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결 영향미치려 여론전 나선듯
- 25개사 패소땐 8조 지급 의무
- 기아차 월말 선고… 귀추 주목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관련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이 문제를 놓고 노조와 소송전을 벌이는 다른 대기업들도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기업들은 패소에 따른 조 단위의 추정 부담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재판부를 향해 ‘호소’의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해외 이전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결사항전 의지마저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재계 대응이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여론전의 성격이 다분한 것으로 해석되는 측면도 없지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노조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자사를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이달 말께 1심 선고를 한다. 애초 선고기일은 8월 17일이었으나 재판부가 추가 확인 등의 이유로 날짜를 연기했다. 다만 법률적 쟁점을 검토하는 작업은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를 포함한 재계는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막대한 노동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 선고 결과가 재계 전반에 영향을 미쳐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국내 기업은 35곳(종업원 450명 이상 기준), 소송 건수는 10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미 종결된 4건을 제외할 경우 35개 기업당 평균 2.8건의 소송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설문 대상(35개사)에는 기아차가 포함됐다. 동남권 기업 중에서는 현대·삼성·두산·한진중공업, 현대위아, S&T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이 소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35개사 중 25곳(응답 기업)이 밝힌 ‘패소 시 추가 비용(지연이자·소급분 등) 추산액’ 합계는 8조3673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25개사 전체 인건비의 36%를 차지한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한경연 유환익 정책본부장은 “(재판부가) 국내외 시장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막대한 추가 비용이 우려되자 업계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통상임금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현실화되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등 자동차부품업계의 주요 단체들도 지난 9일 공동 성명에서 “기아차가 패소하면 부품 협력업체의 대금결제 등에도 영향을 미쳐 중소 업체가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