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에도 대책 마련 호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개혁 전도사'로 통하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되면서 중소기업이 포진한 지역 산업계에서는 그동안 만연했던 대기업에 의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 여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 재계에서는 불공정 하도급 관행 청산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뛰어오를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절실함을 드러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하도급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한 압력과 부당한 거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장기술을 보유한 A사는 최근까지 사업 기밀에 속하는 원료 배합 비율을 요구하는 대기업 조선사에게 시달려 왔다. 배합 비율을 알려주면 대기업에 협상력을 빼앗기고, 거절하자니 도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거래 관계에서 '갑'의 위치를 온전히 확보한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사업 기밀까지 확보해 족쇄를 채우겠다는 의도로 읽혀졌다.
또 국내 제조업체 B 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관련 설문조사에 응한 부산지역 하도급업체 C 사의 답변까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사 직원이 C 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공정위 설문조사가 나오면 함께 의논해서 작성하자"고 제안해 사실상 공정위 조사조차 무력화시키려는 '갑질 행태'를 보인 것이다.
22일 발표한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 조사(본지 22일 자 15면 보도)는 이를 잘 반영한다. 조사대상의 34.9%에 달하는 업체가 '일방적인 단가 결정 후 합의 강요'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부산지역 제조업의 주력 업종인 조선기자재업체들이 대기업으로부터 부당 단가 결정을 경험한 비율이 19.3%로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지역 업계는 절실한 입장이다. 지역 중소 조선기자재업체들은 최근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를 부산시 당국에 수차례 호소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시는 아예 일본 등 외국 선박업체들과 지역 기자재업체의 연계 방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지역 조선기자재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끊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불공정 하도급 거래와 관련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면서도 "재벌 개혁뿐 아니라 말로만 상생을 외칠 뿐 실제로는 극심한 갑질을 일삼는 대기업의 부당거래 관행이 청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김승희 기업옴부즈맨 실장은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거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거래 관행이 개선되면 중소기업은 수익 구조 개선으로 인건비와 기술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므로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