 축구장을 274개나 합친 면적과 같다. 바로 ‘자율주행차 시험 기지’가 건설될 땅이다.

2019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올해 말 착공되는 이 기지에서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의 기술 실험 및 검증이 이뤄진다. 운전자 교육과 차량 테스트 등을 위한 실제 고속도로 모양의 주행 도로도 들어선다. 이 도로의 길이는 총 3.9㎞(2.4마일)에 달한다. 이 중 안전 주행만 테스트하는 구간은 2.4㎞(1.5마일)나 된다. 자동차뿐 아니라 비행기와 드론(Drone·무인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도 건설된다. 비행기가 물건을 내린 다음 자율주행차가 그것을 창고로 실어 나르는 등의 운송 시스템이 가능한 셈이다.

이 기지를 건설 중인 ‘American Center for Mobility(ACM)’의 소라야 킴(Soraya Kim) 최고혁신책임자(CI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바퀴가 달린 모든 운송 수단은 이 기지에서 모두 케어(관리·감독)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설립된 자율주행차 관련 시험 기관인 ACM이 해당 기지를 건설키로 한 것은 미래 신성장 동력인 자율주행차의 성장 가능성과 상용화에 따른 운전자 안전·교육 강화 때문이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며 “다만 자율주행차 자체에 대한 안전 여부와 운전 방법 등이 불확실한 만큼 운전자에게 (자율주행차 운행) 교육과 훈련을 중점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형사 자율주행차 상용화 속도

ACM이 자율주행차 시험 기지를 미시간주에 설립하는 것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집중된 해당 지역의 특수성과 무관치 않다.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과 ACM에 따르면 미시간주 자동차 연구센터와 엔지니어 수는 각각 375개와 9만 명에 달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집약도만 보면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시간주에 있는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드는 자사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차 실험 규모를 지난해 30대에서 올해 90대로 늘렸다. 2021년에는 페달이나 핸들이 없는 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GM은 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의 자율주행차 시스템 개발 업체인 크루즈(Cruise)를 인수하고, 현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사의 전기차인 ‘Bolt’를 자율주행 택시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자사의 주력 차종인 S 모델에 제한적 자율주행이 가능한 ‘Autopilot’(자동조정장치) 기술을 이미 적용했다.

■ 중소업체는 ‘친환경’ 차별화

중소업체의 기술 개발도 두드러진다. 특히 이들 업체는 대형 업체에 맞서 ‘친환경 차량’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디트로이트 외곽 지역에 있는 네트워크형 운송시스템 개발 업체 ‘Hydrogen Super Highways(HSH)’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레일을 통해 차량을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술(조감도)을 개발 중이다. 이미 지난해 800m(0.5마일) 구간에서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 기술 개발은 현재 80%가량 이뤄졌고, 2년 안에는 상용화가 될 것이라고 HSH 측은 설명했다.

HSH의 저스틴 서튼(Justin Sutton) 최고경영자(CEO)는 “반드시 전기가 들어와야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태양열을 받아 그 에너지로 차량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친환경 구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HSH는 미국의 주 사이를 연결하는 모든 고속도로에 이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레일의 길이는 총 7만2400㎞(4만5000마일)에 달한다.

미시간=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ACM ‘자율주행차 시험 기지’ 개요 설립 목적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카 기술 실험·교육 위치 미국 미시간주 내 ‘윌로우 런’ 규모 500에이커(ac·202만㎡) 착공 2017년 12월 완공 2019년 말(예정) 투자 기관 미시간주 교통국, 미시간 경제개발공사 등 투자 규모 1억1000만 달러(1241억 원) ※자료 :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 및 ACM

◇ 주요 업체별 자율주행차 개발 현황 ※자료 :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 구분 내용 포드 자율주행 실험 대상 차량 3배 확대(30대→90대). 2021년 페달·핸들 없는 차량 출시 지엠 시스템 개발 업체 인수. 자사 전기차 자율주행 택시로 활용. 지난해 초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 발표 테슬라 주력 차종에 제한적 자율주행 기술(Autopilot) 적용. ‘울트라 소닉 음파 탐지기’ 등 최첨단 기술 개발 중 아우디 차세대 모델에 자율주행 위한 첨단 센서 탑재. 지난해 자율주행차 시제품 공개. 수년 내 상용화 계획 닛산 자율주행 기술 적용한 크로스오버 차량 곧 유럽에 출시. 2020년까지 자국(일본) 내 상용화 목표 현대·기아차 지난해 초 국내에서 자율주행 실험 개시. 2020년 ‘부분적인’ 상용화. 2030년 ‘완벽한’ 자율주행차 개발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